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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업무용 PC의 프라이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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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1-28 21:19:30 수정 : 2018-01-28 21: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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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사찰’ 사생활 침해로 시끌
美선 업무기기 사적 사용 금지
글로벌기업도 公私 구분 엄격
“사법권 독립 침해” 설득력 없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현행 사법부 체계에 비판적인 판사들 동향을 사찰했다는 의혹 일부가 사실로 드러나는 과정에서 ‘업무용PC의 프라이버시’가 논란거리다. 사찰 관련 문건 등이 저장된 법원행정처 내 업무용PC에 대한 조사를 ‘사용자 프라이버시 침해’ 및 ‘사법권 독립 침해’ 논리로 비판하는 일이 벌어지면서다. 지난 1월 22일 발표된 추가 조사 결과 역시 사용자, 엄밀히는 과거 사용자의 동의가 없었다는 이유 등으로 극히 제한적으로 검색된 탓에 아직도 밝혀질 부분이 훨씬 많다.

업무용PC의 프라이버시에 대해 공사(公私) 구분이 엄격한 글로벌 기업에선 대체로 직원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한다면서도 업무에 사용되는 직원 컴퓨터, 이메일, 전화 등을 공개적으로 모니터링할 권리를 주장한다. 각 기업이 내세우는 직원 강령에는 이 같은 직장 내 프라이버시가 제한됨을 강조한다. 가령 애플은 직원 강령을 통해 “당신이 발송하거나 접속하거나 보거나 저장한 모든 자료 및 메시지에 애플은 접속하고 검색하고 파일을 보관한다”, “당신의 업무공간을 살펴보고, 전화기록을 검토하거나, 애플 자산이 아닌 물품(배낭, 지갑 등)을 수색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나의 컴퓨터 시스템에 있는 개인적 정보는 사적인 것입니까?”라는 Q&A를 통해 “아닙니다. 애플 장비와 시스템은 제한적으로 개인적 사용이 허용됩니다. 애플은 장비와 시스템을 모니터링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콘텐츠나 사적 정보의 프라이버시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라고 못박고 있다.

박성준 정치부 차장
사정은 다른 글로벌기업도 마찬가지다. 가령 구글은 “사업상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회사 전자시설이나 사내 직원 통신 및 기타 정보를 모터링하고 접근하고 공개할 수 있다”, 맥도널드는 “회사는 정기적으로, 무작위적으로 개별 직원의 전자 커뮤니케이션 사용을 모니터링한다”, “회사 컴퓨터 시스템을 사용한 모든 자료에 대해 프라이버시를 주장할 개인적인 권리가 없으며 기대해서도 안 된다”고 경고한다.

미국 공직자의 업무용PC 사용 원칙은 더욱 엄격하다. 사적 사용 자체는 모두 금지된다. 더 나아가 업무용PC·네트워크 등에 저장된 모든 문서·이메일은 물론 메신저 내용까지 엄격한 기준·절차에 따라 국립문서기록관리청으로 이관된다. 미국의 공공영역에선 업무용 PC의 프라이버시를 인정치 않는 셈이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강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꼽혔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발목을 잡았던 ‘이메일 스캔들’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벌어진 사건이었다.

사생활 보호에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민감한 미국에서 이처럼 업무용PC의 프라이버시에 대해 단호한 까닭은 애초 업무용PC는 공무를 위한 것이란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직장 절도’란 우리나라에선 낯선 준(準)범죄 개념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무실 볼펜·복사기·전화 등의 사적 사용이 흔한 사례다. 서구 학계에서는 점심시간 초과 및 업무시간의 사적 사용도 직장절도에 포함한다. 업무용PC에 저장된 사적활동은 결국 직장 절도의 흔적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법관 사찰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선 향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업무용PC와 암호 파일 760여개에 대한 추가 조사가 불가피하다. 또 이미 공개된 문건들이 실제 실행됐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그 과정에서도 고위법관 업무용PC에 대한 특별한 프라이버시가 주장될지 모르겠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주요 공직자의 업무용PC 내 모든 문건 등은 별도 분류 작업을 거쳐 대통령기록물처럼 주요 공공기록물로서 보존하는 것이 바른 방향이다.

아울러 법원행정처에 대한 조사가 사법권 독립을 침해할 것이란 또 다른 논리는 애초 지지받기 힘든 주장이었다. 법관 사찰의 실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지금 상황에선 더욱 설득력을 잃는다. 전국 법원 곳곳에 ‘거점법관’을 두고 법관 활동 정보를 수집하고 성향을 분류하며 그들의 활동을 억제하려 했던 법원행정처에 대한 조사야말로 사법권 독립의 최우선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박성준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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