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원장은 이 사실을 이헌수 당시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에게 전달했고, 이후 국정원이 매월 이재만(구속기소)·안봉근(〃) 전 비서관을 통해 청와대에 건네는 금액이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었다. 이 전 원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애초 국정원이 청와대에 국정원장 몫 특활비 일부를 상납하는 관행을 만든 이도 최 의원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최 의원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이던 2013년 5월 국정원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 전 기조실장에게 ‘국정원에서 청와대에 특활비를 주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 전 실장은 이를 남재준(구속기소) 당시 국정원장에게 보고했고 그 시점부터 매월 5000만원의 특활비가 청와대에 건네졌다는 것이 검찰의 수사 결과다.
최 의원은 정계에 입문하기 전 행정고시에 합격해 20년 가까인 기재부에 근무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정부 예산을 편성하는 업무를 하면서 자연히 국정원 예산에 관해서도 낱낱이 알게 됐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최 의원은 국회에서도 주로 예산 및 국정원 관련 상임위원회 활동을 통해 국정원 특활비의 편성 원리, 증빙 절차 등에 대해 잘 알게 됐다”며 “특히 국정원장에게 부여된 사용증빙을 요하지 않는 특활비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같은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방문조사를 시도했으나 박 전 대통령은 ‘정치적 목적의 수사에 응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조사를 거부했다. 박 전 대통령이 수동적으로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게 아니라 먼저 적극적으로 국정원 측에 특활비 상납을 주문한 것이라면 뇌물수수죄 죄질이 매우 나쁜 만큼 중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조만간 박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국정원 특활비 1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뇌물수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최 의원을 상대로 영장실질심사를 실시했다. 최 의원 측은 앞서 같은 혐의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상대로 청구된 영장이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행위가 뇌물죄에 해당하는지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기각된 점을 들어 “뇌물수수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의원의 구속 여부는 이날 밤늦게, 또는 4일 오전 결정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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