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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원더풀 지중해] 탁 트인 이오니아해 무대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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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14 10:00:00 수정 : 2017-12-13 21: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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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기항지, 시칠리아 메시나
지중해 푸른 바다를 거슬러 크루즈 선은 앞으로 나아간다. 복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깊은 밤을 지새워 기항지에 도착한 듯하다. 시칠리아섬의 도시 메시나다. 관광을 나서기 위한 사람들은 부지런히 채비를 한다. 저녁시간 전에 승선해야 하니 햇살이 뜨거워지기 전에 움직여야 조금은 느긋한 여행을 할 수 있다.

장화 모양의 이탈리아에서 장화 코에 걷어차일 듯한 곳에 있는 시칠리아섬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섬이자, 지중해에서도 가장 큰 섬이다. 제주도 14배에 이르는 크기를 자랑하며 지중해 중앙부에 있어 수많은 고대 문명의 교차로였다. 지배세력이 자주 변하다 보니 지배층에 대한 불신과 가족 간 유대를 강조하는 것이 시칠리아 문화가 되었다. 이는 마피아 같은 사적 폭력조직이 만들어진 배경이 되었다고 한다.

크루즈 선상에서 바라본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도시 메시나.
이제는 범죄조직의 일반명사가 된 마피아는 원래 시칠리아 범죄조직을 일컫는 말이었다. 특히 이탈리아가 통일된 19세기 말, 봉건적 질서는 무너졌지만 본토 중앙 권력이 미치지 못하면서 치안 공백이 생기게 된다. 이 시기 지역 부유층들이 자신들의 재산을 지키고 마을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사병조직을 만들었고, 이 조직이 마피아 유래가 됐다. 그러나 시칠리아는 범죄조직 탄생지라는 오명으로 남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섬이다. 여러 문명이 지배하면서 도시마다 다양한 특색을 갖추고 있으며 대부분이 산으로 사계절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이탈리아 타오르미나는 기원전 8세기 시칠리아를 점령했던 고대 그리스인들이 외부 침략에 대비해 이오니나 해안선을 따라 절벽 위에 세운 도시다. 유럽의 가장 유명한 휴양지 중 한 곳이기도 하다.
크루즈가 기항지로 선택한 메시나는 기원전 8세기에 건설된 오래된 도시로 시칠리아섬 북동부에 있는 인구 25만명의 도시다. 펠로리타니 산아래 기슭에 있으며 이탈리아 본토와 마주한 메시나 해협 서쪽에 있는 항구도시이자 시칠리아섬의 관문이다. 메시나는 해협을 사이에 두고 이탈리아 본토 칼라브리아주와는 페리로 연결된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안타깝게도 1783년, 1894년 등 대규모 지진 피해를 입으면서 역사적 건축물들은 많이 사라지고 지금은 매우 근대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

시칠리아에서 가장 높은 에트나산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활화산이다. 메시나 인근에 있으며 높이는 3350m에 달한다.
크루즈에서 제공하는 가장 인기 있는 시칠리아 관광 상품은 타오르미나 투어와 에트나 투어다. 에트나 투어는 메시나를 출발해 니콜로시를 거쳐 에트나로 이동한다. 시칠리아에서 가장 높은 에트나산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활화산이다. 메시나 인근에 있으며 높이는 3350m에 달한다. 지금도 매년 분화를 하며 활발히 활동하는 에트나산은 올해에만 2월과 3월 두 번 분화했다. 투어 프로그램은 리퓨지오 사피엔자 관광지구에 도착해 실베스트리 분화구를 관광하는 코스다.

타오르미나의 중심 도로 움베르토 거리는 방어 목적으로 만들어진 포르타 메시나라는 문에 들어서면 나온다.
그러나 선택은 시칠리아 섬의 보석으로 불리는 타오르미나를 방문하기로 했다. 타오르미나 투어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로마시대 극장인 그레코로만 원형극장을 방문하고 시칠리아 의회 건물로 사용됐던 코르바자 궁전과 음악 공연장인 오데온 극장, 모의 전투를 위한 인공호수 나우마키아의 고대 유물, 대성당을 돌아보는 일정이다.

사실 에트나 산은 지난 3월 분화 당시 관광객과 TV 촬영팀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는 화산이라는 두려움이 내심 컸다. 대신 타오르미나 관광을 통해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움베르토 거리에서 테아트르 그레코 거리를 따라 10여분 걸어가면 그리스 극장이다. 기원전 3세기에 그리스가 건설한 것으로 추정되며 산비탈에 직접 돌들을 옮겨 지었다. 그 후 로마인이 확장해 5400여명의 객석을 갖추고 있다.
크루즈에서 하선해 버스에 올라탔다. 매력적인 이탈리아 여성 가이드를 만났다. 은발 머리에 큰 눈, 그을린 피부색이 태양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듯하다. 이탈리아 억양이 배어나는 영어로 인사를 건네고 앞자리에 앉아 시칠리아에 관한 설명을 한다. 버스 뒷좌석에 앉아 코발트 빛깔의 하늘과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1시간을 달려 타오르미나에 도착했다.

타오르미나는 기원전 8세기 시칠리아를 점령했던 고대 그리스인들이 외부 침략에 대비해 이오니아 해안선을 따라 절벽 위에 세운 도시이다. 해발 210m에 자리 잡은 이 작은 마을은 지리적으로 지중해의 상업, 무역 주요 거점이었던 탓에, 역사적으로 잦은 침입을 받았지만 크게 파괴되지 않고 당시 매력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해안 절벽에 세운 도시이기 때문에 도시에서 내려다보는 바다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그 덕에 유럽의 가장 유명한 휴양지 중 한 곳이기도 하다.

메시나는 기원전 8세기에 건설된 오래된 도시로 시칠리아섬 북동부에 있는 인구 25만명의 도시다. 펠로리타니 산아래 기슭에 있으며 이탈리아 본토와 마주한 메시나 해협 서쪽에 있는 항구도시이자 시칠리아섬의 관문이다.
마을 입구에는 방어 목적으로 만든 포르타 메시나라는 문이 나온다. 이 문에 들어서면 도시의 중심 도로인 움베르토 거리다. 800m의 거리 양옆으로 휴양지답게 명품 브랜드 매장,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즐비하다. 거리는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이곳저곳에서 세계 각지의 언어가 들린다. 다양한 언어의 억양을 멜로디처럼 받쳐주는 음악이 길거리 악단 연주를 따라 울려 퍼진다. 거리 중간에 4월9일 광장(Piazza IX Aprile)이 있다. 눈앞에는 푸른 이오니아해가 펼쳐지고 에트나 화산이 저 멀리 우뚝 솟아 있다. 아름다운 전망을 자랑하는 시계탑은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움베르토 거리의 광장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 13세기에 세워진 후 재건축된 두오모 성당 등이 있다.
그리스 극장은 시칠리아에서 두 번째로 크지만 푸른 이오니아 해와 에트나 산 봉우리를 배경으로 마주하는 환상적인 전망은 세계 최고로 손꼽힌다.
광장을 따라 발걸음을 옮겨 13세기에 세워진 후 재건축된 두오모 성당을 방문하고 더불어 다른 성당들을 둘러보았다. 움베르토 거리에서 테아트르 그레코 거리를 따라 10여분 걸어가니 그리스 극장이다. 시칠리아에서 두 번째로 크지만 환상적인 전망은 세계 최고로 손꼽힌다. 기원전 3세기에 그리스가 건설한 것으로 추정되며 산비탈에 손으로 돌들을 옮겨 지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 후 로마인이 확장했고 당시 확장한 무대와 연주석, 5400여명의 객석은 공연장으로 사용된다. 푸른 이오니아해와 에트나산 봉우리를 배경으로 마주하면 이보다 더한 무대 장치가 필요할까 싶다. 흥에 겨운 관광객이 멋진 목소리로 아리아를 부른다. 전문가 솜씨는 아니었지만 음향장치 없이도 소리가 퍼져나가는 고대인들의 지혜를 확인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리스 극장은 지금도 공연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극장에서 산책을 즐기다 움베르토 거리로 다시 되돌아왔다. 자유시간이 허락돼 일행 중 몇몇은 이솔라 벨라(Isola Bella)라는 이오니아의 진주라는 섬으로 나들이를 가고 몇몇은 쇼핑과 카페에서 여유 있는 시간을 즐기기로 했다. 한낮, 햇살이 차양에 가득 맺힌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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