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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재미 과학·기술자들, 한국 4차 산업혁명에 큰 역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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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12 18:49:28 수정 : 2017-12-12 18:4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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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숙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장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 회장인 서은숙 미국 메릴랜드대 물리학과 교수는 천체물리학 분야의 권위자로, 우주의 신비를 캐는 스타 과학자이다. 워싱턴포스트(WP)가 발간하는 ‘워싱턴포스트 매거진’은 서 교수를 표지 모델로 내세워 그의 연구 활동을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서 회장은 1997년 11월 미국의 젊은 과학자에게 주는 최고의 영예인 ‘대통령상’을 받는 등 일찍부터 미국 과학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서 회장의 우주원리 규명 연구 결과는 ‘네이처’에 게재됐고, 뉴욕타임스(NYT)가 과학면에서 그의 연구 실적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 회장인 서은숙 미국 메릴랜드대 물리학과 교수가 11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칼리지 파크 캠퍼스의 연구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등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서 회장은 지구 밖 외계에서 지구로 날아오는 무수한 미립자인 우주선(cosmic ray)을 연구하는 학자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지원을 받아 올해 8월 우주정거장에 검출기를 띄워 우주에서 오는 ‘암흑 물질’의 근원을 규명하는 ‘ISS-CREAM(Cosmic Ray Energetics and Mass)’ 프로젝트의 총괄 책임자이다. 서 회장은 이 우주선의 가속과 전파 현상을 규명하는 야심 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와중에 1971년 출범한 미국 내 한국인 과학자와 기술자 모임인 KSEA 회장을 맡아 한·미 과학 협력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여성이 KSEA 회장으로 선출된 것은 서 회장이 처음이다.

11일(현지시간) 메릴랜드대 칼리지 파크 캠퍼스에 있는 연구실에서 기자와 만난 서 회장은 “재미 한인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한국의 4차 산업혁명 시대 준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미 과학자와 기술자는 한국과 미국의 생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면서 “창의력을 중시하는 미국의 연구 생태계에서 생활해온 이들이 한국의 4차 산업혁명 준비 작업에 창의력을 접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미국 과학계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미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미국의 대학 등 교육기관과 기업이 혁명적인 산업의 변화에 줄곧 대비하고 연구해왔다. 그 핵심은 창의성이다. 창의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를 맞아 미국의 각급 학교가 오래전에 강의 중심에서 토론식 수업으로 전환했다. 라운드 테이블에서 그룹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도록 함으로써 토론을 통한 창의력을 증진하는 데 교육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KSEA와 재미 과학자·기술자가 한국의 4차 산업혁명 준비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KSEA는 46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이 단체에 가입한 회원이 미국 전역에 걸쳐 1만여명에 이른다. 이 중 정회원은 6000여명이고, 4000여명은 학생 등으로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KSEA는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한국 산업 발전의 기반이 됐던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했다고 본다. 이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를 앞둔 상황에서 재미 과학자와 기술자가 다시 한 번 한국이 새로운 산업혁명을 준비하고, 세계를 이끌어가는 데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이 재미 과학자와 기술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창의력을 중시하는 미국의 연구 생태계를 한국에 이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미국 대학이 세계 과학·기술 발전을 선도하는 배경은.

“미국 대학은 최첨단 연구에 대학 학부생을 직접 참여시키는 등 철저히 ‘연구중심 대학’으로 운영된다. 대학은 교수가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이미 알려진 지식을 전수하는 곳이 아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지식을 만드는 것이고, 대학은 연구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야 한다. 창의성과 혁신은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다. 대학생이 최첨단 연구 등에 직접 참여하고, 그런 분위기에서 문제 해결 방식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학의 연구실은 누구도 정답을 모르는 문제를 푸는 곳이다. 대학에서 이런 식으로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훈련을 해야 졸업 후에 사회 각 분야에서 부딪히는 문제에 창의적인 접근을 할 수 있다.”

―미국 대학교수 입장에서 볼 때 한국 대학교육의 현주소는.

“한국 대학은 여전히 강의 중심이다. 한국 대학생은 공부를 많이 하지만 그것은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지 문제 해결 훈련이 아니다. 한국 대학생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기회가 부족해 창의성을 계발하기가 쉽지 않은 교육 환경에 처해 있다. 어떤 문제든 종합적인 지식이 동원돼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답을 모르는 상태에서 답을 찾아가는 훈련과 연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어떤 주제든 연구하는 자세로 나름대로 이론을 세워갈 수 있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한국 대학 교육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본다.”

―미국에서 여성의 과학·기술계 진출 현황을 설명해 달라.

“미국이 러시아나 이탈리아 등에 비해 여성의 과학·기술계 진출이 적은 편이다. 이공계 분야로 진학하는 미국의 여성 대학생은 많이 증가하고 있다. 그렇지만 전문직으로 갈수록 여성이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출산, 육아 등이 그 원인 중 하나이다. 그렇지만 바이오 분야 등 여성이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과 비교하면 미국은 여성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정비돼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선 한때 ‘이공계의 위기’라는 진단이 있었다. 미국은 어떤가.

“한국에선 유행을 따라가고, 인기를 좇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한국과 비교할 때 미국에는 개성을 중시하는 사회적인 풍토가 조성돼 있다. 전공을 선택할 때도 유행을 따르기보다 자신에 대한 고려를 깊게 하는 편이다. 자기 역량과 사회 공헌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바탕으로 진로를 선택하는 게 미국 학생들의 특징이다. 미국 대학에서는 물리학 등의 학문을 단순히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은 아닐지라도 소수의 호기심을 충족하면서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특정 분야의 전문가와 연구자가 나올 수 있다.”

―미국에선 여전히 순수과학이 우대를 받는지.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순수과학을 얼마나 우대할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국립과학재단(NSF) 등을 통해 정부 차원에서 순수과학을 지원하고 있다. 에너지부, 나사를 비롯한 정부 출연 기관이 순수과학 분야 연구를 지원하고, 기업도 상업성이 있는 연구·개발(R&D)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 국방·안보·방위 산업계의 순수 과학 지원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내 전공인 물리학은 순수과학에 속하고, 물리학을 통해 논리적 사고와 합리적 추정 방식을 배우게 된다. 이런 기본적인 훈련을 토대로 법률, 금융, 수학, 컴퓨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물리학적인 사고 능력을 응용하게 된다.”

―현재 미국 물리학계가 주목하는 ISS-CREAM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우주선 입자는 지상에서 인공 가속기로 만들 수 없는 초고에너지를 지니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우주정거장에서 장기간 설치된 검출기로 희귀한 우주 고에너지 입자를 측정하는 것이다. 우주선의 근원을 찾기 위해 ‘우주가속기’의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암흑물질을 탐구한다. 우주의 대부분은 인간이 알고 있는 물질이 아닌 암흑물질과 암흑 에너지로 이뤄져 있다. 보통 우리가 아는 물질이라는 것은 우주의 5%에 불과하다. 우주가 텅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로 채워져 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의 입자가 서로 부딪치면서 측정 가능한 우주선이 발생한다. ISS 크림 프로젝트는 고에너지를 지닌 우주선을 검출해 입자의 가속·전파 현상을 분석함으로써 거대한 별이 폭발하는 초신성과 같은 우주가속기를 연구하고, 암흑 물질의 근원을 규명하는 작업이다. 이 프로그램의 전 단계로 ‘크림(CREAM) 프로젝트’를 추진한 바 있다. 2004년부터 남극 기지에서 우주에 기구를 띄워 실험했고, 2011년에는 우주정거장을 이용하기 시작한 뒤 지난 8월 14일 미 플로리다주에 있는 케네디센터에서 우주정거장으로 발사된 ISS 크림을 통해 고에너지 우주선 측정 실험을 하고 있다.”

대담=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kuk@segye.com

●서은숙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장

●1961년 출생 ●대전여고 졸업 ●고려대 물리학과 졸업 ●고려대 물리학 석사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물리학 박사 ●메릴랜드대 연구원 ●메릴랜드대 물리학 종신 교수 ●우주선 프로젝트(ISS Cream) 총괄 책임자 ●재미 한인물리학자협회 회장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선 평가 그룹 멤버 ●신진 우수 연구자 미국 대통령상 수상 ●나사 그룹 업적상 수상●자랑스러운 한국계 미국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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