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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의 한국은 지금] "우리 연애할까요?"…가볍고도 무거운 30대 싱글남녀의 만남

입력 : 2017-12-10 13:08:30 수정 : 2017-12-11 10: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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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맛집이 늘어선 모처에 싱글 남녀 200명이 다가올 크리스마스부터 연말연시를 함께할 인연을 찾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기자도 참가자 신분으로 이들과 함께하며 생각을 공유했다.
싱글 남녀 200명의 단체미팅 현장. 2대 2로 만남이 진행됐다.
■ 처음은 어색
충분히 예상한 일이었지만 어색함은 피할 길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함께할 파트너가 정해져 혼자 뻘쭘한 상황은 면할 수 있었다.

자리를 배정받고 첫 번째 파트너인 여성 두 명이 자리에 앉자 어색함은 극에 달했다.
긴장한 모습은 모두에게서 역력했지만 미소로 인사하면서 말문이 트이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낮술이 한몫했다.

■ 30대 남녀가 단체미팅에 나선 이유
이날 자리에 모인 남녀에게는 ‘인연 만들기’ 외에도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은 주변의 결혼이 늘면서 자연스레 외톨이가 됐는데, 바쁜 일상이 이어져 “이성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그들은 “요즘은 혼자서도 밥을 먹거나 즐길 게 많아 그나마 다행이지만 혼자보다 둘이 좋다"고 덧붙였다.

생각에는 남녀차이가 없었지만, 참여나 관계 형성은 여성이 조금 더 적극적이었다.
이날 단체미팅에는 여성의 참여는 빠르게 완료된 반면 남성은 행사를 앞두고 인원이 채워졌다.

이런 모습은 지난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난다. 미혼 남녀 3만 8944명을 대상으로 연애·결혼·출산에 대한 생각을 묻자 여성 58%, 남성 52%가 ‘연애는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길게 늘어선 여성 참가자들. 참여나 관계 형성은 여성이 조금 더 적극적이었다.
■ 가볍고도 무거운 만남
많은 참가인원으로 만남에는 빠른 계산과 판단이 필요로 했다. 4시간이 주어졌지만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30대의 만남이기에 시간을 두고 대화가 오갈 거로 생각한 건 착각이었다.

우물쭈물하는 사이 여성들은 곧바로 자리를 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기회는 많고 시간은 짧다‘라는 생각이 큰 듯했다. 기자가 ’폭탄‘이었던 이유가 큰 것으로 보인다. 파트너였던 박모씨에게 지금도 미안한 마음이다.
 
파트너가 바뀌면서 지나간 만남보다 대화나 분위기가 조금씩 나아졌지만, 사는 곳이나 직업, 나이만으로도 쉽게 연봉이나 생활 수준을 짐작할 수 있어서 간단한 호구조사가 끝난 후 외모로 ’이동‘ 또는 ’대화‘가 순식간에 판가름이 났다. 더 자세한 알아보기는 행사 후 애프터에서 진행됐다.

반면 모두가 그런 건 아니어서 작은 희망이 생겼다.

■ 다다익선 vs 집중공략
주변을 둘러보니 ’이동하는 사람=짝을 찾지 못한 사람’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여기에는 다소 차이가 있는데 다른 파트너를 만나기 위해서나 맛집을 돌아다니기 위함도 있다.

하지만 호감 가는 상대를 찾은 남녀는 자리를 옮기지 않고 대화를 꾸준히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음식은 어색함을 덜어줄 도구일 뿐 설레는 이성과의 만남을 뛰어넘을 순 없었다.

모두 생각이 다르다고 느낄 때쯤 기회가 찾아 왔다.
분위기가 무르익은 탓과 약간의 알코올의 도움으로 ‘하하호호’하는 대화가 가능해지면서 자리이동을 함께 하자는 말과 연락처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옆자리에는 차갑게 자리를 박차고 나선 여성들이 있었다.

한편 새로운 만남을 위해 자리를 뜨면서도 호감 여부에 따라 연락처를 묻곤 했다.
또 로맨틱한 만남을 기대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인맥을 넓히거나 여성은 맛집에 포인트를 두기도 했다.
처음 어색함이 연출 됐지만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전해지는 등 분위기 전환이 빠른 특징을 보였다. 남녀 모두 어색함을 깨고자 노력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 요즘 30대 싱글 남녀의 만남
단체미팅은 약 6년 전쯤부터 있었지만 올해 약 6000여명에 이르는 남녀가 미팅에 참여하는 등 최근 들어 참여와 관심이 늘어난 모습이다.
관계자는 ‘부담 없는 만남을 추구하는 경향과 연애와 결혼은 별개로 보는 생각이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결혼이나 소개팅은 목적이 강하게 작용하지만, 이런 만남은 가볍게 즐기며 여러 파트너를 찾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중문화평론가 이택광 교수는 “청년들은 ‘비혼’을 선언한 것이지 연애를 포기한 건 아니다”라며 “기성세대와 달리 자유로운 만남이나 인적 네트워크 형성이 목적인 경우가 많아진 점이 만남의 형태가 다양해지는 배경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루가 빠르게 변하는 지금 남녀의 두근거릴 만남도 그에 맞춰 변화하는 모습이다.
편리하고 부담이 없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히지만, 한편으론 이런 단순함이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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