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이것만은 확 바꾸자!] 전두환·노태우 정부 때 ‘율곡사업’ 국방장관 억대 뇌물

방위사업 비리 변천사/靑·軍 고위적 인사 등 개입 조직적 비리/YS정부 땐 린다 김 ‘백두·금강사업’ 연루

방위사업 비리가 국민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다. 그 이전 시기에는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원조받는 경우가 많아 비리가 발생할 여지가 거의 없었다.

1980년대부터 해외에서 무기를 구매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청와대와 군 수뇌부 등 고위직이 연루된 비리 사건이 발생했다.

율곡비리는 대표적인 권력형 방위사업 비리다. 전두환·노태우정부 시절 군 전력 증강 사업인 율곡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국방부 장관 등이 억대의 뇌물을 받았다.

청와대와 군 고위인사들이 개입된 권력형 비리 사건이다 보니 실무 차원에서 제출된 무기 도입 계획은 명확한 이유도 설득 과정도 없이 뒤집혔다. 차세대전투기(KFP) 사업에서 숱한 논란 끝에 F/A-18을 제치고 F-16이 선정된 것도 이때다.

1990년대에는 군 고위인사와 국회의원 등이 로비스트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수법이 등장했다. 김영삼정부 시절 이양호 전 국방부 장관과 관련된 로비스트 린다 김이 주도했던 백두·금강사업이 대표적이다. 미군에게 의존하던 대북 정보 수집을 우리 군이 독자적으로 하기 위해 시작된 백두·금강사업은 원래 취지는 잊히고 린다 김이 개입한 사업이라는 오명만 남았다.

2000년대 들어서는 군 수뇌부 대신 사업 실무자들이 비리 의혹에 연루되는 사례가 늘어났다. 무기 도입 사업 관련 정보 공개 범위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무기중개상이나 해외 방산업체는 정보를 받는 대가로 사업 실무자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다. 초기에는 군사기밀을 업체에 건네는 데 그쳤지만 입찰서류나 납품단가 조작, 시험성적서 위조 등으로 확대됐다.

방위사업 비리 척결을 강조하며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고강도 사정을 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7월 17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방위사업 비리와 관련,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애국과 비(非)애국의 문제로 더는 미룰 수 없는 적폐 청산 과제”라고 밝혔다.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13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방위사업 비리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고의적인 원가부정과 입찰담합, 공문서 위·변조, 뇌물·향응 제공, 기밀유출 등 비리를 저지른 업체나 방사청 직원은 즉시 퇴출하겠다”고 밝혔다.

박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