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가 우남칠 연세대 교수에게 의뢰해 분석한 지하수위 변동 결과는 지하수 연구가 지진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지하수위 변동은 암석이 쪼개질 때 나오는 방사성 가스 라돈의 증가와 더불어 지진 발생 전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땅속에는 물을 거의 통과시키지 않는 ‘불투수성 지층’이 있다. 지하수는 불투수층 위쪽에 있는 지층에서 흐르는데 평소에는 대기압이나 강수량 등의 요인으로 수위가 변한다. 바닷가 지역 지하수는 밀물과 썰물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지진이 일어나 불투수층에 균열이 생기면 불투수층 상하로 수압에 변화가 생겨 지하수위도 달라지게 된다.
27일 해외의 관련 연구에 따르면 규모 5.4의 지진이 일어나면 암반에 따라 진앙으로부터 반경 152㎞에서 최대 325㎞까지 지하수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국가지하수관측망의 경우 이번 지진으로 경북 5곳, 경남 1곳, 전남 2곳, 충남 3곳에서 지하수위의 이상 변동이 감지됐다.
지진이 발생한 포항에서는 신광면에서 28㎝의 수위 하락이 관측된 데 이어 남구 장흥동에서도 8㎝가량 수위가 낮아졌다.
이러한 지하수위 이상 변동은 지난해 9·12 경주지진 때도 보고됐다. 규모 5.8로 이번 지진보다 더 강했던 경주지진 당시에는 무려 46개소에서 지하수위가 변했다.
지진으로 요동친 지하수위는 불투수층에 난 균열이 다시 메워지면 원래 상태를 회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영구적으로 달라지기도 한다.
경주시 산내면 지하수 관측소는 지진 발생 전 198m대의 수위를 보였지만 경주지진 당일 수위가 27㎝ 올랐고 이후로도 수위가 점차 상승해 지난 1년간 종전보다 1m 남짓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산내 관측소는 이번 지진에서도 4㎝ 수위 상승이 관측됐다.
우남칠 연세대 교수가 연구실에서 모니터로 지하수위 변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하지만 국가지하수관측망은 일 단위로만 자료가 공개돼 지진 감시에는 한계가 있다. 국가지하수관측망을 위탁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수위는 관측장비 교체 등에도 한두 시간 동안 크게 변할 수 있다”며 “이런 인위적인 요인에 의한 변화를 이상반응으로 받아들이면 안 되기 때문에 일 평균 자료만 제공하고 시간단위 자료는 보정을 거쳐 추후 연보에 담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실시간 자료를 모아 하루 평균을 하면 짧은 시간 동안 나타난 변화는 지하수 관측망에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 교수팀이 기상청 과제로 지난달 경남 양산시 부산대 양산캠퍼스에 설치한 지하수 관측소는 분 단위로 관측된 정보가 전송된다. 양산관측소 자료의 지하수위 그래프를 보면 지난 15일 오후 2시29분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1분 뒤인 오후 2시30분 급격히 떨어졌다가 다시 1분 뒤 튀어 오르는 모습을 보인다. 일일 평균으로 나온 자료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바다와 가까운 관측소에서는 지진으로 지하수계에 작용하는 압력이 변하면 유입되는 지하수와 해수의 양에 변화가 생긴다. 만일 바닷물이 평소보다 많이 들어오게 되면 염도가 올라가 전기전도도가 상승하고, 담수가 많이 유입되면 낮아지게 된다.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지하수관측망 가운데 포항 앞바다와 가까운 곡강관측소(곡강2)의 경우 지진 발생으로 전기전도도가 절반가량 낮아졌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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