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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사이드] '이니템' 전성시대…'달님'과의 연결고리 갖기 열풍

입력 : 2017-11-25 10:01:28 수정 : 2017-11-25 10: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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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시구 점퍼/등산복·기념우표 매진/文 표지 나온 타임 품귀/이니시계 열광/소량만 생산 희소성 지녀/한쌍 420만원 팔리기도/靑 “구해달라” 민원 쏟아져/과거 지도자와는 달리/친국민·친생활 제품 써/대중과의 친밀감 높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지난달 2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 문재인 대통령이 마운드 위에 섰다. 투표 인증 1위 지역에서 시구를 하겠다는 공약과 함께 대학 시절 학년 대항 야구경기에서 주장을 맡아 우승을 이끌었다던 이력이 새삼 화제가 됐다. 관심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착용한 푸른색 야구 국가대표팀 점퍼와 회색 운동화에도 시선이 쏠렸다. 5년 전 출시된 이 점퍼가 상품 목록에 올라 있는 한 야구용품 사이트에 방문자가 몰렸다. 지금은 구할 수 없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 야구 게시판에는 “문 대통령님이 시구할 때 입은 점퍼 삽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네티즌은 문 대통령이 신고 있던 운동화 추적에도 나섰다. 그가 5년 전 대선 유세 당시나 진돗개와 산책할 때 신었던 3만원대의 국내 브랜드 제품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이 신발 구입에 성공했다는 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급기야 프로스펙스 측이 온라인쇼핑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렸다. “네, 프로스펙스 운동화 맞습니다. 2012년에 출시한 것도 맞습니다. 슬프게도 현재 단종된 것도 맞습니다. 오랫동안 가끔씩 신어 주시는 것 같아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시구를 하고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이 입었던 푸른색 야구 국가대표팀 점퍼와 회색 운동화는 ‘이니템’으로 관심을 끌었다.
광주=연합뉴스
문 대통령 관련 상품인 이른바 ‘이니템’(문 대통령 이름에서 딴 애칭 ‘이니’와 ‘아이템’을 합친 신조어) 혹은 ‘이니굿즈’(이니+상품·Goods) 열풍이 식을 줄을 모른다. 70%대의 지지율 고공행진이 멈추지 않는 한 문 대통령과의 ‘상징적 연결고리’로 이니템을 소비하는 행태 역시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뭐니뭐니해도 이니템의 최고봉은 ‘이니시계’로 불리는 문 대통령 시계다. 봉황 문양과 문 대통령 서명이 박힌 이 시계는 희소성이 더해져 더욱 인기가 많다. 기념품·선물로서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문 대통령 소신이 강해 청와대에 초대받은 소수 손님 정도만 소장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얼마 전 한 나눔장터에서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기증한 남녀용 이니시계 한 쌍이 420만원에 팔렸다. 시계 제작 직후 청와대 회의에서 첫선을 보인 것을 임 실장이 보관해 두고 있다가 내놓은 것인데, ‘1호 이니시계’라는 상징성이 보태져 가격이 뛰어올랐다고 한다.
지난 8월 이니시계가 언론에 공개된 후 청와대 관계자들은 “하나만 구해 달라”는 숱한 부탁을 받아야 했다.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이정도 총무비서관에게 달려가 보지만 냉정하게 거절당하기 일쑤. 그래서 붙은 이 비서관 별칭이 ‘통곡의 벽’이다. 한동안은 자기 자신조차 이니시계가 없는 직원이 수두룩했다. 원성이 빗발치자 청와대는 생일을 맞이한 직원에게 시계를 주기로 했다. 시계를 하루라도 빨리 받으려고 직원들이 평소 쇠는 양력 생일 대신 음력 생일을 적어 넣는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새 정부 출범일인 지난 5월10일 이후 생일자까지 소급적용한 탓에 5월9일에 태어난 직원이 ‘최대 피해자’로 기록됐다고 한다.
타임지 아시아판.
북악산 산행 당시 등산복.
아이돌 스타급 ‘완판(완전판매)남’ 조짐은 대선 때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이 표지를 장식한 타임 아시아판(5월4일 발행)이 날개 돋친 듯 팔리면서 품귀현상을 빚었다. 취임 직후 출입기자들과 북악산 산행을 했을 때 입었던 주황색 등산복은 사전예약분 300벌이 1시간 만에 모두 팔리자 이후 재출시되기도 했다. 공식 이니템인 문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 500만장과 시트 50만장은 사실상 매진됐고 우표첩은 3만2000부가 모두 팔려 약 25만부가 추가 발행됐다.

세계적으로 존 F 케네디 셔츠·넥타이나 체 게바라 티셔츠 등 정치인 관련 상품이 나오는 것처럼 국내 업계도 문 대통령 인기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프로스펙스는 문 대통령 워킹화의 사연을 소개하며 후속 모델 홍보를 곁들였고 LF는 ‘닥스 완판왕! 달님 따라잡기’ 이벤트를 통해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할 때 입었던 체크무늬 셔츠 등을 판매했다.
문재인 대통령 기념우표.

최근에는 청와대도 이런 홍보전에 가세했다. 평창동계올림픽 ‘붐업’을 위한 이벤트를 시작하며 문 대통령과의 오찬 및 이니시계(20명)를 경품으로 내건 것이다. 참모들의 제안을 평창올림픽 홍보대사인 문 대통령이 흔쾌히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이니템의 인기는 문 대통령의 높은 국정운영지지율, 지지자들의 강력한 팬덤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여기에 ‘친숙함’이라는 요소를 보태 설명한다. 배 본부장은 “과거 정치 지도자들의 생활이 베일에 가려졌던 것과 달리 문 대통령은 대개 일반 대중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친국민, 친생활 제품을 쓰기 때문에 이니굿즈가 대통령과의 친밀감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널리 소비되는 것”이라며 “이니템이 대통령과의 눈높이를 일치시키는 ‘공감효과’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평가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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