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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미의영화산책] 벼랑을 길로 만드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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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27 20:59:00 수정 : 2017-10-27 20: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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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성공을 꿈꾼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도 역경이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을 가끔 잊는다. 문제는 그 역경을 어떻게 극복했는가가 중요하다. 사각의 링에서 승리와 패배가 냉엄하게 결판나는 권투 같은 스포츠는 성공과 실패의 낙차가 가장 크게 드러난다. 영화 ‘블리드 포 디스’(감독 벤 영거)는 WBA 주니어 미들급과 IBC 슈퍼 미들웨이트급까지 두 체급 석권의 대기록을 세웠던 전설의 복서 비니 파지엔자(마일스 텔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위플래쉬’에서 드러머로 불타는 의지를 보여줬던 마일스 텔러의 실감있는 연기가 비니의 드라마틱한 삶을 감동적으로 다가오게 한다. 이 영화는 챔피언이 된 비니가 교통사고로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뒤 재기에 성공하기까지를 그린다. 그 과정에서 비니의 투혼과 어떤 상황에서도 그를 믿고 도와준 코치 케빈(에런 엑하트)과 가족의 사랑은 우리가 고통에 빠졌을 때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비니의 의지는 놀라울 만하다. 목이 부러지는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있을 때, 의사는 척추고정술을 해야 그나마 걸을 수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비니는 의사의 말을 반박하며, 목을 고정만 시켜 달라고 한다. 척추고정술을 하게 되면 권투를 영원히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의사는 할 수 없이 현대 의술에서는 잘 하지 않는 헤일로 수술을 한다. 헤일로를 한 상태에서는 목에 조금이라도 자극이 가면 목뼈가 다시 부러질 수 있다. 그런 상태에서도 비니는 회복도 안 된 몸을 조금씩 움직여가며 훈련을 시작한다. 뿐만 아니라 비니는 마취 주사도 스포츠맨에게는 좋지 않다며 헤일로 밴드를 제거하는 수술에서도 맨몸으로 견딘다. 코치 케빈도 비니의 의지에 감동해 훈련을 시키기로 마음먹게 되고 그 결과 다시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영화 엔딩 부분의 인터뷰 영상은 비니가 어떤 자세로 살아가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비니는 자신이 수없이 들어온 말 중 가장 큰 거짓말이 바로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야”라는 말이라고 한다. 이 말이 도전하지 못하고 포기하게 만드는데, 불가능해 보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의외로 간단하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불가능은 없었던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삼포시대’(연애·결혼·출산 포기)라는 말이 유행하는 등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많은 시대에 비니의 말은 경종처럼 우리에게 울림을 준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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