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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경제혁명인가 투기광풍인가]'한방' 심리에 묻지마 투자 러시…제2의 '튤립 버블' 우려

입력 : 2017-10-16 18:47:45 수정 : 2017-10-17 10:2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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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급등락 반복하며 안정성 못 갖춰 / 다이먼 JP모건 회장 “결국 폭발” 경고 /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조차도 “거품”
1636년 경제대국 네덜란드에 광풍이 몰아쳤다. 귀족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온 국민이 튤립 사재기에 나섰다. 튤립 뿌리 한 개 값이 집 한 채 값까지 치솟았다. 절정의 끝은 절망이었다. 이듬해 매수세가 끊기자 튤립 가격은 폭락했다. 파산자가 속출했고 급기야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은 공황으로 치달았다.

비이성적 과열이 버블(거품)을 만들고 절정에 이르면 버블이 터지면서 공황을 맞는다. 시대에 따라 투기대상만 바뀔 뿐 되풀이되는 시장실패(market failure)의 역사다. 작금 논란 속의 ‘21세기판 튤립’ 후보는 비트코인, 이더리움이 대표하는 가상화폐다. 지금 결말을 예단키는 어렵다. 가격 폭락의 우려와 성장 지속의 기대가 팽팽하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튤립 버블보다 비트코인 버블이 더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비트코인은 결국 작동하지 않을 것이며 폭발하고 말 것”이라는 경고다.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린 부테린도 최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상화폐 열풍을 ‘버블’로 규정했다.

지금 가상화폐 시장은 비이성적 과열이 넘실대는 투기장으로, 거품이 만들어졌을 개연성이 짙은 게 사실이다. 가상화폐가 정확히 뭔지도 모르면서 가격 급등에 현혹돼 투자에 나서는 이들이 허다하다. ‘묻지 마’ 투자행렬은 버블의 징조다. 버블은 마냥 지속할 수 없다. 언젠가는 꺼진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9일 언론 기고문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폭락할 것(the price of Bitcoin will collapse)이라는 게 내 최선의 추론(best guess)”이라고 밝혔다.

시장에 버블이 쌓인다는 것은 시중자금이 비생산적이고 투기적인 방향으로 몰리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활용에 대해 규제의 칼을 빼든 이유다. 정부는 지난달 말부터 투자금을 가상화폐로 조달하는 화폐공개(ICO)를 전면 금지했다. 금융당국은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가상통화’라고 부른다.

차현진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은 지난달 ‘가상통화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강연에서 “화폐나 금융상품이 아니라 희소성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물건, ‘가상 골동품’으로 부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하는 탓에 화폐의 기본적 속성인 안정성조차 갖출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가상화폐 거래에 따른 부작용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가상화폐는 거래내역 일체가 공개돼도 그 거래가 누구에 의해 이뤄진 건지 알 수 없기에 자금추적에서 자유롭다. 범죄집단이나 부정한 세력이 마약거래, 자금세탁 등에 활용할 가능성이 크며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가상화폐는 버블 붕괴 뒤 한낱 꽃으로 돌아간 튤립의 운명을 따를 것인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위험한 것은 언제 다시 폭락할지 모를 가격이지 가상화폐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튤립과는 다르다. 확장성이 작지 않다”고 말했다. 차 국장도 “기존화폐를 대체하기는 어렵겠지만 가상화폐를 활용한 거래는 분명히 늘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가격에 대해 ‘버블’이라고 지적한 로고프 교수도 “장기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은 번성하겠지만…”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가상화폐의 확장성은 핵심기술인 블록체인에서 나온다. 블록체인이라는 혁신기술 덕분에 가상화폐는 중앙의 권위, 제3자 보증 없이도 신뢰성과 안전성을 담보하면서 사용자간(P2P) 거래될 수 있는 것이다.

가상화폐의 미래에 대한 낙관론은 여기서 나온다.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시대에 그 쓰임새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비탈린 부테린은 가상화폐 버블론을 펴면서도 “이더리움은 단지 화폐가 아니라 플랫폼, 산업 윤활유”라며 “가상화폐가 은행을 대체할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 미국 월가에서도 가상화폐를 주목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는 최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가상화폐 시장에는 큰 잠재력이 있으며 이것이 널리 통용되기 전에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CEO도 “가상화폐는 일시적 유행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최대은행인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CEO는 지난 3일 트위터에 “지폐가 금을 대신했을 때도 사람들이 회의적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썼다.

총자산의 10%를 가상화폐에 투자해 화제를 모은 억만장자 투자자 마이크 노보그래츠 전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 매크로 매니저는 “비트코인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거품이 될 것”이라면서도 “가상화폐 시장에 낀 거품은 과거 철도거품이나 인터넷거품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는 걸 기억하라”고 강조했다. 버블이 쌓여 폭락의 위험을 안고 있지만 그렇다고 튤립은 아니다는 주장이다. 애초 투자가치가 없던 튤립과 달리 가상화폐의 성장 가능성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블록체인(Block chain)=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가능케 한 핵심기술이다. 가상화폐 거래를 기록한 것으로 ‘공공 거래장부’로 번역된다. 기존 금융거래는 금융회사의 중앙집중형 서버에 거래기록을 보관하지만 블록체인은 거꾸로 거래 기록을 모든 사용자들과 공유한다. 비트코인 사용자가 최근 거래 내역을 적어 넣으면 새 거래 장부를 다른 비트코인 사용자가 나눠 가진다. 이런 작업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며 주기마다 만들어지는 거래 내역 묶음을 ‘블록’이라고 부른다. 수많은 컴퓨터에서 생성되는 거래 블록은 서로 체인처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해킹이나 조작 등을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뤄진 모든 비트코인 거래 내역이 블록체인 기술로 보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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