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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나선 美… ‘한국경제 뇌관’ 가계부채로 불똥 튀나

입력 : 2017-09-21 18:58:35 수정 : 2017-09-21 18:5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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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리 인상 압력 커져/취약차주 빚 80조4000억원/금리 오르면 벼랑끝 내몰려/외국인자금 유출 가능성도/한은 통화정책 고민 깊어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보유자산 축소를 공식화하면서 우리 경제 뇌관인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는 그동안 시중에 푼 유동성을 거둬들인다는 의미로, 기준금리 상승과 유사한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당장은 아니지만 인상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가중된다. 1400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도 문제지만, 빚 상환 능력이 취약한 ‘약한 고리’가 끊어질 위험이 커진다는 점에서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를 마친 뒤 보유자산 축소를 결정한 배경 등에 대해 밝히고 있다.
워싱턴=UPI연합뉴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기준으로 가계부채는 1388조3000억원에 이른다. 7월 이후 현재까지 증가분을 감안하면 이미 1400조원을 넘어섰을 것이란 전망이다. 고정금리 대출이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변동금리 대출이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금리 상승에 직접 영향을 받는다. 당장 이날도 은행 대출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006%포인트 상승했다.

금리상승 여파는 취약차주나 중·저신용자에게 더 크게 다가온다. 이들은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신용대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고금리에 시달리는 이들은 금리 부담이 더 커지면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금융안정회의에 제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를 보면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저신용(신용등급 7∼10등급)인 취약차주가 보유한 대출 규모는 6월 말 현재 80조4000억원에 이른다. 전체 가계대출의 6.1%에 해당하는 규모로, 작년 말과 비교하면 1조9000억원 늘었다. 다중채무자와 저신용·저소득에 모두 해당하는 차주의 대출액은 12조4000억원이나 된다. 취약차주 빚의 67.3%가 상호금융, 신용카드, 대부업체에서 빌린 돈이다. 제2금융권 평균금리는 상호금융이 연 3.9%, 저축은행 연 14%, 대부업 연 23.5% 등으로 은행(3.2%)보다 훨씬 높다.

신용등급 4∼6등급인 중신용자들도 금리 부담이 크긴 마찬가지다. 은행들이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을 늘렸다고는 하지만 전체 은행대출에서 중신용자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17.7%에 불과하다. 이들은 여전히 저축은행, 신용카드사, 대부업체 문을 두드리는 실정이다. 중신용자들이 부담하는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5.8∼27.6%로, 고신용(3.7∼16.3%)과 차이가 있다.

이들이 금리 상승으로 빚을 갚지 못하면 채무불이행자로 추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문제는 채무불이행자가 되면 다시 정상적인 금융생활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처음으로 나이스평가정보를 활용해 2014년 새로 채무불이행자가 된 39만7000명을 추적한 결과 3년 6개월이 지난 올해 6월 말 현재 19만4000명(48.7%)만 신용을 회복했다. 신용회복이 됐어도 3.6%는 다시 채무불이행자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빚을 갚지 못한 상태가 길어질수록 신용회복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채무불이행자 가운데 1년 이내로 채무를 갚은 경우 신용을 회복한 비율은 29.5%였으나 채무불이행 기간이 3년 이상이 되면 1.1%로 대폭 낮아졌다. 1∼2년 이내 빚을 갚은 사람들은 대부분 담보대출자로, 그나마 변제를 할 수 있었지만 담보도 없는 사람들은 돈이 필요해 고금리 신용대출을 받은 뒤 다시 채무를 변제할 돈이 없어 장기 연체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앞에 둔 한은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통화정책 변수가 더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가 시작되고, 연내 추가로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자금 유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가계부채 부담은 커진 상태에, 국내 경기는 생각만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북핵 리스크도 더해졌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부)는 “예상했던 결과라고는 하지만 연준의 자산 축소가 상당기간 지속되고, 미국 금리인상도 이어지면 시중 자금사정에 영향이 없을 수 없다”며 “이런 상황에 대비하라는 시그널을 보내고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지금은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아 동결할 단계”라면서도 “재정을 풀고, 최저임금 인상 등 물가를 상승시킬 수 있는 정책 등을 통해 필요할 때 금리를 인상할 수 있도록 실탄을 미리 비축해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경·염유섭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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