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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스포츠] “연습만이 슬럼프 넘는 길… 올림픽 金 주인공 될 것”

입력 : 2017-09-19 06:00:00 수정 : 2017-09-18 22: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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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5종 세계선수권서 한국 첫 개인전 우승한 정진화 새벽 6시에 일어나 장거리와 스피드 훈련을 섞은 한 시간 반 정도의 육상. 아침 식사 뒤 오전 10시부터 수영 훈련 한 시간 반. 점심 식사 뒤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승마와 펜싱 훈련. 이는 근대5종 국가대표 정진화(28·LH)의 하루 훈련 스케줄이다.

지난달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2017 근대5종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최초로 남자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건 정진화(LH)가 18일 전지훈련지인 경기도 수원시 경기체육고 펜싱장에서 훈련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지난 12일 전지훈련지인 경기도 수원시 경기체육고에서 만난 그는 “종목별 이동시간을 포함하면 하루에 쉬는 시간은 밥 먹고 소화시킬 때가 전부”라고 털어놓았다. 근대5종은 펜싱-수영-승마-복합(사격과 육상) 성적으로 순위를 가리는 종목이다. 일반 운동 선수들과 달리 5종목을 모두 잘해야 하다 보니 근대5종 선수들의 하루 일과는 이처럼 빈틈없이 돌아간다.

저녁을 먹은 후에도 쉴 시간은 없다. 선수들은 개인 웨이트를 하거나 개인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채우는 보강 훈련을 한다. 빡빡한 일과가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까지 이뤄지고 나서야 선수들은 다음날 저녁까지 하루 정도 휴식을 부여받는다. 1년간 1~2주를 푹 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정진화는 혹독한 일과라는데 동의하면서도 “매일 하는 것이어서 적응이 됐다”며 쑥쓰러워했다.

압도적인 연습량은 결국 결과로도 입증됐다. 정진화는 지난달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2017 근대5종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최초로 남자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다. 2004년 이춘헌의 은메달을 넘어 13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정진화는 “시합이 끝나면 엄청 피곤해서 바로 곯아떨어지는데 그날 밤은 설레고 감격스러워 잠을 설쳤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진화는 중학교 2학년 때 학교에서 근대3종을 맡고 있던 현 울산시청 신승일 감독의 눈에 띄어 권유를 받고 근대5종에 입문했다. 그전까지는 운동을 좋아하지만 근대5종이 뭔지조차 모르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집안의 반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진화의 어머니는 어렸을 때부터 마른 데다 약한 체질이던 정진화를 걱정해 운동하는 것을 승낙하지 않았다. 정진화는 “감독님께서 어머니한테 몇 번이나 전화하시고 설득하셨다. 저도 워낙 좋아하고 하니까. 공부에는 흥미가 없어보이고…”라며 웃었다. “다치지만 말고 하라”던 부모님은 이제 누구보다도 정진화의 몸관리에 신경써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정진화는 2007년 고등학교 3학년 때 첫 태극마크를 달았고 이듬해 제16회 근대5종 아시아선수권대회 남자 계주 부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유망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정진화는 2009년 훈련을 하다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운동을 계속 해야 할지 고민할 정도로 앞이 막막했다. 재활을 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근육을 만들며 운동해야 하는 데다, 재활을 한다고 해서 그전처럼 기량을 되찾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었다. 정진화는 “지금도 운동을 조금만 소홀히 하면 왼쪽 무릎이 부담될 때가 있다”면서도 “부모님이 옆에서 의지가 돼주셨다. 계속 참고 하다 보니 다시 몸이 조금씩 올라왔다”며 꾸준함을 슬럼프 극복의 힘으로 꼽았다.

근대5종 정진화(가운데), 전웅태(왼쪽), 황우진(오른쪽) 선수.
남정탁 기자

올해 한국 근대5종은 지난 7월부터 시작된 2017 세계유소년선수권대회 금메달 획득에 이어, 연일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8월 전웅태(22·한체대)와 황우진(27·광주시청)도 세계선수권 남자 계주 부문에서 2016년에 이어 2연패에 성공했고 김선우(21·한체대)도 같은 달 세계청소년선수권 여자 개인전에서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정진화는 대한민국 근대5종이 강한 이유를 ‘결속력’에서 찾는다. 그는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 근대5종은 내가 못하더라도 우리 후배나 친구가 잘하면 자기 일처럼 같이 기뻐해주는 가족 같은 분위기가 있는데 이런 면이 대회에서 플러스효과를 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가올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계주나 단체전 없이 개인전에만 2명이 나설 수 있다. 선수들 간 선의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진화는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첫 올림픽 무대를 밟아 최종 11위로 한국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을 거뒀고, 2016 리우 올림픽에서는 13위에 그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그는 “선수로서 최종 목표는 올림픽이다. 세계선수권 우승을 한 번 해봤으니까 이제 자신감도 좀 생긴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컨디션 조절 잘하면서 연습하다 보면 금메달의 주인공이 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며 각오를 다졌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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