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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부산복지공단, 재심사위 모두 환경미화원 사망관련 경찰 내사결과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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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31 23:17:07 수정 : 2017-09-29 14: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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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네티즌의 눈시울을 적신 부산 남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산재 소송과 관련, 근로복지공단 부산지역본부와 재심사위원회가 모두 경찰 내사 결과를 무시한 사실이 31일 뒤늦게 드러났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지난 2015년 연말부터 2016년 2월 24일까지 두 달 동안 남구청 소속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다 숨진 권영모(사망 당시 41세)씨 급사 사건과 관련, 내사를 벌인 뒤 2월 26일 사건 처리결과를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보고했다.

 

2015년 12월 30일 새벽근무 직후 병원으로 이송돼 급성 패혈증성 쇼크로 숨진 부산 남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권영모씨의 부친 권태원(72)씨가 지난 8월 23일 부산지법 306법정에서 증언했다. 증언 후 법원 청사 밖에서 인터뷰에 응한 권씨가 감정이 북받치는 듯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전상후 기자

경찰은 내사요지에서 “변사자(권영모)는 이미 백혈구와 혈소판이 감소하는 병세가 서시히 진행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이러한 병세에서 직업 특성상 변사자는 추운 겨울 새벽에 일을 하는 환경미화원으로서 감기몸살을 동반한 내재적 질병인 ‘혈소판 감소증’에 의한 급성 패혈증 쇼크사로 판단된다”고 적시했다.

 

이같은 내살 결과는 경찰이 부산 남구청과 숨진 권씨를 최초로 진료한 성모병원 담당의사, 응급실 진료기록지, 간호기록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감정서, 유가족 조사 등 꼼꼼하고 광범위한 조사를 두 달 동안 진행한 후 내린 결론이다.

 

사망원인도 성모병원, 2차 진료기관인 동아대병원, 근로복지공단 자문의와 일치한다.

 

특히 경찰은 이 내사보고서에서 남구청 청소행정과 담당 공무원을 상대로 수사한 결과 숨진 권씨가 통상 오전 6시∼오후 4시까지 근무시간을 배정받았지만, (작업량이 많은)지역특성상 오전 4시30분∼오후 4시까지 근무한 사실을 확인해 기록으로 남겼다. 정상 출근시간보다 1시간 30분이나 이른 새벽인 오전 4시30분 출근은 환경미화원 업무를 처음 시작한 권씨에겐 상당한 과로가 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근무방법은 주거지(용호동)에서 근무지인 남구 대연동 현장으로 출근, 작업을 실시하고 오전 8∼9시 아침식사, 이후 다시 근무를 시작해 낮 12시∼오후 1시 점심식사를 하고 청소여건에 따라 작업 종료시간인 오후 4시 이후 현장에서 곧바로 퇴근했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이같은 경찰의 내사 결과 의견을 근로복지공단 부산지역본부는 깡그리 무시했다.

 

부산본부 업무상질병판정위는 △질병을 유발할 만한 과로사실도 인정되지 않고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추정되지만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패혈증에 대한 선행원인을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며 업무연관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업무상 질병으로 판정하지 않았다.

 

산재보상재심사위원회도 시체검안 소견과 말단 사지 청색증으로 확인된 성모병원 진료의뢰서, 사지 청색증, 감기몸살 증상, 혈소판 감소증이 명시된 동아대병원 검사결과, 경찰 자문의견 등을 모두 확인하고도 ‘급성 패혈증 쇼크사’로 추정되지만 선행사인을 명확히 확인할 수 없는 점, 발병 전 업무수행 과정에서 개방성 상처 등 유해 미생물 감염이 발생할 만한 부상의 사실이 확인되지 않고, 발병 전 단기간 또는 만성적인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을 뿐만아니라 의학적 인과관계도 미흡한 점 등을 고려하면 업무상 요인보다 개인적 소인 등으로 인해 급성 패혈증쇼크가 발생하여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산재를 불인정했다.

 

그러나 경찰의 내사 결과만 놓고 보더라도 권씨는 과중한 업무수행 때문에 한겨울에 1시간 30분이나 빠른 오전 4시 30분에 매일같이 출근했으며, 환경미화원이라는 직업 특성상 녹슨 못이나 철사, 깨진 유리병 등에 고스란히 노출돼 유해 미생물에 의한 감염이 어떤 직종보다 높다는 사실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급사한 권씨의 근로환경이 이러한데도 근보복지공단 부산본부와 산재보상재심사위는 애써 이같은 열악한 환경미화원의 근무환경을 외면 또는 무시한 채 명확한 사망원인을 제시하지도 못하면서 과로사실도 인정되지 않으며, 개인적 소견 등으로 인해 급성 패혈증 쇼크가 왔다는 황당한 설명을 늘어놓고 있다.

 

미국 등 국내외 의료자료에 따르면 피가 오염됐다는 뜻인 급성 패혈증의 원인은 박테리아나 세균, 미생물에 의한 감염을 주원인으로 보고 있다.

 

전신에 심각한 염증반응이 나타난다. 체온이 38도 이상 올라가는 발열증상 또는 36도 이하로 내려가는 저체온증, 혈액검사상 백혈구수의 이상적인 급증 또는 급감현상이 나타난다.

 

패혈증은 혈액 내에 세균, 독소에 의해오염된 피가 전신을 타고 흐르는 것인데, 급성으로 패혈증이 나타나게 되면 급사한다.

 

지구촌에 현존하는 직업 중 세균, 독소에 오염될 가능성이 최고로 높은 직업군에 속하는 청소부가 급성 패혈증으로 사망했는데 근로복지공단 부산지역본보와 산재보상재심사위원회는 ‘업무상 요인보다 개인적인 소견 등으로 급성 패혈증이 왔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과연 설득력이 있는 것인가?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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