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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이건 무해한 건데요?" 골초들 공공장소서 대놓고 '뻐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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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31 19:52:00 수정 : 2017-08-31 20: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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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 연기는 수증기… 해롭지 않아? / ‘잘못된 정보’ 갈등 불씨로 / 냄새 심하지 않고 ‘무해’ 하다 인식… 극장·PC방·술집 등 실내서 버젓이 / 포름알데히드 등 발암 물질 포함… 전문가 “유해물질 50% 연기 배출”
“이건 건강에 무해한건데요?”

경기도에 사는 회사원 김모(32)씨는 최근 심야영화를 보러 갔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한창 영화에 몰입하고 있는데 스크린에 뿌연 연기가 피어오른 것. 처음엔 ‘특수효과인가’라고 생각했지만, 이윽고 그 정체가 밝혀졌다. 바로 전자담배 연기였다. 스크린과 가까운 좌석에 앉은 남자 관객 3명이 전자담배를 연신 피워댄 것이었다.

불쾌해진 김씨가 항의하자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전자담배의 연기는 인체에 무해한데요?”라면서 “영화 보는 사람 10명도 안되고, 우리 주변엔 아무도 없는데 좀 어때 서요”라고 맞받아쳤다. 항의만 하고 넘어가려던 김씨는 그들의 뻔뻔한 대응에 짜증이 솟구쳐 결국 상영관 밖으로 나가 직원을 호출했고, 직원이 제재하자 그제야 그들은 전자담배를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김씨는 “나도 흡연자라 영화 속 흡연 장면이 나오면 담배 피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을 이해한다. 그러나 극장은 공공장소 아닌가”라면서 “실내 흡연이 금지된 이후 전자담배가 흡연자들의 실내 흡연 욕구를 충족시켜줄 일종의 대체재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2003년 중국의 한 업체가 최초로 개발해 내놓은 전자담배는 전자기기로 담배의 핵심 물질인 니코틴을 흡입할 수 있게 만든 기계다. 한국에서는 2010년대 초반 액상형 전자담배가 유행하면서 널리 퍼졌다. 액상형 전자담배가 ‘반짝 유행’에 그치는 듯 했으나 새로운 형태의 전자담배가 등장했다. 유명 외국계 담배 회사가 전용 궐련을 끼워서 피우는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글로’가 그 주인공. 2015년 9월 일본에서 첫 선을 보인 뒤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에는 지난 5월27일 처음으로 판매됐는데, 이를 사기 위해 행렬이 길게 이어질 정도였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최근 세금 인상을 두고 격론이 펼쳐지기도 했다. 4500원에 판매되는 일반담배에 붙는 세금은 3347원인데 반해 4300원인 궐련형 전자담배 전용 연초에 붙는 세금은 1739원으로 절반에 불과하다. 세금 인상을 주장하는 측은 “궐련형 전자담배도 담뱃잎을 원료로 하는 연초를 피우는 등 일반담배와 비슷하기 때문에 세율을 달리 적용할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를 126원에서 594원를 인상하는 것을 두고 여야 의원들의 공방이 오갔지만, 개정안 의결은 무산됐다.

기존의 액상형에 궐련형의 인기가 더해져 전자담배 흡연자들이 크게 들어나면서 이를 공공장소에서 피우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게 됐다. 관악구 대학동의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김모(23)씨는 “실내 흡연이 금지되고, PC방에 따로 흡연실을 마련한 뒤로는 ‘연초’라 불리는 일반담배를 게임을 하며 피는 사람들은 없어졌다고 보면 된다. 다만 전자담배를 피는 손님들은 몰래몰래 피우곤 한다. 제지를 하기는 하는데, ‘뭐 어떠냐, 전자담배 연기는 무해하다’라며 계속 피우는 손님들이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PC방뿐만 아니라 술집이나 카페 등의 실내 공간과 국철역, 공원 등 실외 공중시설에서도 전자담배 흡연을 둘러싼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전자담배도 엄연히 담배사업법상 ‘담배’의 일종으로 명확히 규정되어 있기에 금연구역에서는 제재대상이다. 일반 담배와 똑같은 수준의 규제를 받은 지 3년여가 지났지만, 버젓이 전자담배를 공공장소에서 피우는 흡연자들이 목격되는 이유는 뭘까.

먼저 전자담배의 연기가 일반 담배의 연기보다는 역한 냄새가 덜 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거부감이 좀 덜하다. 몰래 한 모금 들이켜 내뱉으면 피웠는지 모르기도 한다. 아울러 전자담배 흡연자들 사이에서는 전자담배에서 내뱉어지는 연기가 인체에 무해한 수증기라는 미신적인 ‘믿음’이 자리 잡고 있다. 일반담배가 연초를 태운 연기를 흡입하는 방식인 만면 액상형 전자담배는 니코틴이 함유된 액체를 기화시키고 이를 마시는 방식이기 때문에 유해물질이 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도 ‘히츠’라고 불리는 전용 연초 필터를 ‘홀더’라 불리는 스틱형 궐련 기기에 끼운 뒤 ‘히팅 버튼’을 누르면 니코틴이 350도 정도로 쪄지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이라 유해물질이 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건강에 덜 해로운 담배를 피우고자 하는 흡연자나 담배를 끊으려는 사람들이 전자담배를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수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지 불에 태우지 않기 때문에 발암물질이 조금 적게 들었을 뿐이지 유해한 것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전자담배 35종의 유해성분을 분석한 결과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와 아세트알데히드, 유해성분인 니코틴, 아세톤, 프로피오달데히드가 나왔다. 이 유해성분들은 폐암뿐 아니라 만성 폐쇄성 폐질환, 폐기종, 만성기관지염, 관상동맥질환, 치주질환, 당뇨병 등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물질들이다.

심지어 일반 담배보다 유해 성분이 더 많은 경우도 있다. 미국 의학 협회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에 살충제 성분인 아세나프텐이 일반 담배보다 3배 정도 더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한 전문가는 “전자담배의 연기가 순수한 수증기라는 것은 ‘믿음’이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전자담배의 유해물질은 흡연자의 인체에 50~60%만 흡수되기 때문에 나머지는 연기로 방출된다고 보면 된다. 그러므로 전자담배 역시 간접흡연의 피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충고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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