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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린·비자금·최순실… 3代 걸친 수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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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25 18:23:08 수정 : 2017-08-25 21:5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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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총수 실형… 충격에 휩싸인 삼성 / 79년 만에 ‘선장없이 항해’… “글로벌기업 이미지 타격 우려”/ 이병철 檢 수사, 이건희는 집행유예 / 李 부회장 구속 이후 영업실적 호조 / 항소 집중… 경영상 변화는 없을 듯 / 사장단 인사·사업구조 개편 등 ‘차질’ / 재계 “경제 전반에 악영향 미칠 것”
이재용 부회장이 25일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받자 삼성은 충격에 휩싸였다. 1938년 삼성 창립 이래 79년간 총수가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은 계열사 독립경영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당장 경영실적에 큰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총수 공백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와 대외 신인도 추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이 그동안 쌓아온 평판이 무너질 수 있고, 무엇보다 기업에 대한 국민 인식이 더 악화되는 것이 걱정”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삼성은 이날 재판 직후 변호인단을 통해 항소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선고 결과와 관련해서는 어떤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삼성 임원들은 “실형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특검의 주장이 대부분 받아들여질 줄은 몰랐다”며 허탈해했다.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전 회장과 이건희 회장도 검찰조사를 받은 적은 있지만, 삼성 총수 가운데 구속된 것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이병철 전 회장은 1966년 한국비료의 이른바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검찰조사를 받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바 있지만 기소되지는 않았다. 현재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은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 의혹, 2005년 삼성 임원진이 정치권과 법조계에 금품 제공을 논의했다는 폭로가 담긴 ‘X파일’ 사건, 2007년 김용철 변호사 폭로로 드러난 비자금 조성 등의 사건으로 특검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또는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 부회장은 김용철 변호사 폭로 당시에도 특검에 소환돼 불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불러온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지난 2월 삼성 총수 최초로 구속된 데 이어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총수 공백으로 당장 삼성이 경영상 변화나 영업실적에서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들이 안정적인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정을 나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착잡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변호인인 송우철 변호사가 25일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끝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실제로 올 2분기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 규모인 14조7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반도체 분야 설비투자에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인 12조5200억원을 집행했다.

그러나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고, 올 초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마저 해체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공백이 길어지면 삼성의 미래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계열사 간 역할 조정과 그룹 차원의 사업 재편, 미래 먹거리 발굴 및 중장기 성장전략 수립 등의 거시적 의사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세계 최대 전장회사인 미국의 하만(Harman)을 9조원대에 인수한 이후 지금까지 대형 M&A를 한 건도 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건너뛴 사장단 인사도 2년 연속 불발될 공산이 커졌고, 그로 인한 후속 인사 지체로 조직의 활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의 사드 보복 등으로 대내외 경영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판결이 삼성과 한국 경제에 미칠 타격을 우려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중형 선고로 삼성이 세계시장에서 수십년 동안 쌓아올린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총수 부재로 인한 삼성의 소극적인 경영이 국내에서도 투자와 신규채용 등 주요 사업과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외신들도 이 부회장 재판을 ‘세기의 재판’으로 소개하며 선고 결과를 긴급뉴스로 내보냈다.

일본 교도통신은 “이 부회장에 대한 유죄 인정은 한국에서 가장 큰 기업집단인 삼성의 명성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결과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정부 관료와 재벌 간의 긴밀한 관계에 대한 한국사회의 엄격한 잣대가 적용됐다”며 “한국인들은 이번 재판을 정경유착 시스템을 점검하기 위한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수미·정재영·정필재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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