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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톡톡 플러스] 먹방 보며 '몸매 공포 사회' 스트레스 해소한다

입력 : 2017-08-19 17:00:00 수정 : 2017-08-18 09:5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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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다른 사람이 먹는 거 보면 대리만족도 되고, 먹고 싶은 게 좀 참아지는 것 같다"며 "안 먹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다른 사람들이 먹는 걸 보면서 해소한다"고 전했다.

B씨는 "먹방 보면 난 더 배고파진다"며 "대리만족 안 된다"고 말했다.

C씨는 "다이어트를 하는데 먹방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푼다는 걸 난 쉽게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금연을 하는데 담배 피는 장면을 보는 것과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D씨는 "먹방 자체는 좋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10~20대"라며 "방송 중 욕을 하지 말던가, 그게 어렵다면 좀 줄였으면 한다. 단어 선택에 신중을 기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씨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는 식욕, 성욕, 수면욕이다. 그러니 포르노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라며 "먹방 시청은 식욕 해소가 아닌 그냥 인간의 기본욕구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식사 과정을 보여주는 인터넷 방송 '먹방'(먹는 방송)을 즐겨보는 시청자의 주요 동기 중 하나가 다이어트에 대한 압박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인 방송인(BJ)이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 장면을 보면서 식욕을 억제하고, 지연하려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날씬한 몸매를 강조하는 우리 사회의 억압적 분위기가 역설적으로 먹방의 인기를 부채질한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박동숙 교수팀은 유튜브로 먹방 콘텐츠를 즐겨보는 20∼30대 남녀 14명을 심층 인터뷰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다이어트 압박 해소 위해 먹방 본다고?"

박 교수팀에 따르면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음식을 많이 먹으면 뚱뚱해져 좋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도 먹방을 자주 시청했다.

국내에서 유행하는 먹방은 통상 BJ가 탕수육, 치킨, 피자 등 고열량 음식을 일반인보다 훨씬 많이 먹는 과정을 보여준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이런 폭식 장면을 시청한 뒤 이를 따라 하기보다는 무언가를 먹고 싶다는 욕구를 참고 미루는 경향이 강했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먹방 시청을 다이어트를 위한 '식사 대리 만족'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먹방이 살찌는 것을 죄악시하는 '몸매 공포 사회'의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끊임없이 몸매를 관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잠시 위안을 얻고자 BJ의 폭식 과정을 즐겨보게 된다는 것이다.

◆몸매 관리 압박에서 잠시 벗어나…심리적 위안 얻어

연구진은 "20∼30대 먹방 고정 시청자라는 조건만으로 모집했던 참여자 14명 중에서 실제 확인해 보니 9명이 다이어트를 한다고 밝혔다"며 "이들에게 먹방 BJ는 몸매에 대한 사회적 억압에 대신 맞서주는 대리 저항자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먹방은 한국에서만 나타난 인터넷방송 장르로,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그 인기 비결에 관해서는 '사회적 고독감의 표출', '음식문화 발전의 여파' 등 아직 해석이 분분한 상태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학술지 '언론과 사회' 최근호에 '"내가 좋아하는 먹방 BJ는요……": 먹방 시청 경험에 대한 해석적 연구'란 제목의 논문으로 게재됐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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