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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가樂피플] "도움이 절실한 분들에게 적절한 금융처방을 해드립니다"

입력 : 2017-08-09 15:50:19 수정 : 2017-11-08 13:4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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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학 서민금융진흥원 종합기획부 부장
"아는 만큼 힘이 되는 서민금융…재미와 보람이 더 커요"

한 달에 한 번꼴로 서민금융진흥원 유관기관이나 노인정, 학교 등을 방문해 서민금융교육을 하는 최재학 서민금융진흥원 종합기획부 부장은 `서민금융 주치의`다. 사진=서민금융진흥원

흔히 금융업계에 몸담고 있으면 딱딱하고 고지식할 것이란 선입견을 갖고 있지만 그들 또한 일반 직장인들과 같이 이색적인 취미, 여가활동으로 보다 질 높은 삶을 추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 같은 다양한 취미활동을 통해 본인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도 삶의 향기와 활기를 선사해주고 있다. 세계파이낸스는 틈틈이 시간을 쪼개 자기 계발에 열심인 금융가사람들의 이야기를 정기적으로 소개한다. <편집자주>

"다들 대출, 대출 하지만 실제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사람은 한정돼 있어요. 그런 분들이 알기 쉽게 서민금융지원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전문가가 바로 서민금융전문가죠."

한 달에 한 번꼴로 서민금융진흥원 유관기관이나 노인정, 학교 등을 방문해 서민금융교육을 하는 최재학 서민금융진흥원 종합기획부 부장은 '서민금융 주치의'다. 도움이 필요한 계층과 상황에 맞는 적절한 진단을 내려주는 게 그의 역할이다. 갚아야 할 돈이 소득이나 재산보다 훨씬 많은 경우에는 채무조정을, 채무자가 돈을 도저히 갚을 수 없다고 판단되면 파산면책 신청을 처방한다. 고금리의 대부업체를 통해 돈을 빌린 사람에게는 저리로 전환대출을 받을 수 있는 '바꿔드림론'을 권한다. 그는 "대출이자로 한 달에 27만원씩 내다가 10만원으로 줄어들면 아이 학원 하나를 더 보낼 수 있게 된다"며 "서민들에게는 5만원, 10만원이 큰 돈인만큼 이런 제도를 안내하는 서민금융전문가의 존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국내에는 이런 서민금융전문가가 드물다. 그의 말에 따르면 "서민금융은 돈이 안되기 때문"이다. 경제·금융 전문가들은 대기업, 각종 연구기관 등 수요가 많지만 서민금융은 당장 쓸 돈이 없는 금융소외계층과 관련된 일이다보니 일반 기업이나 연구기관에서 눈여겨 보지 않는다는 것. 그러다보니 전공자도 많지 않다. 그래서 정부가 직접 나서 출범시킨 것이 서민금융진흥원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은 한국자산관리공사, 미소금융중앙재단, 신용보증재단중앙회 등 흩어져 있는 서민금융기능을 통합한 컨트롤 타워다. 각 기능을 한 데 모아 서민들이 좀 더 쉽고 편리하게 서민금융 관련 지원제도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구석구석 필요한 곳에 필요한 지원을 해준다는 서민금융통합콜센터 1397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도움이 필요한 계층과 상황에 맞는 적절한 진단을 내려주는 게 그의 역할이다. 사진=서민금융진흥원


그는 무엇보다 서민금융지원제도는 '아는 것이 힘'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있는데도 '몰라서'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제일 안타까웠다고 했다. 대표적인 사건이 '송파 세모녀 사건'이다. 이 사건은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단독주택 지하 1층에 살던 박 모 씨와 두 딸이 생활고로 고생하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사회안전망의 한계를 드러낸 대표적 사건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이런 경우 보건복지콜센터 129에 전화하면 바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이런 제도를 알고 있으면 나 뿐만 아니라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힘이 된다"고 말했다.

그의 서민금융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그는 "사실 어르신들이나 중고등학생들이나 금융에 대해 잘 모르는 계층들에게는 금융이라는 개념 자체를 생소하게 느낀다"며 "좀 더 쉽고 재밌게 다가가기 위해 빨간 나비넥타이, 안경알 없는 뿔테안경을 착용하고 시작 전에는 트로트를 한 곡 부른다"고 했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가 끝나면 큰 절까지 올리고 수업을 마무리한다. 반응도 좋다. 강의가 끝난 뒤 다른 기관에서 강의를 해 줄 수 없겠냐는 러브콜도 수없이 받았다. 그는 "강의가 끝난 뒤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보람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다양한 계층에 서민금융 교육을 다니다보니 재밌는 에피소드도 많다. 과거 납치범을 위장해 돈을 요구하는 보이스피싱에 대한 사기예방 교육을 할 당시, 강의가 끝나고서 한 할머니가 조심스럽게 최 부장에게 다가왔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가 대뜸 사기범 번호를 아냐고 묻더라"며 "잔소리만 하는 우리 영감 좀 잡아가달라고 진지하게 얘기하는데 할머니의 진지한 모습이 재밌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전 직원의 전문강사화를 추진하고 있다. 업무 외에도 시간을 내 알고 있는 서민금융 지식들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함이다. 그 역시 여기서 한 발짝 나아간 '서민금융전문가'를 꿈꾼다. 뚜렷한 목표가 생기면서 금융을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바뀌었다. "바쁜 업무 시간을 쪼개 서민금융 교육 재능기부 활동을 하며 재미도 많이 느꼈다"고 말하는 그는 깊이 있는 서민금융 공부를 하고 싶다는 욕심도 갖게됐다. 그는 "서민금융진흥원 직원들과 서민금융에 대한 이론적 체계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화 기자 jhlee@segye.com

<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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