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슈플러스] 무적국 신분으로 떠도는 해외입양인들…외면하는 정부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17-07-31 13:57:05 수정 : 2017-07-31 13:57:0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한국 출신 해외입양아의 인권, 중국에도 뒤떨어져
한국 출신 해외입양인의 인권 수준이 중국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제대로 입양 절차를 밟지 않은 탓에 사실상 무국적 신분으로 떠돌고 있지만 정부는 서로 책임을 미루며 뒷짐만 지고 있다.

◆ 입양아 신분 보장하는 중국, 한국은…

30일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1999∼2016년 한국이 미국으로 보낸 입양아는 2만318명(7.6%)이다. 한국이 미국으로 입양을 보낼 때 받는 비자에 따른 분류는 IR3가 1096명, IR4가 1만9222명이다.

미국으로 입양되는 아동이 받는 비자에는 IH3, IH4, IR3, IR4 네 가지가 있다. 먼저 IH 비자는 헤이그국제입양협약(헤이그협약)에 가입되는 국가의 입양아에게 부여되는 것으로서 입양 보내는 국가가 입양아의 신분을 보장함을 뜻한다. 반면 IR 비자는 헤이그협약 미가입국에 부여되는 비자로 일단 고아에 대해 발급되고 정부가 아닌 입양기관이 보증하는 것이 보통이다.

뒤에 붙는 숫자 3은 입양과 관련한 절차가 제대로 마무리돼 미국에 가는 즉시 시민권을 받는다. 숫자 4는 입양과 관련한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미국에 가면 영주권만 받고 시민권을 받기 위한 절차를 추가로 진행해야 한다.

국내입양은 가족관계 관련 절차만 밟으면 되지만 해외입양은 국적 변경의 추가 단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에는 국적은 연방정부 소관이고 입양은 각 주별 소관으로 이원화돼있다. IR4 비자로 입양된 아동은 추후 미국 내에서 별도로 입양 수속을 진행해야 시민권을 받을 수 있다.

자국 아동의 인권 보호를 위해서라면 당연히 미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까지 확인한 뒤 한국 국적을 말소하는 절차가 이뤄져야 하지만 그간 정부는 해외입양을 보내는 것만으로 절차를 마무리했다. 미국과의 관계, 입양 수수료로 인한 이득만 생각하며 입양아는 어떻게 되는 말든 무조건 많이 보내는 것만 치중했다. 그조차도 입양기관이 모두 대행했고 관련 법제도 모두 맞춤형으로 마련해줬다. 입양기관에 대해 감독을 철저히 할 의무가 있지만 정부는 이를 방기한 셈이다.

한국은 2013년까지 IR3 비자를 받고 입양 보냈다. 1997년 미국으로 입양됐지만 뒤늦게 시민권자가 아님을 깨닫고 2011년 한국으로 추방당한 모정보(43·미국명 팀)씨의 사례가 발견됐지만 2년 뒤에야 부랴부랴 조치가 취해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사람 중 모씨처럼 시민권 취득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는 1만9429명에 이른다.

그러면 최근 신흥 ‘입양 송출 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의 경우는 어떠할까. 같은 기간 중국이 미국에 보낸 입양아는 7만8257명으로 비자에 따른 분류는 IR3가 5만7085명, IR4가 6277명, IH3가 1만4894명이다.

중국 또한 과거에는 무차별적으로 입양을 보냈지만 2005년 헤이그협약에 비준해 가입국 대열에 합류했다. 이후 2009년부터 IH3 비자를 일부 받기 시작해 점점 비율을 높여간 뒤 2013년에는 100% IH3 비자로 입양 보내게 됐다.

◆ 헤이그협약 비준 미루는 정부

그러면 한국과 중국 사이에 차이점인 헤이그협약은 무엇일까. 헤이그협약은 입양아를 둘러싼 납치, 인신매매 등이 전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자 국제입양을 진행하는 국가들이 입양아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1993년 헤이그국제사법회의(HCCH)에서 채택하고 1995년 발효된 다자간 협약이다.

입양아의 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아동의 원가정을 보호하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 △원가정 보호가 불가능한 경우에 한해 국내입양을 추진하고 그래도 여의치 않을 경우 국제입양을 추진할 것 △입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아동의 유괴·인신매매를 방지할 것 △입양 송출국의 입양 결정을 수령국에서도 자동으로 인정할 것 △협약을 이행하기 위한 권한당국을 지정하고 최대한 공공의 영역에서 입양을 진행할 것 등을 규정했다.

현재 헤이그협약의 회원국은 총 101개국이다. 이 중 70개국은 HCCH 회원국이고, 나머지는 HCCH 회원국은 아니지만 입양을 보내는 국가의 자격으로 헤이그협약 회원이 됐다.

그렇다고 전체 101개 국가가 모두 헤이그협약 가입국이라고 할 수는 없다. 헤이그협약에 서명한 뒤 비준까지 마쳐야 비로소 정식 가입국 반열에 오른다.

중국은 2000년 헤이그협약에 서명한 뒤 2005년 비준, 2006년 가입국으로 인정받았다. 미국은 1994년 서명했다가 13년 뒤인 2007년에야 비준해 이듬해인 2008년 가입국에 합류했다.

한국은 2013년 당시 진영 전 복지부 장관이 서명했지만 아직까지 비준하지 않은 탓에 가입국이 아니다. 한국과 같은 상황에 있는 국가는 러시아와 네팔뿐이다.

한국이 헤이그협약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국제표준에 부합하도록 입양과 관련한 법인 민법과 해외입양특례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 또 홀트아동복지회·대한사회복지회·동방사회복지회 3곳의 입양기관을 통해 진행되는 해외입양을 중앙입양원 등 공공의 영역이 진행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법안 정비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헤이그협약에 서명한 국가는 1∼2년 뒤 비준까지 마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복지부는 13년간 비준을 미뤄온 미국 등의 사례를 들어 “제대로 준비해 비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미국에서 추방당해 한국을 떠돌다가 지난 5월 김상필(43·미국명 필립 클레이)씨가 자살한 뒤 올해 안에 비준을 마치겠다고 하지만 실제 법안 정비가 언제 마무리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입양기관들로부터의 탈피도 동시에 추진해야 하지만 헤이그협약을 비준하기 위한 협의체에 입양기관들이 버젓이 참여해왔고, 복지부는 “수십년간 해외입양을 진행해 온 입양기관의 노하우를 무시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헤이그협약을 이행하기 위한 권한당국으로서 중앙입양원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하지만 이사회에 입양기관 대표들이 번갈아가며 참여하고 있어 이 또한 제대로 이뤄지기 힘든 실정이다.

◆ 추방 위기에 놓인 입양아도 외면

지금 이 순간에도 일부 입양인들이 무국적 신분으로 추방의 불안에 떨고 있지만 정부는 제대로 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는 그간 “아동시민권법(Child Citizenship Act) 제정으로 인해 관련 문제가 해결됐다”며 안이한 태도를 보여왔다. 미국은 1983년 2월27일 이후 출생한 국제입양아에 대해 시민권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내용의 CCA를 제정했지만 IR4 비자로 입양된 아동은 적용되지 않았다.

미국 국적을 받지 못한 입양아는 당연히 한국 국적임에도 “미국으로부터 내정간섭이라는 비판을 받을 우려가 있다”며 제대로 나서지 않았다. 복지부는 지난해 11월 인구아동정책관을 통해 미국 국무부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도록 서한을 발송한 데 이어 미 의회 방문 설명(지난 3월), 아동특별보좌관 면담(지난 5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실효성은 담보하기 힘들다.

출입국 관리를 관장하는 법무부와 재외국민 보호에 나서야 할 외교부를 상대로 미국에서 추방위기에 놓인 입양인에 대한 정보를 청구했으나 두 기관 모두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법무부는 “외교부 소관”이라고, 외교부는 “법무부에 물어보라”고 답할 뿐이었다.

결국 미국 내 입양인들이 직접 미 의회 등을 상대로 입양인시민권법(Adoptee Citizenship Act) 제정을 위한 입법 청원 등 로비 활동에 직접 나섰다. 이 법안은 지난 114대 미 의회에서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해 자동폐기됐고 이번 115대 미 의회에서 다시 입법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민자에게 부정적인 트럼프 정권하에 전망이 밝지 않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여자)이이들 미연 '순백의 여신'
  • 전소니 '따뜻한 미소'
  •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