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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일자리 늘린다지만… ‘장·고·녀’엔 너무 높은 문턱

입력 : 2017-07-30 20:32:23 수정 : 2017-07-30 21: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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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주요은행 채용분석 / 2012년 116명 이던 장애인 채용 / 2016년 33명… 4년 새 72% 급감 / 고졸 채용 규모는 61% 줄어들어 / ‘경단녀’도 외면… 1년새 35% 감소 / 핀테크 발달로 비대면 확산 추세 / 대면 창구줄여 고용 더 낮아질 듯 / 당국, 맞춤형 일자리 대책 내놔야 “아이들의 금융권 선호도는 매년 올라가는데 취업의 문은 갈수록 좁아지는 게 현실입니다.”

서울 소재 금융계열 특성화 고등학교 교감 A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매년 졸업생 30명 이상을 은행권에 취업시켰던 이 학교는 지난해 30% 이상 감소한 18명만을 금융권에 취업시켰다. 이마저도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취업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교장과 교사들이 은행들을 일일이 찾아가 인사담당자 등을 설득했기 때문이다. A씨는 “교사들끼리 예전에 이렇게 노력했으면 50명은 거뜬히 (금융권에) 보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금융권 일자리 늘리기에 나서고 은행권도 이에 호응하고 있지만 취업 취약계층인 장애인·고졸·경력단절여성(이하 장·고·녀)들에게 금융권 취업 문턱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핀테크(금융+기술) 발달로 은행들이 대면채널을 줄이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청년(대졸 포함) 채용 증가와 함께 민간은행까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내걸고 있어 장·고·녀들의 금융권 취업구멍은 더 좁아질 전망이다.

30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주요은행(신한·KB국민·KEB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장·고·녀 채용현황에 따르면, 장애인 채용 규모는 2012년 116명에서 지난해 33명으로 4년 동안 71.6%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고졸 채용 규모도 593명에서 232명으로 60.9% 줄었다. 경력단절여성의 경우 2013년 577명에서 2015년 1213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790명으로 1년 새 34.9%나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기준 이들 은행의 평균 장애인 고용률은 1.29%로 법정 장애인 고용률(민간기업 2.9%, 공공기관 3.2%)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은행권이 장·고·녀 채용을 꺼리는 이유는 핀테크 발달로 비대면 채널이 강화돼 이들의 업무영역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A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졸과 경력단절여성의 경우 취업 후 대부분 창구에서 수신업무를 주로 맡는데 비대면채널 발달로 이들에 대한 수요가 줄었다”고 말했다. 점포 밖으로 나가는 현장 영업이나 외환·자산관리 등 비이자부분 역량강화를 강조하면서 장애인들에 대한 업무 활용도도 크게 떨어졌다. B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본부 조직을 슬림화하고 자산관리, 외환 부분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장애인들이 이 부분에서 대졸 공채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정부의 청년 일자리 창출 정책과 금융당국의 핀테크 지원 강화 등이 맞물릴 경우 자칫 장·고·녀의 금융권 취업 문턱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다. 지난 26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금융권 일자리창출위원회를 만들어 금융업계, 범금융권에서 일자리 창출 등 생산적 방향으로 금융이 개선되도록 하는 데 필요한 게 무엇인지 의견을 모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분야로 핀테크 산업을 꼽았다. 또 9월까지 금융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안을 마련한 뒤 이를 민간으로 확산한다는 방침이다.

매년 영업이익 대비 인건비 비중 등을 나타내는 판매관리비율을 낮추는 은행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청년 채용 확대 추세에 직면해 핀테크 경쟁력 등 업무 활용도가 떨어지는 장·고·녀 채용 규모를 낮출 우려가 제기된다. 이들 은행의 평균 판매관리비율은 2015년 말 58.06%에서 올해 1분기 기준 47.20%로 약 1년 새 10.86%포인트 감소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부 상황이 장애인과 고졸, 경력단절여성 채용을 더 힘들게 만드는 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결국 금융당국이 무작정 금융권 일자리를 늘릴 것을 지시하기보다는 맞춤형 대책을 통해 장·고·녀의 금융권 고용을 보장하고, 은행 스스로도 이들에 대한 활용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과)는 “정확한 직무분석과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무작정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은행들은 (여기에 비례해) 장애인과 고졸, 경력단절여성들의 대한 채용 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당국은 적합한 직무분석과 함께 은행권이 이들에 대한 고용비율을 일정부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는 “청년들도 취업을 못하는 상황에서 이들(장애인, 고졸, 경력단절여성)이 (취업 시장에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경영진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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