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개정된 한·미미사일지침에 따르면 국군은 최대 사거리 800㎞의 탄도미사일의 경우 500㎏을 넘는 무게의 탄두를 사용할 수 없다. 탄도미사일 사거리가 기존 300㎞에서 최대 800㎞로 늘어났지만 70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 지하시설을 파괴하는데 필요한 성능을 갖추지 못하도록 제약이 있다. 대신에 사거리를 줄이면 탄두 무게를 늘릴 수 있도록 하는 트레이드 오프(trade-off)를 적용해 사거리 500㎞의 경우 탄두 중량을 1t으로 할 수 있다. 리치(reach)가 짧으면 펀치력(탄두)을 강하게, 리치가 길면 펀치력을 약하게 용인하는 식으로 국군의 미사일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다.
현무 2-C의 탄두 중량이 증대될 경우 북한의 주요 지하 시설을 타격하는데 효과적일 전망이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관련 시설을 지하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탄두 중량 500㎏의 미사일은 비행장 활주로를 파괴할 수 있는 수준의 위력이다. 탄두 중량이 1t으로 늘어나면 낙탄 지점의 피해 범위는 지하 10여m까지 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 10여m 깊이에 건설된 북한 벙커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의미에서 군사적 억제 효과가 크다. 특히 탄두부에 유도장치를 장착하면 명중률이 높아져 지하 시설에 숨어있는 북한 전쟁지휘부를 조기에 무력화할 수 있다. 지난 14일 북한 조선중앙TV가 공개한 화성-14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성공 기념공연 무대 배경에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갱도로 보이는 지하 시설 내부에서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의 사진이 공개됐다.
다만 미국 측이 우리의 탄두 중량 증대 요구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500㎏ 무게를 800㎞ 거리까지 날리다가 1t 중량을 같은 거리로 비행시킬 수 있다면 이는 사실상 탄도미사일의 사거리 연장을 의미한다. 탄도미사일의 이런 특성을 잘하는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미국 측이 난색을 표할 경우 실제 개정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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