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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현장+] 밤·낮 술판 '음주 낚시 심각'…자칫 인명사고까지 '우려'

입력 : 2017-07-09 14:00:00 수정 : 2017-07-09 14:5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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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난 물에 낚시를 즐기는 시민들로 가득 / 곳곳에는 소주병과 막걸리병 / 삼삼오오 모여 술판 / 단속은 손 놓은 상태 / 내 몸은 내가 알아서 한다 / 뻘 표면이 미끄럽고 경사도가 심해 자칫 추락위험 / ‘안전불감증’에 밤이 되면 술판 / 대피요령과 낚시 경고 표지판 무시

지난 5일 늦은 오후 서울 한강공원에서는 한 시민이 일행과 함께 간이 의자에 앉아 술을 마시면서 낚시를 즐기고 있다.

“낚시터는 술과 손맛. 이 맛에 오는데…. 비가 오면 피하면 된다. 내 몸은 내가 알아서 한다.”

물이 불어나는 장마철. 이때만 되면 낚시꾼들의 마음을 설레게 된다. 수위에 민감한 물고기가 장마철에 수위가 높아지면 물 위로 빈번히 올라오게 된다. 후덥지근한 날씨를 보인 5일 늦은 오후 서울 반포대교 인근 한강공원을 찾았다. 불어난 물에 낚시를 즐기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손맛을 즐기려는 낚시꾼은 퇴근 시간에 맞춰 술과 막걸리병과 안줏거리를 들고 한강공원을 찾았다. 술을 마시며 낚시를 즐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술을 마신 낚시를 하면 위험하지 않냐는 질문에는 “뭐가 문제 되는데 될 게 없다”며 퉁명스러운 답이 돌아왔다.

낚시를 즐기려는 시민들이 늘면서 안전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취미 삼아 한강낚시를 즐기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음주 낚시’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다. 문제는 제대로 된 처벌·단속규정이 없다는 것.
많은 비가 내린 지난 8일 늦은 오후 서울 한강공원에서는 한 외국인이 물고기를 잡고 즐거워하고 있다.

◇ “단속이 절실” vs “음주허용, 문제 될 게 없다”
많은 비가 내린 후 한강공원을 찾으면 낚시를 즐기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일부 시민들은 대형 천막을 치고 간이 테이블을 설치하고 낮부터 음식과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낚시터 주변에는 어김없이 쓰레기와 소주병, 그리고 막걸리병이 뒹굴었다.

막걸리를 두병 정도 마신 중년 한 시민은 “별문제가 없다. 내 몸은 내가 알아서 한다. 술을 마시는 것이 뭐가 문제가 있냐"며 "사람을 다치게 했냐. 아니면 누굴 피해를 줬냐”며 술기운에 벌겋게 닳아 오른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한강공원에서 낚시 포인트마다 삼삼오오 모여 술판을 벌이는 장면도 쉽게 눈에 띈다. 특히 퇴근시간 맞춰 낚시꾼들이 늘어났다. 친구와 함께 한강을 낚시를 즐기는 한 시민은 “저녁 무렵 친구끼리 술을 마시며 낚시를 즐긴다”고 말했다. 이어 “위험하다는 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음주 문화’를 제재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다수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한강공원에서 음주한다고 해서 단속하거나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4월 28일 오후 서울 태평로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73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건전한 음주문화 조성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켰다.

서울 시내 지정된 공원 등지에서 술에 취해 소음을 내거나 악취를 풍기는 등 소란을 피우면 최대 1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적용되는 곳은 주거밀집지역의 어린이 놀이터와 서울 시내 도시공원으로 한정된다. 현재 시내에는 서울숲, 하늘공원, 서울대공원, 북서울 꿈의 숲(옛 드림랜드) 등 22개의 도시공원이 있다.

하지만, 조례를 바탕으로 한강 치맥이 금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었다. 치맥 금지 논란이 됐던 한강 변 공원은 도시공원법이 아닌 하천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사실상으로 단속은 할 수 없는 상태다.

많은 비가 내린 지난 8일 늦은 오후 서울 한강공원에서 '주황색 구명환(구명튜브)'이 관리가 되지 않은 채 풀숲에 널브러져 있다. 구명환은 사람들이 물에 빠졌을 때 던져서 구조하기 위해 설치됐다.

◇ 술에 취해 자칫 인명사고까지 ‘우려’
국지성 호우와 많은 비로 한강 변 곳곳에서는 넓게 형성된 뻘로 걷기에도 난감한 수준. 문제는 넓게 형성된 뻘이 표면이 미끄럽고 경사도가 심해 자칫 추락위험이 크다. 입질이 좋다고 해서 풀숲에 모여 술을 마신 후 술기운에 발을 헛디뎌 깊은 물 속에 빠지면 구조 요원 접근조차 쉽지 않다.

술에 취해 무모하게 ‘낚시금지구역’에서 낚시를 즐기는 시민들도 있다. 술기운에 무모한 낚시를 시도하다 물에 빠져 변을 당하거나 고립되기 십상. 사고 위험이 높다고 판단해 접근을 통제해도 무모하게 덤벼들어 변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낚시를 즐길 때는 수시로 기상특보 사항을 청취해 날씨 변화에 대비하여야 한다. 국지성 호우나 홍수로 인한 급작스러운 상황이 닥칠 수 있기 때문. ‘안전불감증’에 밤이 되면 술판이 벌어져 술에 취해 추락하는 사고도 빈번하다. 이처럼 안전사고에 노출돼있으나 ‘음주 낚시’를 제지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 짜릿한 손맛에 젖은 낚시꾼에게 대피요령과 낚시 경고 표지판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
많은 비가 내린 지난 8일 늦은 오후 서울 한강공원에서는 빗물에 떠내려온 각종 쓰레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 낚시 포인트마다 쓰레기
낚시꾼이 버린 소주병, 막걸리병 등 각종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낚시꾼이 버린 각종 쓰레기가 쌓여 있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낚시꾼 먹다 버린 먹고 남은 음식물을 그대로 두거나 풀 속에 몰래 던져버리는 등 수질을 위협하고 있다.

이곳에는 버려진 음식물이 썩고, 빈 소주병과 부탄가스통, 비닐류 등이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다.

한강을 즐겨 찾는 한 시민은 “장마철마다 반복되는 장면이다. 평일도 마찬가지. 주말과 휴일도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다.”며 “버리는 것도 심각하지만, 막걸리병과 비닐봉지를 바위틈에 감춰놓거나 파묻는 경우도 많다"고 눈살을 찌푸리며 발했다.
지난 5일 늦은 오후 서울 한강공원에서는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한강공원관리 한 관계자는 “특별하게 단속하지는 않는다. 평소대로 단속하고 있다. 떡밥, 갈고리 등 단속을 하고 있다. 다른 이용객들에게 방해하지 않도록 계도를 하고 있다.”며 “ ‘낚시금지구역’에서 낚시를 즐기는 시민들이 많아서 일일이 단속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시민들이 먹는 물을 보호하고, 스스로 쓰레기를 되가져 가는 시민의식 의식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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