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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공부 끝나고 찰칵”…자기 주도 학습 돕는다는 '#공스타그램'

입력 : 2017-07-08 10:00:00 수정 : 2017-07-08 00: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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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관리 도움·긍정적인 자극 얻을 수 있어 /
자칫하면 ‘보여주기’ 될 수 있어…공부에만 활용할 것
 
'공스타그램'을 적극 이용하고 있는 편입생 엄모(22·계정: @jaye_95)씨의 인스타그램 계정(왼쪽)과 매일 공부할 목록과 그날의 공부 피드백을 게재하는 백모(17·계정: @snu.cls.18)양의 인스타그램 계정.

서울 강서구의 한 고교에 재학 중인 최민환(17)군은 기말고사를 앞두고 사진 기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인스타그램에 ‘공부 인증샷’을 게재하고 있다. 학습 플래너에 빼곡하게 봐야 할 인터넷 강의와 끝내야 할 학원 숙제 등을 적은 다음 목표를 끝내면 검은색 펜으로 해당 항목을 지우고, 인증샷으로 날마다 이를 촬영해 올린다.

최군은 “매일 할 일을 끝냈다는 증거를 남기니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면 그날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나 자신을 다잡을 수 있는 것이 ‘공부 인증샷’"이라고 전했다.

인스타그램에 ‘공부 인증사진’을 올려 자기 주도 학습을 실천하는 문화가 10~20대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공부를 좀 더 계획적으로 할 수 있을뿐더러 다른 이용자와 비교해 자극받고 정보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7일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공스타그램’을 검색하면 85만장이 넘는 사진이 뜬다. 공부할 목록이나 얼마나 공부했는지 기록된 스톱워치, 다 푼 문제집 등이 이들 사진의 주된 소재다. ‘공부 인증’, ‘공부 자극’이라는 단어로도 적지 않은 게시물을 검색할 수 있는데, 8만건 이상의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자기 관리 도움·긍정적인 자극 얻을 수 있어

공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이들은 자기 관리와 공부에 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부터 공스타그램을 시작한 중학생 송모( 15·@hyumsseu_study)양은 “공스타그램을 시작하기 전에는 시험을 앞두고 '벼락치기'로 공부하는 일도 있었는데,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린 뒤엔 매일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게 됐다”며 “성적이 많이 올랐다”고 전했다.

1년가량의 경력을 자랑하는 백모( 17·@snu.cls.18)양은 “계정을 운영하기 전까지는 주변 친구들과만 공부량을 비교하며 ‘이 정도면 열심히 하고 있다’고 자부했었는데, 인스타그램에서 더 열심히 하는 이들을 확인하게 됐다”며 “덕분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시험 준비생 이모( 22·@gonsi_hyeon)씨 또한 “공부시간이 확실히 늘었다”고 거들었다.
 
이씨는 처음 공스타그램을 시작할 때만 해도 하루 6시간에 그치던 공부 시간이 평균 9~10시간까지 늘어났다.
 
그는 “집중을 못 해 플래너가 텅텅 비는 날에는 이를 찍어 사진을 올리기 부끄럽고 민망해 다음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결심을 한다”고 밝혔다.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점도 공스타그램의 인기 요인이다. 

편입을 준비하는 엄모( 22·@jaye_95)씨는 “독학으로 편입 준비를 시작하다 보니 처음엔 어떻게 문제집을 풀고, 어떤 인터넷 강의를 들어야 하는지 등 정보가 없었는데, 다른 이의 공스타그램을 통해 관련 팁 등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편입 준비법뿐만 아니라 졸음을 깨거나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 등도 다른 사용자들을 보며 배운다”고 덧붙였다.   


중학교 3학년 송모(15·계정: @hyumsseu_study)양은 플래너와 공부 관련 정보를 올리는 데에만 공스타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사진의 송양의 인스타그램 계정.

◆자칫하면 ‘보여주기’ 될 수 있어…공부에만 활용할 것

공스타그램을 이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공스타그램 이용자들은 ‘과유불급’이라는 사자성어처럼 공부에 도움이 되는 선에서만 적당히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부뿐만 아니라 연예인이나 음식, 패션 등 다양한 사진이 게재되어 있는 인스타그램 특성상 자칫하면 다른 콘텐츠를 보느라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는 게 베테랑 운영자의 충고.

이씨는 “공부 기록용 또는 공부법을 물어보는 용도로만 사용해야지 인맥 넓히기나 자랑글로 이어지면 안 된다”며 “공스타그램을 통해 얻을 것은 얻고, 자극받을 부분만 취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인스타그램을 활용한 공부법이 SNS를 자기 계발에 이용하는 긍정적 문화라고 평하면서도 자칫 ‘보여주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동휘 연세대 교수(심리학)는 “공스타그램은 다른 사람과 한 약속과 같기 때문에 자기 관리가 잘 안 된다면 계획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SNS 공간에 노출된 자신을 의식하며 지킬 수 없는 계획을 세우거나 열심히 하는 다른 이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자괴감을 느낀다면 스트레스만 받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스타그램을 활용하고 있는 이들 대다수는 자신만의 '페이스’를 지키는 데 집중했고, 계획표와 공부 피드백을 올리는 것 외에는 다른 용도로 계정을 쓰지 않았다.

엄양은 “집중력을 흐리지 않기 위해 정해진 시간 외에는 계정 알림을 꺼둔다”며 “공스타그램은 친목용이 아닌 만큼 내 공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시작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김지현 기자 becreative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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