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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몸매도 스펙… ‘살 떨리는’ 다이어트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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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07 19:07:23 수정 : 2017-07-08 11: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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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의 계절… 청년층 ‘몸과의 사투’ / “외모 뛰어나야 취업 등서 유리” / 의지 부족해 혼자선 ‘작심삼일’ / 수백만원 비용 들여 캠프 입소 / 취준생, 비용 마련 위해 알바도 / 온라인선 ‘살 빼기 스터디’ 인기 “하나 둘… 한 번 더!”

7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다이어트 캠프’. 강사의 구령에 맞춰 20∼30대 여성 입소자 20여명이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모두들 땀범벅이 됐고 가쁜 숨을 토해냈다. 시간이 흐르자 얼굴이 벌개지고 자세가 엉성해지는 등 힘든 기색이 역력했지만 포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입소자들의 앙다문 입에서 ‘살을 빼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7일 서울 송파구의 한 다이어트 캠프에서 여성 입소자들이 강사의 구령에 맞춰 운동을 하고 있다.
이창수기자

지난달 몸무게가 70㎏를 넘어서자 캠프에 입소했다는 대학생 이모(21·여)씨의 스마트폰 뒷면에는 입소할 때 결제한 ‘437만원’ 영수증이 붙어있었다. 힘들거나 다이어트를 포기하고 싶을 때 마음을 다잡기 위해 붙여놓은 것이라고 한다. 이씨는 “그동안 받은 외모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충분히 지불할 만한 가격”이라며 “두 달 동안 12∼15㎏ 감량이 목표인데 돈이 아까워서라도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출의 계절인 여름에 접어들면서 ‘살과의 전쟁’에 나선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다이어트를 위해 여름휴가를 포기하고 수백만원씩 돈을 쓰는가하면, 비용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들도 있다. 이를 두고 우리사회 뿌리 깊은 외모지상주의를 탓하기도 하지만 취업 면접 등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절박하게 매달리는 경우도 있다.

대학 여름방학과 직장 휴가기간이 겹치는 이맘 때 단기간에 살을 뺄 수 있다는 다이어트 전문 합숙캠프나 단식원, 성형외과 등이 붐비는 이유다.

특히 합숙캠프의 경우 대개 1주일 40만∼80만, 한 달에 100만∼200만원 등 가격이 상당하지만, 강제성이 있고 효과가 크다는 입소문에 따라 인기다. 또 한 번에 큰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다이어트를 할 수밖에 없도록 스스로를 궁지에 모는 일종의 ‘배수의 진’ 역할을 하기도 한다.
다이어트 캠프에 입소한 이씨가 다이어트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핸드폰 뒤에 붙여 놓은 437만원 결제 영수증.

지난달 합숙캠프에 들어간 신모(33·여)씨는 “의지가 약한 사람들은 다이어트로 살을 빼도 금방 폭식하는 등 체중조절이 쉽지 않다”며 “(캠프에서) 외출 금지 등 생활을 강제하는 부분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명지전문대 김용빈 겸임교수(스포츠심리학)는 “다이어트는 심리적인 부분이 중요하다. 비싼 돈을 들인 데다 하루 대부분 일상을 다이어트에 쏟게 되면 목적의식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분 청년들에게 이같은 고비용 다이어트는 ‘그림의 떡’이다. 이런 식의 호화로운 다이어트는 여유로운 시간과 돈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살을 빼고 싶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청년들은 다이어트 비용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에 나서기도 한다.

취업준비생인 김모(25·여)씨는 “하반기 면접에 대비해 1회에 10만원 안팎인 ‘지방흡입주사’를 10회 정도 맞아보려고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으고 있다”며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별다른 비용이 들지 않는 ‘다이어트 스터디’를 꾸리는 사람들도 있다. 다이어트 스터디는 토익이나 자격증 스터디처럼 체중 감량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끼리 SNS 등 온라인을 통해 만나 다이어트 정보를 나누고 식단과 운동규칙, 벌칙 등을 정해 살을 빼는 모임이다.

건강에 좋지 않은 단식 다이어트가 여전한 것도 시간과 돈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로 주기적으로 곡기를 끊는 ‘간헐적 단식’이나, 1주일 동안 음료만 마시는 ‘디톡스 다이어트’가 많은데, 최근 한 달간 한 포털사이트에는 단식 다이어트에 대한 문의 글이 200건에 달했다.
대학생 김모(25)씨는 “뱃살도 경쟁력인 세상이다”라며 “자기만족도 있겠지만 연애를 하거나 취업을 할 때 그만큼 외모가 중시되기 때문에 다들 다이어트에 매달리는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나 단기간에 인위적으로 살을 확 빼는 무리한 다이어트는 건강을 해치고 살이 다시 찌는 ‘요요현상’이 나타나는 등 역효과를 볼 수 있는 만큼 자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콕스다이어트캠프 이혜연 본부장은 “밥을 굶거나 약물에 의존하는 등 스스로를 혹사하는 다이어트보다 평소 식습관 관리와 규칙적인 운동으로 체중을 줄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 ‘15㎏ 감량 보장’, ‘한 알 복용으로 10㎞ 달린 효과’ 등 최근 범람하는 과장광고에 대한 주의도 필요하다. 개중엔 의학적 근거가 없거나 심하게는 인체에 유해한 경우도 적지 않은데, 지난해 9월과 올 4월 1급 발암물질을 첨가하거나 맹물을 ‘다이어트 특효약’으로 둔갑해 판 일당이 경찰에 적발된 바 있다.

지난달 30일에도 국내 유명 온라인 마켓들에서 유독물질인 요힘빈 성분이 든 다이어트 보조식품을 판매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다이어트제품 관련 상담건수가 지난 1∼2월 117건에서 5∼6월 190건으로 여름을 앞두고 크게 늘었다”며 “소비자들이 허위·과장광고에 주의를 기울이고, 체중 감량이 되지 않을 것에 대비해 계약서에 현재 체중과 목표 체중을 기재해 두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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