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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 거짓말·실언… 경질론 시달리는 ‘여자 아베’

입력 : 2017-06-30 19:43:10 수정 : 2017-06-30 19:4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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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다 日 방위상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첫 여성 총리감’으로 점찍은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58·사진) 방위상이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처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나다 방위상은 지난 27일 도쿄 도의원 선거에 출마한 같은 당 소속 후보의 집회에서 지원 유세를 하면서 “방위성·자위대, 방위상, 자민당으로서도 (지지를) 부탁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도움이 되기는커녕 가뜩이나 지지율 하락으로 힘겨워하는 집권 여당 자민당의 발등을 찍은 꼴이 됐다. 공무원과 자위대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관한 헌법과 공직선거법, 자위대법을 위반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나다 방위상은 “오해를 부를 수 있다”며 일단 자신의 발언을 철회했다. 하지만 야당 등은 “발언을 철회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며 각료(공무원)와 의원(정치인)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이나다 방위상을 파면하라고 아베 총리에게 요구했다.

아베 총리는 이나다 방위상을 해임하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다. 그가 재집권한 이후 이나다 방위상을 중용해 왔기 때문에 ‘경질’하면 인사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될 수 있고, 인사 책임을 지라는 야당들의 공세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민당 내에서도 이나다 방위상의 자질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아베 총리의 ‘이나다 감싸기’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나다 방위상이 자질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올해 초 국회 답변에서 남수단 평화유지활동(PKO)에 파견된 자위대의 ‘일일보고’가 폐기됐다고 했다가 나중에 찾아냈다고 말을 바꿔 “조직 장악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또 일일보고에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 전투 발생’이라고 명기돼 있는 것에 대해 “법적인 의미의 ‘전투’는 없었고 무력충돌만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군대 보유와 전쟁을 금지한) 헌법 9조상의 문제가 되는 단어를 국회 답변 때 사용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며 전투를 인정하지 않았다가 “말장난을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3월 사학법인 ‘모리토모 학원’이 국유지를 헐값에 사들이는 과정에 아베 총리 부부가 관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을 때 이나다 방위상의 연루 의혹도 제기됐다. 이나다 방위상이 모리토모 학원의 고문변호사였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이나다 방위상은 국회에서 “거짓말”이라며 강한 어조로 부인했지만 모리토모 학원이 제기한 민사소송의 구두변론 때 법정에 출두했다는 법원 기록이 확인되면서 하루 만에 사죄했다.

변호사로 활동하던 이나다는 2005년 중의원 선거에서 당선돼 처음 국회에 발을 들였다. 당시 이나다를 정계에 입문시킨 사람이 자민당 간사장 대리를 맡고 있던 아베 총리였다. 이나다는 2012년 9월 아베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설 때 추천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당 총재에 취임한 아베 총리는 그해 12월 중의원 선거를 승리로 이끌며 재집권에 성공하자 당시 3선에 불과한 이나다를 규제개혁담당 특명장관에 임명했다. 이나다는 2014년 9월에는 당 정무조사회장을 맡았고, 지난해 8월에는 방위상에 오르는 등 초고속 승진을 했다. 아베 총리는 공개 석상에서 이나다를 “차기 총리감”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나다는 ‘여자 아베’로 불릴 만큼 극우 성향 정치인으로 아베 총리와 잘 맞는다는 평가다. 그는 정계에 입문한 이후 매년 종전기념일(8월15일)에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왔다. 지난해 방위상에 임명된 직후에는 해외에 파견된 자위대 시찰을 이유로 참배를 한 차례 건너뛰었지만 방위상이라는 직책 때문에 ‘전쟁 미화’ 비판이 거셀 것을 고려한 것이었다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아베 총리와 함께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하고 돌아온 다음 날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현직 방위상으로는 첫 참배 기록을 남겼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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