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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리가 들려주는 서민금융] <18> 사금융 대출이 초래하는 위험한 결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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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16 09:00:00 수정 : 2017-06-20 15:2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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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영화화되기도 한 일본 소설 ‘화차’는 과도한 빚으로 한 사람이 경제적, 도덕적으로 무너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인 신조 교코는 어릴 적 부모가 남긴 빚에 따른 채권 추심으로 도망자 신세가 됩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녀가 택한 방법은 바로 ‘신분 세탁’이었습니다. 그녀는 부도덕한 방법으로 본연의 신분을 감추고 세키네 쇼코라는 여성으로 살아가게 되죠.

소설 속 이야기이긴 하지만 대부업과 사(私)금융의 고금리 대출, 돌려막기 등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엄연히 존재하는 암울한 현실입니다. 서민금융을 찾는 이들 중에도 과거 사금융에 손댔다가 오랜 시간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들이 부담한 금리는 법정 최고금리를 훨씬 초과합니다. 실제로 대출 전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불법 사금융과 관련한 피해 신고는 지난해 11만8200건(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 실적 기준)으로 해마다 줄지 않고 있습니다.

◆밀리고 밀려 사(私)금융으로

홀어머니를 모시고 아내, 두 아이와 나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던 회사원 J씨는 아는 형의 소개로 자판기 사업에 투자를 하게 됐습니다. ‘목을 잘 잡고 조금만 부지런하면 돈을 꽤 벌 수 있다’는 형의 제안에 그는 저축은행에서 2000만원을 빌려 투자했습니다. 회사에 다니면서 부업으로 자판기 사업을 하기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자판기 사업도 경쟁이 치열해 ‘좋은 목’을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 같았고, 애써 구한 자리에서도 도무지 이익이 나지 않았습니다. 8개월 동안 장사를 했지만 자판기 구매 대금을 건지기는커녕 남은 것은 빚뿐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은행으로부터 등기가 왔습니다. 5년 전 사업하는 지인의 대출금 보증을 섰는데, 회사가 부도 나 지인은 대출금을 갚을 능력이 안 되니 보증인인 그가 대신 돈을 갚아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가 보증을 선 금액은 4000만원 정도였습니다. 지인에게 전화를 해봐도 연락이 닿질 않아 고스란히 그가 갚아야 할 처지였습니다.

여기에다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았던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맞벌이를 하던 J씨 부부가 아이를 키우며 병간호까지 하기는 불가능했습니다. 요양원에 모시려면 입소 보증금이 필요했습니다. 사업 실패 후 보증으로 인한 대출금 상환 압박과 어머니의 건강 악화로 그는 말 그대로 ‘멘붕’ 상태였습니다.

결국 그가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다름 아닌 사채였습니다. 월 4%, 그러니까 연 48%의 살인적인 이자와 수수료를 부담하고 1000만원을 빌렸습니다. 그렇게 돈을 마련하기는 했지만 매월 원금과 이자로만 50만원이 넘는 돈을 내야 했습니다. 적은 월급에 빚 갚을 여력이 되지 않았고 사채업자들의 협박과 회유에 그는 빚을 갚기 위해 또 다른 사채를 써 돌려막는 상태까지 전락했습니다. 결국은 수차례 연체를 거듭하며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가 됐습니다.

◆ 안전한 서민금융의 문 두드려야

J씨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사금융 대출을 이용하게 되면 높은 이자는 물론이고 불법적인 채권 추심과 신용등급 하락 등의 고통에 빠지게 됩니다. 사금융을 이용하고 있는 이는 법정 최고금리인 연 27.9%를 초과하는 이자율은 무효이며, 대출 시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낸 돈은 이자를 낸 것으로 간주된다는 점 등을 알아두어야 합니다.

최근 법정 최고금리를 추가 인하하면 사금융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신용등급이 낮고 채무가 많아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어려운 이는 애초 사금융이 아닌 안전한 서민금융의 문을 두드려보시길 바랍니다.

권은영 서민금융진흥원 종합기획부 홍보팀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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