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 집행 의지와 추경 등은 한은의 통화 긴축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이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임금이 올라가면 한은이 물가관리를 이유로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된다. 가계부채 급증이나 부동산 시장 투자 열풍, 부실기업 연명 등 저금리가 낳은 부작용들도 관리해야 하는 시점이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저금리로 인한 부작용들이 더 큰 문제로 비화하기 전에 안정적인 경제관리 차원에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줄여나가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한국은행 창립 67주년 기념식’ 행사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하지만 이번 메시지가 한은이 올해 안에 당장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뜻으로 볼 수 없다. 그동안 경기 부양을 위해 인위적으로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 왔는데, 경기 여건이 좋아지고 미국 금리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략적인 답을 내준 것이란 해석이다. 이 총재도 기념식 후 “그런 상황이 되면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라며 “다음달 경제전망을 발표할 때 경기 흐름을 보고 다시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보(통화정책 담당)가 “5월 금통위 때보다 반걸음 더 나아가는 메시지를 주려던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리 인상의 부정적인 여파와 불안정한 경기회복세가 금리 인상을 제한한다. 금리가 오를 경우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 소비 부진과 대출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자칫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될 수 있다. 또 통화 긴축의 전제조건으로 언급한 ‘뚜렷한 경기 개선’ 조건이 달성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GDP 성장률이 개선되더라도 3%대 달성은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2%대 후반 성장률은 2015년, 2016년 기록한 2.8%와 비슷한 수준이다.
경기 회복을 이끄는 수출도 하반기에 주춤할 가능성이 크다. 석유·화학·철강 업종의 기업실적 개선은 공급이 감소해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미국 보호무역주의 움직임도 수출에 부정적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유가가 떨어지면 수출도 둔화할 것”이라며 “지금의 회복세는 불안정하고 일시적인 것으로, 성장이 지속할 것이란 판단이 있어야 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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