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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문인들 이시대 환경·문학의 미래 진지하게 고민

입력 : 2017-05-18 19:39:17 수정 : 2017-05-18 19:3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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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서울국제문학포럼 23일 개최
해외 10개국 작가 13명과 한국 작가 등 50여명이 함께 참여하는 서울국제문학포럼이 23일부터 사흘 동안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컨벤션홀과 세미나실에서 열린다. 20011년에 이어 네 번째로, 대산문화재단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이번 포럼은 ‘새로운 환경 속의 문학과 독자’라는 큰 주제를 내걸고 ‘우리와 타자’ ‘작가와 시장’ ‘세계화와 다매체 시대의 문학’에 대해 각각 발표하고 토론한다. 문인들이 미리 제출한 발제문은 다양한 목소리로 우리 시대가 놓인 환경과 그 속에서 문학이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 진지한 고민을 드러낸다.

“세계 앞에서 체르노빌은 가상현실이 되었습니다. 평행적으로 존재하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우리는 다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체르노빌의 의미는 아직도 다 이해되지 못했습니다. 작가들도 입을 다물고, 철학자들도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체르노빌은 우리의 시간관념을 변화시켰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공간 감각도 변화시켰습니다. 세상은 하나가 되었습니다. 사태가 발발하고 사나흘 후에 체르노빌의 방사능진은 이미 아프리카의 상공을 날고 있었습니다. 참 작은 세상이 되었습니다.” 


고은
201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69)는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집요하게 만나온 경험을 바탕으로 ‘평화의 핵’과 ‘전쟁의 핵’이 따로 있지 않음을 강력하게 역설했다. 그는 “평생 전쟁을 해왔고, 전쟁 준비를 해왔는데 갑자기 전혀 다른 형태의 적이 등장한 것”이라며 “전쟁 같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은 이것은 미래로부터 온 전쟁”이었다고 규정 짓는다. 알렉시예비치는 자신이 미래를 기록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핵의 위협 속에서 한시도 안전하지 않은 한반도는 물론 핵 앞에서 공동운명체일 수밖에 없는 인류가 자칫하면 함몰될 수밖에 없는 무시무시한 재앙에 대해 그는 장문의 발제를 통해 강력하게 경고했다. 인류의 공동 위협 앞에서 ‘우리와 타자’의 구분은 사실상 의미를 상실하는 셈이다.


르 클레지오
알렉시예비치
“관계의 파산 앞에서 그 관계의 축인 ‘나’ ‘우리’의 의미도 왜곡되고 타자의 설정도 부당하게 됩니다. 특히 세계 각지에 만연한 불평등 불공정의 심각성은 타자에게 어떤 연민도 관심도 불가능한 상태에서 자아는 타자화됩니다. ‘나’가 ‘나’일 수 없이 시장이 만든 모형의 ‘나’로 복제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자아야말로 지옥’이라고 감히 말합니다. 몇 십 년 전의 누가 타자를 지옥이라고 말한 것을 돌려주려는 의미만이 아닙니다. 지금 자아의 개념은 위험하고 공소(空疏)합니다. 그것은 어느 때보다 고립으로 가고 있고 어느 때보다 고립에 의하여 취약합니다.”

한국의 시인 고은(84)은 고립된 시장 속의 개인은 위험하고 공소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런 자아의 영광은 허울일 뿐이고 “근대의 대명제인 자아는 결국 소유의 하인 노릇밖에 아무것도 아니게 되고 말 것”이라며 “90% 이상의 소외에 대한 10% 미만의 지배체제에서는 ‘나’, ‘우리’ 자체가 타자화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2016년 겨울과 그 이후 광장에서 계속된 한국의 촛불혁명의 평화 속에서 구현된 공공(公共)과 무아(無我)의 미학은 실로 감동적이었다”면서 “그것은 해답 없는 ‘나’ ‘우리’와 타자의 문제에 대한 사유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화
200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77)는 “각자의 존재는 개인을 뛰어넘어 커다란 정체성의 일부임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자발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성을 이루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이나 차이를 드러낼 수 있는 ‘기적’은 분명히 도래할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관측했다. 중국 작가 위화(57)도 “만약 글 쓰는 자를 우리로 규정해 놓고, 읽는 자를 그들로 규정해 놓는다면 글을 쓰는 과정은 대립과 전환, 상호 보완적인 한 과정인 것”이라며 “모든 작가는 동시에 독자이기도 하다”고 썼다.

이번 포럼에는 이밖에도 해외에서 누르딘 파라, 아미타브 고시, 로버트 하스, 히라노 게이치로, 노라 옥자 켈러, 벤 오크리, 오마르 페레즈 등이 참여한다. 국내에서는 김우창 유종호 황석영 정현종 김혜순 김승희 김성곤을 비롯해 백민석 김애란 박형서 김숨 등 노장에서 소장까지 고르게 참여해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누구나 무료로 자유롭게 참관할 수 있고, 3일간 오전에 진행되는 세 차례의 기조세션은 ‘네이버’를 통해 실시간 생중계된다. 포럼 기간에는 ‘문학포럼’ 외에도 ‘동아시아문학과 세계문학 교류의 밤’을 포함해 대학 강연회와 독자와의 만남 등 여러 작가별 행사도 함께 진행된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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