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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빈번해진 개인정보유출, 무감각해지는 게 더 문제다

입력 : 2017-05-16 05:00:00 수정 : 2017-05-15 17: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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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가지고 있는 ‘이름’은 다양한 관계 속에서 개인의 존재를 증명하고, 확인시켜주는 역할을 하며, 사회와 국가 시스템에서는 제도와 정책의 원활한 운영과 관리를 위한 목적으로 이름과 함께 주민등록번호가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불과 몇 글자 되지 않는 이름과 13자리 숫자가 조합된 주민등록번호가 곧 우리의 정체성을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외에도 전화번호와 주소, 이메일과 계좌번호 등과 같은 개인정보들 역시 내가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지를 직간접적으로 알려주는 중요한 정보로, 안전하게 보호 및 관리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어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불명확해지면서, 이런 개인정보를 관리하고 보호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개별 웹사이트마다 개인정보를 당연하게 요구하다 보니 이미 너무 많은 정보가 공유되어 버렸으며, 인터넷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실정입니다.
더욱이 최근 개인정보 활용도가 높아지고, 결국 그것이 ‘돈’이 되다 보니, 불특정 다수의 개인정보를 빼내려는 시도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개인정보를 완벽하게 보호하고, 접근을 통제한다는 게 불가능해진 세상입니다.
이렇게 개인정보유출 문제가 자주 불거지면서 오히려 정보유출에 무감각해지는 모습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미 개인정보가 '공공재'가 되었다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오는 형국입니다. 개인정보 중에서도 가장 우려가 되는 것은 일상생활에서의 활용도가 매우 높은 주민등록번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신분을 증명하는 주민등록번호는 사적, 공적 영역에서의 악의적인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렇자 현재의 주민등록번호를 개선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대부분이 공감하면서도 새로운 개인 식별수단의 도입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상당한 불편이 뒤따른다는 이유로 여전히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무감각해지는 개인정보유출 문제, 주민등록번호 대체가 도움될까.

대부분(93.4%)의 시민들이 개인정보유출 문제가 심각하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10명 중 6명은 현재의 주민등록제도가 대체되거나 변경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다만 주민등록제도가 변경되면 불편할 것 같다는 의견(47.6%)도 적지 않았다.

전체 78.3%는 '아이핀(i-PIN)'과 '마이핀(My-PIN)'도 해킹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개인정보유출 및 주민등록 대체수단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의 소비자가 연이어 발생하는 개인정보유출 사고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가운데,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책으로 꼽히는 주민등록 대체수단에 대해서는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먼저 최근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개인정보 유출사고와 관련해서는 거의 모든 소비자(98.6%)가 인지하고 있을 만큼 그 관심도가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사고 내용을 자세하게 알고 있는 경우(42.3%)보다는 뉴스에 보도되었다는 정도만 아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56.3%)가 좀 더 많은 편이었다.

그에 비해 개인정보유출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어봤다는 응답자는 단 1.4%에 불과했다. 개인정보유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전체 93.4%가 개인정보유출 문제가 심각한 편이라고 바라본 것으로, 그 중에서도 여성(94.2%)과 30대(96.8%)가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크게 느끼는 모습이었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87.1%는 개인정보의 유출로 인해 자신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과 중장년층이 개인정보유출로 인한 피해에 대한 우려를 많이 하는 모습을 보였다.

◆개인정보 유출 확인시 웹사이트 비밀번호 변경·탈퇴 가장 많이 해

소비자 절반 가량(53.2%)은 본인의 개인정보 유출 여부를 직접 확인해 본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인터넷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20~30대가 개인정보 유출 여부를 확인해보는 경향이 보다 뚜렷했다.

반면 10명 중 4명 정도(41.4%)는 직접 확인해보지는 않았다고 응답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유출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고 해서 딱히 달라질 것은 없다는 생각(75.6%·중복응답) 때문이었다. 또한 개인정보 유출은 어차피 막을 수 없는 문제라는 인식(47.8%)도 강했으며, 귀찮고(20.3%), 바빠서(18.4%) 개인정보의 유출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개인정보 유출 여부를 확인해본 소비자 중 75.6%는 실제 자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성별과 연령에 관계 없이 개인정보 유출의 피해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은 매한가지였다.

가장 많이 유출된 정보는 성명(86.1%·중복응답)과 전화번호(81.1%)였으며, 이메일(68.7%)과 주민등록번호(61.7%), 주소(59%)도 상당히 많이 유출된 정보였다. 개인정보 유출을 확인한 소비자들은 인터넷 웹사이트 비밀번호를 변경하거나(44.8%·중복응답), 해당 웹사이트를 탈퇴하는(31.8%) 방식으로 대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밖에 신용카드의 비밀번호를 변경하거나(25.9%), 재발급을 받고(18.2%), 해지하는(17.7%) 소비자들도 적지 않았다.

◆10명 중 6명 "현행 주민등록제도 대체되거나 변경돼야"

개인정보 유출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가장 중요한 개인정보로 꼽히는 주민등록번호 대체 필요성이 논의되는 가운데, 소비자 10명 중 6명(58%)이 현재의 주민등록제도가 대체되거나 변경될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대(60.8%)와 40대(63.6%)가 지금의 주민등록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내비쳤다.

다만 지난번 조사와 비교해보면 주민등록제도가 대체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는 다소 부침(14년 63.5%→15년 54.6%→17년 58%)이 있다는 점에서, 개인정보유출의 여파에 따라 어느 정도 의견에 영향을 받게 된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아울러 주민등록번호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상당수였다. 주민등록번호가 꼭 필요하다는 의견(45.9%)이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나타난 것이다. 예전에 비해서는 주민등록번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14년 32.4%→15년 39.7%→17년 45.9%)이 다소 증가했으나, 여전히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주민등록번호가 꼭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절반 가량 "주민등록제도 변경되면 불편할 것 같다"

이런 가운데 주민등록제도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소비자는 그리 많지는 않았다. 전체 14.7%만이 주민등록제도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내비친 것으로, 아무래도 주민등록제도를 대체하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 불편함을 느끼거나 경제적 부담감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를 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실제 절반 가까이(47.6%)가 주민등록제도가 다른 제도로 변경되면 왠지 불편할 것 같다고 응답하였는데, 이런 의견은 과거 같은 조사에 비해 증가하는(14년 37.6%→15년 43.5%→17년 47.6%) 추세였다.

10명 중 4명(38.1%)은 주민등록제도의 변경은 소모되는 비용 대비 필요성이 낮을 것 같다고도 바라봤다. 역시 2014년(27.5%)과 2015년(33.4%) 조사에 비해 주민등록제도의 변경에 따른 비용의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결국 현재의 주민등록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데는 어느 정도 공감을 하면서도,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계속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아이핀·마이핀, 주민등록번호 대체" 9.6%만 동의

주민등록번호의 대체수단으로 평가되는 아이핀과 마이핀은 여전히 대중적으로 잘 보급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2014년 8월부터 정부의 주도하에 아이핀과 마이핀이 주민번호를 대체하는 본인확인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일생생활에서 이를 잘 체감하는 소비자는 매우 적은 것으로, 아이핀과 마이핀이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하고 있는 편이라는 의견이 전체 9.6%에 불과했다.

실제 보급률도 아직까지는 낮은 수준이었다. 먼저 아이핀의 경우 전체 응답자의 39.5%만이 잘 알고 있고, 현재 발급 받아서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상대적으로 남성(45.6%)과 20대(49.6%)의 발급률이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아이핀을 발급한 후 자주 사용하는 소비자(12.2%)도 그리 많지 않았다. 대체로 가끔 사용하거나(47.1%), 거의 사용하지 않는 편(34.4%)이었다. 발급과정에 있어서도 발급자의 절반 가량(51.1%)은 어렵고 까다롭다는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인터넷이 아닌 일상생활에서만 사용하는 본인확인 식별수단인 ‘마이핀’의 경우 사용률은 더욱 저조했다.

10명 중 1명 정도(11.9%)만이 마이핀을 잘 알고 있고, 현재 발급받아서 사용한다고 응답했을 뿐이다. 역시 대체로 가끔 사용하거나(42.9%), 거의 사용하지 않는(32.8%) 수준에 머물렀으며, 발급자의 절반 가량(47.9%)은 발급과정이 어렵고 까다롭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럼에도 전체 2명 중 1명(50.1%)은 주민등록번호가 아이핀과 마이핀으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이 올라갈수록 아이핀과 마이핀으로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아직까지는 조사 시점에 따라 의견 변화(14년 61.7%→15년 43.4%→17년 50.1%)가 많다는 점에서 좀 더 깊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아이핀과 마이핀 역시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으로 보여진다.

아이핀과 마이핀 관련 전반적인 인식 평가 결과, 전체 78.3%가 아이핀과 마이핀도 해킹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바라본 것으로, 이런 우려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14년 69%→15년 75.9%→17년 78.3%) 추세였다. 연령별로는 20~30대가 해킹에 대한 우려를 많이 드러냈다. 또한 절반 가량(53%)이 아이핀과 마이핀도 안전성이 낮을 것 같아서 불안하다고 바라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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