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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친부모와 단절 아닌 가족의 확장… “입양, 숨길 필요 없어요”

입력 : 2017-05-10 19:32:52 수정 : 2017-05-10 20: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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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입양의 날… 개방입양 관심 고조 / 친모에게서 아이 특성 들어 양육 불안감 해소 도움 받아 / 입양 이해시키는 과정 중요… 뿌리에 대한 고민 해결 필요 / 입양아 인권 보호 우선돼야
5년 전 갓 돌이 지난 철이(가명)를 입양한 A씨. 그는 철이와 생모가 함께 찍은 사진들을 보고 입양했다고 한다. ‘철이가 생모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구나’라고 느낀 A씨는 입양을 결심하고 철이 생모와의 만남을 입양기관에 요청했다. 그는 생모를 만나 철이를 낳기까지의 과정과 양육을 포기해야만 했던 이유 등을 자세히 들었다. 생부나 가족에게도 하지 못한 속얘기를 털어놓은 생모는 눈물을 쏟으면서도 A씨를 믿고 철이를 맡겼다.

이후 A씨는 사랑으로 아이를 보살폈지만 한가족이 되는 게 쉽지 않았다. 철이는 바뀐 환경이 낯설었는지 마냥 울어댔다. 급기야 A씨는 ‘사랑이 부족한가’라고 자책하며 불안의 나날을 보냈다. 섣불리 입양을 한 것은 아닌지 후회가 앞서 다시 생모를 찾았다.

임신 당시 몸조리 내용부터 철이의 성격이나 습관, 병력 등을 상세하게 듣고 나자 한결 부담이 덜어졌다. 철이를 더 이해하게 되면서 양육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해소됐고 아이를 위한 게 무엇인지도 더욱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는 요즘 6살 철이에게 입양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A씨는 “당장 모든 걸 다 이야기할 순 없지만 단계적으로 철이의 삶 전반에 대해 알려주고 싶다”며 “입양이 친생부모와의 단절이 아니라 더 큰 가족을 이루는 과정임을 함께 이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개방입양은 출생가족과의 완벽한 단절 뒤 새 가정을 이루는 것이 당연시되는 국내 입양 문화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현실은 입양아동의 과거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료가 거의 없다. 이름조차 입양기관에서 붙여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미국이나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는 개방입양이 보편화하는 추세다. 이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애니메이션 ‘쿵푸팬더’에도 잘 나타난다.

거위인 양부는 팬더 아들 포가 국수가게를 이어가길 원한다. 그러나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처럼 포는 본능에 이끌려 무술을 수련하고 ‘용의 전사’가 된다. 무술로 성공을 이룬 포이지만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왔는가’라는 질문에 끊임없이 시달리면서도 양부에게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결국 악당에게 마을이 습격당했던 과거를 기억해낸 포는 친생가족을 만나게 되고 팬더로서의 자신과 거위의 아들로서의 자신을 모두 포용한 뒤 악당을 물리친다. 입양부모가 아무리 사랑으로 키운다 해도 입양아 본인이 뿌리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고 두 쌍의 부모가 있는 자신의 삶을 통합하지 못한다면 행복하기 힘들다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개방입양은 타인에게 입양 사실을 알리는 것도 포함되지만 입양아동 본인에게 입양을 이해시키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유럽의 선진국에서는 입양 과정에서 입양아동의 인권과 이익을 최우선해야 한다는 시각이 확고하다. 미국에서도 입양아동의 알권리와 건강한 정체성을 위하여 생부모와 연락을 주고받는 개방입양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1일 제12회 입양의 날을 맞이하는 우리나라에서도 개방입양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막연하게 ‘입양은 사랑’이라며 외부에 홍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모국방문행사 등 입양 관련 행사가 입양인의 뿌리찾기보다는 성공 사례의 발표와 증언 등에 무게가 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아동권리와 관련한 국제적 추세에 발맞추고자 2013년 서명했던 ‘헤이그 국제아동입양협약’의 비준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국제입양법 제정안과 입양특례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헤이그 협약 비준을 위한 움직임도 더욱 가시화될 것”이라며 “아동의 권리와 원가정 보호의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y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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