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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연대보증' 폐지…대출거절 등 부작용 보완해야

입력 : 2017-05-04 14:29:13 수정 : 2017-05-04 14:2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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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 원리금 상환 부담 늘어나…단계적 폐지 바람직" 정부가 지난 3일 대부업 연대보증 폐지를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개인대출의 ‘빚 연대보증’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연대보증은 그 폐해가 심각하다. 내가 돈을 빌린 적이 없는데도 채무상환의 의무는 나눠져야 한다. 실제 채무자가 야반도주라도 하면 모든 빚이 내 어깨 위로 떨어진다.

‘빚 연대보증’은 이처럼 불합리한 구조로 수많은 국민들을 고통스럽게 했다. 중소기업 한 곳이 도산하면 경영자는 물론 가족, 친구, 선후배까지 채무 독촉에 시달려야 했다. 심지어 전 재산을 잃는 경우도 속출했다.

이처럼 ‘빚 연대보증’의 불합리한 구조 때문에 괴로워하는 서민들이 다수라는 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정부의 취지다.

다만 이와 관련, “대출거절 사례가 늘어나 소비자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만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보험사, 여신전문금융사 등은 이미 개인대출에서 연대보증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은행권에서, 2013년에는 2금융권에서 제3자 연대보증제가 폐지됐다.

그러나 대부업계에서는 8980곳의 대부업체 중 겨우 33곳만 자율적으로 연대보증을 적용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대부업계는 연대보증이 금지되지 않은 탓이다.

정부는 행정지도나 대부업법 개정 등을 통해 올해 안에 모든 대부업체의 연대보증을 전면 금지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특히 대부업체가 연대보증의 위험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청년층을 보증인으로 세워 대출받도록 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0개 대부업체에서 연대보증인의 27%(대출금액 795억원)가 20대 청년이었다.

특히 이들 업체는 보증인의 소득 수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보증을 세웠다. 때문에 친구나 직장 동료의 부탁에 쉽게 연대보증에 동의했다가 자칫 사회생활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빚의 굴레에 빠지는 경우가 흔했다.

이는 곧 청년층의 신용에 상처를 줘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게 했다.

현재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대부업 연대보증 폐지의 방식과 예외 조항 등을 논의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 방향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대부업자의 연대보증 금지와 함께 대부업 최고금리를 연 20%로 제한하는 법안을 패키지로 발의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대부업법을 개정해 연대보증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연대보증 계약을 무효로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다만 이에 대해 “거꾸로 금융소비자들에게 피해를 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대부업 최고금리가 27.9%까지 낮아진 상황에서 연대보증까지 금지하는 것은 대부업체에게 장사하지 말란 이야기”라며  “많은 대부업체가 폐업하고 사라지거나 음지로 스며들어 개인 사채로 변환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부업체를 찾아오는 소비자들은 대부분 급전이 필요한데 소득과 신용도가 낮아 제도권 금융사에서 거절당한 사람들”이라며 “이들에게 연대보증도 없이 대출해주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대부업체도 리스크관리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데 그 경우 소비자들이 개인 사채로 밀려날 수 있다”며 “개인 사채는 불법적인 고금리를 수취하는 데다 채권 회수 방식도 난폭해 다수의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염려했다.

금융당국에서도 이런 부분을 고려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모든 연대보증을 단숨에 금지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있다”며 “대부업 연대보증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안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개인대출에서 연대보증이 사라진다 해도 여전히 기업대출에는 연대보증이 남아 있다. 금융권에서는 여전히 기업대출에 대표이사를 보증인으로 세우는 것이 관행이다.

현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은 지난해부터 창업 5년 이내 기업의 대표에게는 연대보증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 창업에 실패한 뒤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재기가 어려워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다.

정부는 시중은행도 정책금융기관 수준에 맞춰 창업기업 연대보증을 폐지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시중은행에서는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했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창업기업은 이미 자리가 잡힌 기업과 달리 신용도가 낮고 담보로 내세울 만한 물건 역시 부족하다”며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연대보증 없이 함부로 돈을 빌려주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의 연대보증이 금지되면 그만큼 은행의 대출 거절 사례도 늘어날 것”이라며 “그 경우 창업기업이 2금융권으로 밀려나 원리금상환 부담만 증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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