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 당국자들이 한·미 FTA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적은 여러 차례이지만 ‘재협상(renogotiate)’, 특히 ‘폐기(terminate)’라는 극단적 표현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개선(reform)’,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재개(reopen)’란 표현을 각각 썼다. 이에 정부는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 ‘당장 재협상을 요구한 것은 아니다’고 의미를 설명해왔다.
또한 “한·미 FTA의 상호호혜적인 성과를 잘 설명하고 있고 미국도 이해하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주형환 산업부 장관 등 통상 당국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측은 최근까지도 양국 통상당국 간 만남이 있었지만 FTA 재협상이나 폐기 언급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매우 돌발적인 발언이란 것이다.
이에 따라 재협상, 폐기 등 여러 가능성에 대한 정부와 기업들의 대책 마련이 속도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가 파기되면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인 양 국가는 상대방에게 최혜국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최혜국 관세율은 한국이 4∼9%, 미국은 1.5∼4% 수준이다. 트럼프의 발언이 재협상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관측되는 이유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미 FTA 재협상 시 오는 2021년까지 총 수출손실은 269억달러, 일자리 손실은 24만명으로 추산됐다. 재협상 땐 자동차 부문이 손질 0순위로 꼽힌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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