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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가 만든 신풍속도… 도서관 점령한 ‘실버던트’

입력 : 2017-04-23 22:25:40 수정 : 2017-04-23 23: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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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이모작’ 준비·독서 즐기는 노인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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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한 취미가 없지. 딱히 갈 데가 없기도 하고….”

지난 20일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은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들로 이른 아침부터 북적였다. 이들은 소설에서 실용서적, 자기계발서적 등 분야를 막론하고 독서 삼매경에 빠졌다. 노트와 펜을 준비해 두꺼운 책과 씨름 중인 사람도 많았다. 매일 지하철을 타고 도서관으로 ‘출근한다’는 이은길(69)씨는 “최근 조정래의 소설에 푹 빠졌다”며 “집에만 있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밝게 웃었다.

이모(63)씨처럼 ‘인생 2막’을 준비하려고 책을 펼친 경우도 많았다. 공인중개사를 준비 중인 이씨는 “은퇴 후 일자리가 마땅치 않아 시간도 보내고 노후도 준비할 겸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100세 시대를 맞아 도서관에서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거나 독서로 여가를 즐기는 등 공부하는 노인, 이른바 ‘실버던트’(실버+스튜던트)가 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공부하는 직장인 ‘샐러던트’에 이어 실버던트까지 늘어나는 것을 두고 “우리나라는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살아남는 사회”라는 자조도 나온다.

23일 국립중앙도서관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에 있는 국립중앙도서관을 찾은 60세 이상 이용자는 2012년 16만2793명(전체 이용자의 18.7%)에서 지난해 22만7590명(25.3%)으로 크게 늘었다.

실버던트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75세 이상 노인은 독서를 통해 자기 삶을 조망하는 등 개인적인 이유가 많은 반면 상대적으로 젊은 70세 이하 노인은 전직과 창업 등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공부하는 노인이 느는 것은 상승세인 노인빈곤율과 무관치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빈곤이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노인들이 은퇴 후 마땅히 할 일도 없고 여유를 부리며 살 수 있는 처지가 아니란 현실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노인들은 평균 74세까지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노년 고시’를 준비하는 이들도 상당하다.

60세 이상 사회복지사(1급)시험 응시자는 2013년 171명에서 지난해 262명, 올해 320명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공인중개사시험 응시자도 2007년 2996명에서 지난해 4870명으로 크게 늘었다. 최근에는 동화구연지도사, 노인심리상담사 등 자격증이 인기라고 한다.

노후 준비를 개인 책임으로 돌리는 풍토도 실버던트 증가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60세 미만 은퇴 예정자 중 ‘노후준비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있다’는 직장인은 25.1%에 그쳤다. 장기 불황에다 은퇴 전후 재교육 시스템이 부실해 자격증 등 재취업 공부에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퇴임 전 전기기사, 수도배관기사 시험 등을 준비한 김모(59)씨는 “뭐라도 해야 은퇴 이후 비참한 삶을 피할 수 있다”며 “평생 공부해야만 살아남는 세상인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취업 의사가 있는 노인들을 위해 실효성 있는 교육인프라 확충 등이 시급한 이유다. 노인대학이나 평생교육원 등이 있긴 하지만 수준이 낮고 비실용적인 경우가 많아 고학력 실버던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숭실대 허준수 교수(노인복지)는 “노인을 ‘인적자원’으로 보지 않는 탓에 관련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외국처럼 노인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전문적이고 실용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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