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생명을살리는한마디"괜찮니?"] 자살시도자 관리도 중요하다

관련이슈 생명을 살리는 한마디"괜찮니?"

입력 : 2017-04-23 09:00:00 수정 : 2017-04-28 17:29:5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우리나라는 2015년 한 해 1만3513명, 즉 인구 10만명당 26.5명이 자살로 사망했습니다. 또한 2003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보다 자살률이 높았던 핀란드와 일본의 경우 국가적인 대책 프로그램을 시행한 뒤 자살률이 감소하였습니다. 국가적인 관심과 예산 투입이 실제 자살률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필자는 이번 칼럼을 통해 자살시도자 관리의 중요성에 대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자살시도자에 대한 공식적인 국가통계를 지속적으로 발표하는 나라는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2013년 우리나라 자살실태조사 결과 자살시도자의 자살 사망률은 일반인의 20~30배로 나타나, 가장 위험한 자살 위험군은 자살시도자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살을 1번 이상 시도한 사람에게 가족 및 사회적인 관심과 예산을 집중하여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자살률을 낮추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자살시도자를 관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상당수 자살시도자들은 응급실을 통하여 병원치료를 받게 되기 때문에 응급실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이 자살시도자 관리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3년부터 27개 대형병원에서 응급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와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가 협력하여 응급실에 내원하는 자살시도자에게 4차례의 사례관리서비스와 지역연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업평가결과 서비스에 동의하고 관리를 받은 자살시도자는 받지 않은 자살시도자에 비하여 사망률이 1/3로 감소하는 성과를 보였습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42개 병원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기로 결정하여 더 많은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하지만 사업의 운영위원장으로써 아쉬운 점 2가지를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서비스 동의율이 절반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이 사업은 자살시도자에서 많은 혜택이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지만 환자나 보호자가 서비스에 동의하지 않으면 시작될 수 없습니다. 아직도 많은 환자와 그 가족들은 자살시도가 주변에 알려져서는 안 되는 숨겨야만 하는 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21세기가 시작된 지 17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는 정신병은 병이 아닌 의지가 약해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자살은 충동적으로 이루어지며 예방이 불가능한 문제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둘째, 올해 27개 병원에서 42개 병원으로 서비스가 제공되는 병원의 수가 확대되었지만 아직은 부족하다고 생각됩니다. 정확한 규모를 확인할 순 없지만 오히려 더 많은 자살시도자가 사업이 시행되지 않은 병원으로 이송되어 적절한 사후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40개 권역응급의료센터와 100여개의 지역응급의료센터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차후 전국 지역응급의료센터 이상의 병원으로 사업이 확대 운영되고, 구급대원은 모든 자살시도자를 본 서비스가 제공되는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제도를 만든다면 대부분의 자살시도자가 사후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이는 향후 우리나라 자살률의 감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제 더이상 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관리가 필요한 문제입니다.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가 전국에 확대 설치되고 자살에 대한 사회적 오해가 해소되어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급격하게 감소하기를 기원해봅니다.

원광대 산본병원 응급의학과 위대한 교수(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 운영위원장)

본 칼럼은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 세계일보가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해 진행하는 연재형 기고문입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