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파월 지음/윤태준 옮김/오월의봄/2만3000원 |
‘미국과 전쟁’이란 키워드를 색다른 시각에서 분석한 책이다. 국제적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전쟁을 촉발시켜 미국 내 대기업과 파워엘리트를 살찌운다는 요지다. 미국의 메인스트림에서 보면 억지이고 편향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북핵 문제를 안고 늘 전쟁 위험에 시달리고 있는 한반도의 입장에서는 마냥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얘기다.
벨기에 출신 캐나다 역사학자인 자크 파월은 우선 2003년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 풀이했다. 2001년 9·11테러에 대해 미국 언론은 제2의 진주만 사태로 이름 붙였다. 사태 이후 1년여쯤 지나 미국 정부와 주요 언론들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어 정보 당국의 보고서를 근거로 이라크 침공을 단행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이라크가 보유했다는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았고 보고서는 의혹투성이였다. 많은 사람들은 보고서가 거짓이라고 믿게 되었다. 실제 미국 정부는 아무것도 내놓지 않았으며 이제까지 비판론을 묵살해 왔다.
독일 쾰른에 있던 포드 독일 공장인 ‘포드-베르케’는 히틀러의 전쟁준비 덕분에 막대한 돈을 벌었다. 사진은 히틀러가 1936년 베를린 자동차쇼에서 포드의 신제품을 살펴보고 있는 장면이다. 오월의 봄 제공 |
2차 세계대전도 이런 관점에서 본다. 전쟁 초기 미국은 독일과의 전쟁을 피하려 했으나 태도를 바꿔 적극 개입했다. 참전에 대해 당시 미국 언론들은 ‘위대한 성전’이라며 열을 올렸다. 그러면서 미국적 가치를 널리 홍보했다. 미국적 가치란 파시즘이나 군국주의에 대항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미건국 이념이다.
전쟁 막바지에 미국은 독일 드레스덴 지방에 대규모 폭격을 단행, 20만∼25만명을 살상했다. 독일 패망이 예측된 상황인데도 미국은 엄청난 전쟁 물자를 쏟아부었다. 애초 미국은 1941년 전쟁 개입 직전까지도 나치 독일을 ‘적’이 아닌 ‘무기시장’으로 여겼다는 증거는 적지 않다. 자유민주적인 가치보다는 이해득실에 더 관심을 뒀다는 비판론이 비등했다.
1943년 당시 미국은 2차세계대전을 독립전쟁과 유사한 ‘자유를 위한 투쟁’이란 포스터로 전쟁 개입을 홍보했다. |
그러기 위해서는 소련의 남하를 저지해야 했다. 소련은 한반도를 비롯해 일본까지 점령한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미국 언론들은 공산주의혁명 저지를 홍보했다. 모든 전략의 초점이 소련 견제에 맞춰졌다. 이를 틈탄 대기업들은 군수산업에 대거 투자해 세계적인 거부로 성장했다.
통상 일본 기업들이 일제에 부역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미국 기업들이 나치에 부역한 사실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이를테면 2005년 출판된 ‘제너럴모터스와 나치’(2005)는 제너럴모터스의 독일 자회사 오펠의 나치 부역을 폭로한 책이다. 2009년 출판된 ‘나치 넥서스’(2009)는 미국 대기업이 히틀러의 홀로코스트에 연루된 사실을 고발했다. 2013년 프랑스에서 나온 ‘히틀러와의 거대한 거래’(Big Business avec Hitler)도 같은 종류의 책이다.
저자는 “미국이 위대한 기치로 내걸었던 자유, 정의, 민주주의라는 가치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한 전쟁 개입이 더 많았다”고 꼬집었다. 이런 시각은 놈 촘스키, 윌리엄스, 콜코, 퍼렌티 등 진보학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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