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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색] '떼카'가 놀랍지 않은 아이들… 청소년 사이버폭력 "이 정도일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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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14 13:33:18 수정 : 2017-04-14 14: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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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가 전화를 걸어왔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 민지는 다짜고짜 험한 분위기로 말한다.

 “야, 카톡 바로 안 보냐?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지? 두고 봐.”

이윽고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 단체 대화방에 6명이 한꺼번에 초대되더니 “빠릿빠릿하게 대답 안 하냐”, “정신 못 차리네” 등 욕설을 섞은 온갖 메시지가 쏟아져 어지러울 지경이다.

잠시 후 대화방에 있던 친구들이 “병× ×나게 ×랄이네”라고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하더니 “이제야 스트레스가 좀 풀린다”면서 한꺼번에 방에서 나가버린다.

‘사이버폭력 백신’은 이처럼 여러 명이 무차별적으로 폭언과 욕설을 담은 문자메시지로 사이버폭력을 가하는 청소년들의 실태를 사실적으로 재현했다.
광고대행사 이노션이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이하 학가협)의 의뢰를 받아 제작한 스마트폰용 앱 ‘사이버폭력 백신’을 실행하자마자 생긴 일이다.

사이버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개발된 이 앱은 문자메시지와 SNS를 통해 어떻게 청소년들 사이에 사이버폭력이 이어지고 있는지 체험할 수 있도록 실제 피해 사례를 바탕으로 개발됐다.

앱 개발 과정에 참여한 카피라이터 김민혜(32·여)씨는 “학생들이 정말 이렇게까지 사이버폭력을 겪고 있는 줄 몰랐다”며 “개발하는 내내 욕설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감정적으로 힘들어하는 직원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떼카’(단체 대화방에서 여러 명이 한 명을 표적으로 삼아 언어폭력을 가하는 행위)를 재현한 걸 학생들에게 보여주니 전혀 놀라지 않더라”며 사이버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나마 이달 10일자로 앱 장터에 올라와 있는 버전(현재 비공개)이 순화된 것이라는 게 개발사의 설명이다. 학생들이 사이버폭력을 가할 때 사용하는 언어를 그대로 옮기자니 너무 자극적이어서 3차례에 걸쳐 순화 작업을 했다는 것.

이 앱을 개발한 배경에 대해 학가협 신준하(44) 사무국장은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고 연령대도 점점 낮아지고 있는 사이버폭력의 심각성을 어른들에게도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사이버폭력 백신’ 앱의 안내화면.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청소년 사이버폭력이 전체 학교폭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달 발표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시행계획’에 따르면 학교 폭력 발생 비율은 줄고 있지만 사이버폭력은 △2013년 5.4% △2014년 6.1% △2015년 6.8%로 매년 증가 추세다.

신 국장은 “사이버폭력은 시간과 장소를 따지지 않고 집단적으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고 피해 학생이 전학을 가도 온라인을 통해 따돌림을 당했던 사실이 전학간 학교에도 전해져 2차 피해가 발생해 학생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신 국장은 “자신의 부모를 욕하는 ‘패드립’(패륜적인 말을 농담처럼 던지는 것을 의미)이 담긴 메시지를 받은 피해학생은 부모님이 상처받을까봐 더욱 숨기는 경향이 있다”며 “그럴 수록 허심탄회하게 말하고 해결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사이버폭력은 증거가 명백히 남는 만큼 수집을 해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노션이 개발한 ‘사이버폭력 백신’은 다음 주 중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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