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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형준의엔터키] 전세계 ‘AI전쟁’ 막이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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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03 01:14:49 수정 : 2017-04-11 17:5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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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사이 인공지능 놀라운 발전 / 삼성전자 등 국내서도 개발 전력 / 글로벌 기업 AI 인재 확보 사활 / 정부, 예산 적고 인력 육성도 늦어 영화 ‘그녀’, ‘채피’, ‘엑스마키나’의 공통점은? 바로 인공지능(AI)이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아내와 별거 중인 편지 대필 작가인 테오도르는 인생의 공허함을 느끼던 중 새로운 여자친구 ‘사만다’를 사귀게 된다.

“결혼하면 어때”, “왜 당신을 사랑할까”라고 묻는 ‘그녀’는 테오도르의 이메일을 훔쳐보기도 한다. 하지만 테오도르는 사만다를 만난 적이 없다. 사만다가 말할 줄 아는 운영체제(OS)이기 때문이다.

엄형준 산업부 차장
채피는 경험을 통해 배울 줄 아는 생각하는 로봇이다. 인간들은 생각하는 로봇은 위험하다며 채피를 파괴하려하고, 채피는 “난 죽기 싫다”며 적대적인 인간과 싸움을 벌인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 기계를 타고 내려온 신을 뜻하는 라틴어다. 영화 ‘엑스 마키나’의 로봇인 에이바는 생각할 줄 아는 것뿐 아니라 인간을 속일 줄도 안다. 에이바는 인간을 유혹하고, 결국 자신을 만든 ‘신’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이 같은 AI를 학계에서는 ‘강 인공지능’(strong AI)이라고 부른다. 스스로 생각하는 존재인 이러한 인공지능은 인간을 능가하는 막강한 존재로 그려지곤 한다.

이런 강인공지능은 아직 먼 얘기지만, 이미 인간은 AI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일부분야에서는 AI가 인간을 넘어서고 있다. 불과 몇 년 사이의 변화다. 많은 기업이 채팅을 통해 고객의 의도를 파악하고 답변하는 챗봇을 도입하고 있으며, 아마존, 애플,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앞다퉈 음성을 인식하고 답하는 AI를 내놓고 있다. 구글의 AI 스피커는 또 다른 AI 스피커와 일주일간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갤럭시S8에 AI인 ‘빅스비’를 탑재했고, 네이버는 조만간 AI를 이용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카카오는 별도의 AI 연구를 위한 자회사를 만들었고, SK텔레콤은 AI사업단을 신설했다.

현재 글로벌 IT 기업들의 AI 인재 확보는 그야말로 전쟁수준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전문가인 치루는 바이두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이직했고, 구글을 거쳐 바이두에서 AI 개발을 책임졌던 앤드류 응은 최근 바이두를 떠나며 파문을 일으켰다. 바이두는 지난 2년6개월간 AI 개발에 2조원 이상을 투입했고, 응의 퇴사 소식에 주가가 출렁였다. 삼성전자가 빅스비 개발을 위해 애플의 ‘시리’ 개발진이 모여 만든 비브랩스를 인수, 아예 통째로 AI 인력을 흡수했다.

국내에선 AI수요가 넘치는데 전문가는 별로 없다 보니 업계에서는 일할 사람을 구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네이버의 송창현 기술부문책임자(CTO)는 해외의 대학, 연구소를 직접 돌며 인재를 구하고 있다.

해외라고 인력이 넘쳐나는 것도 아니다. IT 업체들이 AI 인재를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다 보니,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할 교수까지 부족할 지경이라고 한다. 국가미래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향후 10년간 AI 기초연구에 3조5000억원, 일본은 1조4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더 놀라운 건 중국으로, 단 2년간 AI 분야에 무려 17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우리는 어떨까. 미래창조과학부는 올해 AI 예산을 지난해보다 47% 늘어난 163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 중 기초연구 부문은 633억원이다. 더 큰 문제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국내의 AI 인재 육성이 너무 늦었다는 점이다. 업계는 앞으로 AI 인재가 배출돼 실무를 쌓고 제역할을 할 수 있는 10년 후쯤이면 이미 AI 시장의 판도는 다 결정이 나 있을 거라고 비판한다.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AI 기술이 2.6년 뒤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지금 우리나라는 AI가 인간에게 가하는 위협을 우려하기에 앞서, 해외 AI의 기술과의 경쟁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 앞에서 대한민국의 IT는 어쩌면 그 어느 때보다 큰 위기를 맞고 있는지도 모른다. 네이버의 새 수장이 된 한성숙 대표는 “절박한 심정으로 신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형준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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