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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하면서 동시에 비어 있는… ‘0’의 기원 찾아가는 지적 탐구

입력 : 2017-04-01 03:00:00 수정 : 2017-04-01 00: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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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인류 문명을 이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위대한 발명 가운데 하나가 숫자 ‘0’이다.

세계적인 수학자인 아미르 D 악젤의 신간 ‘0을 찾아서’는 인류의 위대한 발명인 ‘0’의 기원을 찾기 위한 저자의 지적 탐색과 고고학적 여행을 담고 있다.

수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다. 인간에게 수라는 개념이 존재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유물은 약 2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고대 인도에서 십진법이 자리 잡은 것은 기원전 6세기쯤이다. 그러나 인간이 ‘0’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사용한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고대인들도 음수에 대해 생각했지만, 이해하지는 못했다. 음수를 이해하려면 ‘0’이라는 개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만국 공통의 기수법인 인도 아라비아 숫자에 기반을 둔 십진법이 지금과 같은 효율성을 갖게 된 것은 ‘0’이라는 개념과 숫자 덕분이다.

유럽에서는 인도 아라비아 숫자가 전파되기 전까지 7개의 로마 알파벳으로 이뤄진 로마숫자를 사용했다. 이 체계는 단순 계산도 매우 복잡했다. 가령 ‘18x82=1476’을 로마숫자로 표시하면 ‘XVIIIxLXXXII=MCDLXXVI’이 된다.

‘0’의 효용성은 PC와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움직이는 모든 소프트웨어가 0과 1로만 짜여진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책은 ‘0’의 흔적을 찾아 세계 곳곳을 누비는 저자의 모험담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낸다. 저자는 가장 오래된 ‘0’의 기원에 관한 기록이 새겨진 비석 ‘K-127’을 우여곡절 끝에 캄보디아의 한 창고에서 찾아낸다. ‘K-127’은 19세기 말 메콩 삼보르 유적지에서 처음 발견됐으나 이후 약탈을 당하면서 행방을 알 수 없었다. ‘K-127’의 제작 시기는 7세기로, 직전까지 가장 오래된 ‘0’에 관한 기록으로 알려졌던 인도 괄리오르 사원의 9세기 기록보다 2세기나 앞선다. 이는 유럽이나 아랍에서 ‘0’을 발명했다는 가설을 뒤집는 유력한 증거다.

저자는 이를 근거로 ‘0’의 개념이 불교의 공(空)과 같은 동양의 종교적, 철학적 기반에서 탄생했을 것이란 평소 지론을 전개한다.

권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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