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10·26 후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영애 근혜양과 함께 구국봉사단, 새마음봉사단 등을 주도해온 최태민씨를 상당 시간 전방 군부대에 격리시켜 놓았다”고 밝혔다. 그는 최씨에 대해 “그때까지 (박)근혜양을 등에 업고 많은 물의를 빚어낸 바 있고 그로 인해 생전의 박정희 전 대통령을 괴롭혀 온 사실은 이미 관계기관에서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며 “최씨가 더 이상 박정희 전 대통령 유족 주변을 맴돌며 비행을 저지르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격리를 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국봉사단 등의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해왔지만 시대 상황에 비춰볼 때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오른쪽)이 2004년 옛 한나라당 대표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을 방문한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
10·26 후 합동수사본부장이었던 전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던 자금 9억5000만원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얼마 후 박 전 대통령은 이 돈 가운데 3억5000만원을 수사비에 보태달라며 돌려줬다고 증언했다. 이는 2007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TV토론회에서 “9억원을 받아 3억원을 수사격려금으로 돌려준 것이 아니라 6억원을 받았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주장과는 다른 것이다.
그는 1987년 6·29 선언을 준비할 당시 노태우 민정당 대통령후보가 자신에게 ‘직선제 개헌을 건의할 테니 크게 노해 호통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요구했었다고 증언했다. 노 후보가 직선제를 비롯한 민주화 조치를 극적으로 수용하고 이에 반대하는 전 전 대통령에 강력히 반발하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정치적 효과를 최대한 높이려는 의도였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최규하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내가 12·12 때 겁박했다거나, 그 어른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도록 상황을 몰고 갔다거나 하는 음해를 받는 사실에 대해 속 시원한 해명 말씀 없이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느꼈다”고 적었다.
황용호 선임기자 drag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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