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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리가 들려주는 서민금융] (7) 청년도 서민금융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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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30 16:14:02 수정 : 2023-11-12 21:5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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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로 한 여성이 상담을 받으러 찾아왔습니다. 학원에서 파트 강사로 일하는 29살 여성이라고 소개한 그는 월세 보증금이 올라 급하게 300만원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찬찬히 듣다 보니 참 기구하게 살아온 이인 것 같았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풀어보자면 이렇습니다.

 

한창 꽃다운 나이인 스무살, 아버지가 하던 사업이 부도가 나 가세가 기울면서 그의 앞날에는 암운이 드리웠습니다. 생활비가 필요했던 어머니는 급한 대로 그의 이름으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했고 카드빚은 쌓여만 갔습니다. 별다른 소득이 없다 보니 카드 값은 연체됐고 신용불량자가 된 그는 결국 장기간 빚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파산 당시 그의 나이는 스물네살이었습니다.

 

 

오랜 생활고 탓이었을까요. 아버지는 연락이 두절됐고 어머니는 몇 년 전 뇌출혈로 쓰러지셨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한창 대학 캠퍼스에서 연애를 하고 미래를 꿈꿀 시기에 그녀는 쓰러진 어머니와 대학생 남동생을 책임져야 하는 소녀 가장이 됐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학원 파트 강사로 일을 시작했고 밤에는 병원에서 쪽잠을 자며 어머니를 간호해야 했습니다. 학원 강사로 일하며 버는 100만원이 조금 넘는 수입으로는 병원비와 생활비 대기도 빠듯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월세 보증금까지 올랐으니 얼마나 막막했을까요. 신용불량과 파산 이력으로 신용등급도 내려갈 때까지 내려간 상황에서 금융회사의 신용대출을 받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그는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찾았다고 말했습니다. ‘만 29세 이하면 신용등급이 낮아도 대출을 해준다고 하는데 정말이냐’고 묻는 그녀의 불안한 눈망울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상담 끝에 그는 ‘미소금융’의 하나인 대학생·청년 ‘햇살론’을 통해 300만원을 연 4.5%의 금리로 대출받아 월세 보증금을 무사히 치를 수 있었습니다. 돈을 다 갚고 난 뒤에는 창업자금을 지원받아 가게를 차리고 싶다는 작은 소망도 생겼다고 합니다.

 

20대의 그가 겪었던 일들은 특수한 일 같지만 그리 특별한 사례는 아닙니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20대 채무조정 신청자는 지난해 1만1102명으로 2014년 8090명에 비해 3012명이 증가했습니다. 또 지난해 6월을 기준으로 대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20대는 4927명으로 전체 신청자(4만7223명)의 10%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학자금과 생활비, 임대보증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은 청년들이 졸업 후에도 장기간 취업을 하지 못하거나 어렵게 취업을 하더라도 저임금인 사례가 많아 채무불이행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학업과 취업, 결혼, 주택 등 많은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세대라고 해서 청년을 ‘N포세대’라고 부르죠. 이제는 ‘신용’도 청년들이 포기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N’들 중 하나가 돼버린 것 같습니다.

 

청년들의 금융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서민금융 분야에서는 대학생과 청년을 주요 지원대상으로 삼고 저금리 생계자금과 채무조정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앞서 사례에서 언급했던 대학생·청년 햇살론을 비롯한 학자금대출 채무조정, 대학생·미취업청년을 위한 채무조정지원제도 등이 그것입니다. 또 지난 2월 말 개소한 서울의 강남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는 자금지원, 취업연계 등을 통해 청년과 대학생을 집중 지원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 같은 다양한 서민금융 지원제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바랍니다.

 

권은영 서민금융진흥원 종합기획부 홍보팀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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