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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트럼프, 미국판 '태극기 집회' 개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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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26 17:00:00 수정 : 2017-02-26 14: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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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가 주말마다 열리고 있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가 ‘탄핵 무효 애국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희한하게도 태극기와 함께 미국의 성조기를 흔들어댄다. 이들은 ‘특검은 빨갱이’, ‘빨갱이를 모두 죽여라’고 외친다. 아마도 한·미 동맹 관계를 지지하는 보수 단체가 성조기를 ‘좌빨’에 대항하는 상징물로 여기는 것 같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태극기 집회’의 시위 모습을 텔레비전을 통해 보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대학 졸업 이후에 책을 읽지 않았다고 고백했고, 대통령에 취임한 뒤에도 신문을 읽기보다 텔레비전 방송을 시청하면서 여론의 동향을 직접 살피고 있다. 트럼프가 연설 때마다 언론 보도를 문제 삼는 근거를 보면 그가 텔레비전을 열심히 챙겨본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트럼프, 미국판 ‘태극기 집회’ 독려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미국판 ‘태극기 집회’를 대규모로 개최하도록 선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아침 7시 25분에 트위터를 통해 “내 지지자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면 사상 최대 인파의 집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트럼프 대통령 선거 구호)에 한 표를 던진 수백만 명의 대중이 독자적인 집회를 열어야 할 것”이라며 “ 이 집회가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반이민 행정명령’ 반대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성조기를 히잡처럼 두른 여성 모습이 그려진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집회를 선동하는 이유는 최근 그가 내린 ‘반 이민 행정명령’ 등에 반대하는 미국판 ‘촛불 집회’가 미국 전역을 강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전국민 건강보험제도인 오바마케어 폐지 방침을 밀어 붙이려하자 건강보험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미국인들이 공화당의 상· 하 의원이 참석하는 ‘타운홀 미팅’에 몰려가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8일 대선과 총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참패한 민주당은 미국 전역에서 전개되고 있는 미국판 ‘촛불 집회’에 희망을 걸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이 시청하는 텔레비전 화면을 꽉 채운 ‘반 트럼프 시위’에 크게 자극을 받은 것 같다. 트럼프는 지기를 싫어하는 성격인데다 자신을 지지하는 대중 집회의 환호를 ‘산소’로 여기는 정치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트럼프가 취임 1개월 만에 반 트럼프 시위 열기가 백악관을 위협하자 지난 18일 플로리다주 올랜도­-멜번 국제 공항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집회를 소집해 맞불 작전을 펼쳤다. 이 집회에는 트럼프 지지자 9000여 명이 참석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유세와 똑같은 집회를 열었다. 미국의 AP통신은 “현직 대통령이 취임 이후에 대선 유세와 같은 집회를 여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WP) 등 주요 언론사는 “트럼프가 벌써 2020년 대통령 선거전을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와 한국 ‘태극기 집회’ 측의 언론 때리기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언론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뉴욕 타임스(NYT)나 CNN 방송 등 주류 언론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연일 공격하고 있다. 백악관은 심지어 이들 주류 언론사의 출입기자가 대변인의 브리핑에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언론 탄압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는 25일에도 자신의 업적을 내세우며 언론이 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그는 트위터에서 “국가부채가 버락 오바마 정부 출범 첫 달에는 2000억 달러 (약 226조 2000억 원) 늘었지만 내 취임 첫 달에는 120억 달러(약 13조 5700억 원) 줄어든 사실을 언론이 보도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트럼프는 전날 트위터에서도 “가짜 뉴스 미디어들이 다 알고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우리 국가가 큰 위험에 처했다. 망해가는 NYT(뉴욕타임스)는 웃음거리가 됐다. CNN도 마찬가지다. 슬프다”고 한탄했다.

트럼프 측의 언론에 대한 공격은 평행이론처럼 한국에서도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 조원진 자유한국당 의원은 25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에서 “거짓 선동, 조작 편파 방송을 절대 잊지 말자”고 촉구했다. 조 의원은 “이제 언론과 방송은 거짓을 중단하고, 양심선언을 해야 한다”며 “여러분의 아들 딸을 위해서도 양심선언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참가 인원 신경전

대중의 지지에 목이 마른 박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집회 참가자 숫자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정규제 TV’와의 인터뷰에서 태극기 집회 참가자가 촛불 집회 참가자보다 2배가 많다고 주장했었다. 태극기 집회 추최 측은 25일 열린 집회에 300만 명의 시민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취임식 참석 인파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취임식 참석 인원보다 적었고, 취임식 다음날 열린 반 트럼프 시위인 ‘여성행진’의 참가자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참가자보다 3배가 많았다는 언론 보도에 격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 다음날 중앙정보국(CIA)을 방문한 자리에서 느닷없이 기자들을 ‘지구상에서 가장 부정직한 인간들’이라고 몰아붙이며 전날 자신의 취임식 참가자가 150만 명에 달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일부 언론이 취임식 참석자 숫자를 25만 명가량으로 깎아내렸다며 분을 감추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박 대통령과 정반대의 길로 가야 성공할 텐데 자꾸 박 대통령을 뒤쫓아가고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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