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자체 자금 조달 부담-소비자측, 잔금 납부기간 짧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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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건설사에서는 이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지만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넓어지고 완성품을 보고 구매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 긍정적이다.
◇ 법안 발의·연구용역 잇따르며 후분양제 '공론화'
2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후분양제 논의가 본격화 된 시점은 지난 17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주택금융시스템 발전 방안 연구용역에 '후분양제 도입의 장단점 및 시장 영향에 대한 분석'을 포함시키면서부터다.
주택도시보증공사 관계자는 "후분양제는 항상 연구됐던 항목이며 도입을 위해 연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는 보도자료를 통해 아파트 후분양제가 즉시 도입돼야 한다며 주장하고 나서며 찬반논란이 더욱 거세졌다. 여기에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과 윤영일 의원이 지난해 12월과 이달 각각 후분양제 관련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올해 부동산 경기가 어려워지며 지난해와 같은 호황을 기대하기 힘들어진 건설사로서는 후분양제 논의 자체가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8월 택지공급 제한, 11월 실수요자 위주의 부동산 시장 개편 등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규제책을 잇따라 내놨다. 게다가 올해는 경기침체 및 정국혼란, 금리인상 등으로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건설업계의 분위기는 더욱 나빠졌다.
실제로 후분양제 도입을 주장하는 측에서 내세우는 근거로는 소비자와 시공사간의 분쟁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국토교통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0년 69건에 불과했던 소비자와 시공사간 분쟁건수는 △2011년 327건 △2012년 836건 △2013년 1953건 △2014년 1676건 △2015년 4244건 등으로 2013~2014년 한차례 줄어든 사례를 제외하고 꾸준히 상승했다.
물론 아파트 공급량도 매해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분쟁건수의 비율이 더 높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후분양제 도입시 사업추진의 부담감으로 지금보다 주택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주장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에 경실련 측은 "주택가격은 원가가 아니라 시세, 분양가 상한제 등 제도와 공급자의 의지 등을 통해 책정된다"며 "주택은 값비싼 내구재로 소비자는 완제품에 대한 품질을 판단하고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 건설사마다 입장차…소비자는 '환영'
후분양제 도입에 대해 건설사에서는 반기지 않는 눈치다. 선납받던 계약금과 중도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기 때문이다.
A 건설사 관계자는 "후분양제는 건설사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며 "아직 논의단계에 불과하지만 후분양제가 의무화된다면 건설사들도 지금과 같은 방식 외에 다른 자금조달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건설사도 일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도 현금 및 유동성 보유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진 B 건설사 관계자는 "후분양제가 건설사들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겠지만 우리는 일부 단지에 이미 후분양제를 실시하기도 했다"며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관련 업계의 충분한 협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후분양제 도입 상품 선택권을 넓혀줄 것으로 전망된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 팀장은 "후분양제가 도입된다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모델하우스에서 확인할 수 없었던 동 간 거리, 층별 장단점 등을 잘 알 수 없기 때문에 상품을 보고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다만 아파트가 거의 완성된 시점에서 구매하는 경우 잔금을 납부해야 하는 기간이 짧아진다는 점이 자금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에게는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력이 약한 건설사는 사업을 시작하기가 더욱 부담스러워 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후분양제가 시행된다면 부실 건설사의 경우 사업 시행에 선뜻 나서기가 힘들 것"이라며 "이로 인해 단기간 공급 물량 저하가 이뤄지면 분양가가 소폭 상향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권 이사는 "자금력이 부족한 건설사 입장에서는 사업리스크를 안고 공급을 추진하기가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이며 자본력이 큰 일부 건설사가 시장을 독식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며 "장기적으로 대출규제 등 정부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분양제에 대한 연구가 2000년대 초반 활발히 진행되자 당시 국토연구원은 '주택후분양제도의 조기정착방안 연구'를 실시한 적이 있다. 또 부동산 리서치업체 닥터아파트가 소비자 12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1%는 '적극찬성', 52%는 '대체로 찬성'이라고 답한 바 있다.
이상현 기자 ishsy@segye.com
<세계파이낸스>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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