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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리가 들려주는 서민금융] (2) 서민도 금융회사 ‘고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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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24 10:48:30 수정 : 2023-11-12 21:5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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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은 특별한 사람들일까요?

 

서민금융은 특별한 누군가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알고 있어야 하는 상식입니다. 서민금융 분야에서 일하며 다양한 서민들의 이야기를 접해왔습니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 서민금융 상식을 권 대리가 알려드립니다.

경제에 관심이 많은 초등학생 조카가 얼마 전 제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학교에서는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라고 배웠는데 왜 은행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자를 더 높게 받아?”

 

대출이자 부담에 생계가 어려워진 사람, 사업실패 후 재기 기반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 취업준비와 학자금대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 우리 주변의 누군가, 혹은 나, 보통의 사람이 바로 서민입니다.

 

금융권에서는 ‘당연한 것’이 조카의 순수한 시각에서는 ‘이상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금융회사는 대출을 심사할 때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습니다. 지속적인 소득이 있는지, 연체한 적은 없는지 등 신용정보를 꼼꼼히 살펴봅니다.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할 때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과정입니다.

 

소득이 적고 신용이 낮은 서민일수록 연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은행에서는 대출을 꺼릴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그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이자율은 높이고 한도는 줄입니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월 은행의 가계신용대출 평균금리는 1·2등급의 고신용자의 경우 연 3~4% 정도였지만 9·10등급의 저신용자는 연 10~12% 수준이었습니다. 저축은행은 그 차이가 더 심해서 모 저축은행의 경우 1등급과 10등급의 신용대출 금리 차이가 15%포인트 정도였습니다. 신용등급이 높을수록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구조죠.

 

서민금융진흥원이 주도하는 서민금융의 프로세스는 이와 다릅니다. 신용과 소득이 낮은 사람들에게 시중보다 낮은 이자로 대출해주는 것입니다. 신용과 소득이 낮을수록 금리를 낮춰주기도 합니다. 미소금융을 아시나요? 미소금융은 7~10등급 저신용자의 금리가 연 4.5%로 고정돼있습니다. 햇살론과 새희망홀씨 등은 연 10% 이내죠. 물론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대출을 받아 연체되면 안 되니 서민금융도 대출자의 상환력을 감안하긴 합니다. 그래도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입니다.

 

◆ 신용·대출금리=인생 성적표...‘을’되는 서민들

 

지난해 서민금융진흥원을 통해 자금을 지원 받은 한 여성이 회사 앞으로 편지를 보내 왔습니다. 작은 회사의 상담직으로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그는 신용등급 7등급 정도의 저신용자였습니다.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사실상 가장 역할을 하면서 생활비로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을 끌어다 썼다고 합니다.

 

설상가상으로 동생이 대학교에 입학해 당장 등록금을 구해야 했죠. 이제 막 일을 시작했고 그동안 생활비도 빠듯했던 터라 모아둔 돈이 있을 리 없었습니다. 우선 몇몇 시중은행에 가봤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모두 대출이 안 된다는 답변만 들어야 했죠. 지인들에게 손 벌려 볼까도 고민했지만 사람을 잃을까 두려웠습니다.

 

급한 마음에 그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대출’을 검색해 나온 대부업체에 전화를 걸어 상담을 했습니다. ‘연 27.9%에 대출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합니다. 연 1000만원을 빌리면 60개월 완납 시 이자로만 900만원 가까이 내야 하는 고금리 대출이었죠. 결국 대출 받는 걸 포기했습니다. 신용등급과 대출금리가 자신의 인생 성적표인 것만 같아 그는 괴로웠습니다.

 

대출 받을 곳을 찾아 이곳저곳 전전하던 그는 서민금융기관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상담을 받은 뒤 연 8%대 금리로 햇살론 대출을 받았습니다. 이자로 내는 돈을 700만원 가까이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서민도 금융 권리 찾아야

 

위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신용과 소득 등을 이유로 대출을 거절받으면 심리적으로 위축됩니다. 결국에는 금리가 높더라도 대출이 쉬워 보이는 대부업체나 사금융의 문을 두드리게 되는 것이죠. 그러면 또 다시 신용이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내려가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입니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요? 앞서 조카의 질문처럼 금융회사는 기본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입니다. 대출 역시 은행이 영리를 추구하는 방법의 하나이고 대출을 받는 사람들은 은행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고객’입니다. 특히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일수록 더 비싼 금리를 매기기 때문에 다소 위험요소가 있을지는 몰라도 더 큰 이익을 주는 고객인 셈이죠.

 

즉 금융회사에서 상담을 받고 최적의 상품을 찾는 과정은 고객으로서 권리를 누리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인터넷 쇼핑을 하거나 마트에서 물건을 고를 때 많게는 10여 개의 회사 제품까지 가격별, 성능별로 비교한 뒤 구입을 결정합니다. 금융도 마찬가지입니다. 금융회사가 공짜로 돈을 내주는 게 아니니 고객으로서 당당히 각 회사의 대출 상품의 장·단점을 비교해 돈을 빌리면 됩니다. 금융 여건 상 금리가 과도하게 높다면 서민금융진흥원의 도움을 받아 낮은 금리를 안내받을 수도 있죠. 모두 금융 소비자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입니다.

 

금융회사 역시 서민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고신용자는 안전한 고객군이지만 저신용자 역시 미래의 잠재고객입니다. 대출을 이용해 경제적으로 재기할 경우 안전한 충성 고객군이 될 수도 있죠. 서민들이 제도권 금융으로 다시 일어선다면 수익성 향상에 골머리를 앓는 금융권이 잠재 고객을 확충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권은영 서민금융진흥원 종합기획부 홍보팀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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