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김기자의 톡戰] "불평등한 미래…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입력 : 2017-02-18 13:00:00 수정 : 2017-02-19 15:27:3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우리나라에는 대학이 너무 많다. 빚을 내서 갈 정도로 '좋은 대학'인지 스스로 고민해봐야 한다. 우리도 이제 대학 진학률을 낮추고, 독일처럼 고교 직업교육만 열심히 받아도 중산층 삶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20대 취업준비생 A씨)

"현재 우리나라는 그냥 '헬조선'이 아닌 '후진적인 헬조선'이다. 이미 근본부터 잘못된 나라다. 이렇게 답이 없는 국가에서 후손을 낳는다면, 우리 후손도 결국 이 사회에서 사실상 노예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손을 쓰기엔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국가가 심각하게 망가졌다는 점이다. 이제 희망 없는 '헬조선'에선 후손을 아예 낳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20대 대학생 B씨)

"국민 스스로 의식부터 바꿔야 고학력 문제가 해결된다. 말로는 직업에 귀천이 없다면서 결혼할 때보면 대부분 조건을 따지는 게 한국인이다. 이런 조건 때문에 연봉 높은 직장에 가고 싶어 대학에 입학하지만, 정작 그런 직장에 들어갈 수 있는 이는 극소수뿐이다. 대학을 나와 허름한 직장에 가자니 창피하고, 대학 때 들어간 돈과 시간 등 본전 생각은 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20~30대 백수가 태반이다."(30대 직장인 C씨)

우리나라 20~30대 청년층의 대학 진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대학 등록금은 일반 가정에서 감당하기에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비싼 등록금에 학자금 대출 이용 규모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빚을 진 채로 대학을 졸업했지만, 암울한 미래가 다시 절망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만큼 20~30대의 근심은 깊어만 가고 있다.

18일 교육부의 '2016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고교 졸업자의 대학 진학률은 7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고교 졸업생 10명 중 7명은 대학에 입학한 셈이다.

달리 해석하자면 한국에선 여전히 대학 진학을 당연시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대학 등록금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높다는 지적이 빗발친다.

대학정보 공시 사이트 '대학 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4년제 사립대의 평균 등록금은 737만원이었다. 단순 계산(8학기 기준)으로 졸업까지 6000만원 정도 필요하다.

◆높은 등록금 부담…학자금 대출에 의존

버거운 등록금을 부담하기 어려운 이는 대부분 학자금 대출에 의존하고 있다. 실제 한국장학재단의 통계연보를 보면 학자금 대출 이용자는 2006년 54만명에서 2015년 92만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대출금도 1조6934억원에서 3조1964억원으로 늘었다.

문제는 대출금 상환이다. 2015년 학자금 대출 상환을 연체한 인원은 9만여명 수준이다. 2006년(1만8000명) 보다 무려 5배로 불어났다.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청년들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빚에 허덕이는 청년이 파산까지 가는 사례도 늘었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작년 3분기 신용회복지원 실적을 살펴보면 29세 이하 연령대의 개인 워크아웃(신용회복지원제도) 신청자가 직전 분기보다 증가했다.

29세 이하 개인 워크아웃 신청자는 지난해 2분기 2099명에서 3분기 2283명으로 8.8% 늘었다. 지난해 들어 9월까지 29세 이하는 18만710명이 신청했는데, 전체 연령대의 13.2%에 달했다.

◆청년층 빚에 허덕이다 파산 신청…29세 이하 13.2%에 달해

더 큰 문제는 대학을 졸업해도 높은 취업 문턱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경기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은 올해도 신규채용 규모를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고용 시장에 한파가 지속되면서 청년들의 미래설계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5~29세 청년 실업률은 9.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8.1%, 2012년에는 7.5% 수준이었지만, 4년 만에 2.3%포인트 상승해 10%를 육박하고 있다.

30대 초반의 실업률도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20대 후반에도 취업을 하지 못한 이들이 나이를 먹어도 구직에 성공하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지난해 30~34세 실업률은 3.8%로, 전년 대비 0.5%포인트 올랐다. 최근 5년새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번도 직업을 가져보지 못한 실업자를 뜻하는 이른바 '순정 백수' 비율도 19.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비율은 2000년대 중반까지 11%에 그쳤으나, 2015년 19%로 급상승했고, 2년 연속 19%대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 신규채용 '마지노선 연령' 男 28.2세 vs 女 26.4세

이처럼 청년층의 각종 고용 지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딱히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고용 시장의 주체인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취업 포털이 378개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정규직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예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정규직 신입사원을 채용할 계획이 있다고 밝힌 기업은 전체의 65.3%로, 지난해 조사(70.1%)보다 5%포인트 가까이 줄었다. 같은 기간 경력 채용 의사를 밝힌 기업 역시 59.8%에서 56.1%로 줄었다.

기업들이 신규 채용 시 남성은 28.2세, 여성은 26.4세를 각각 '마지노선 연령'으로 적용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와 20대 후반 구직자들을 울리고 있다.

아울러 마지노선 연령이 있다고 밝힌 기업들은 이 기준을 초과한 응시자에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