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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벚꽃놀이' 기다리다 '북풍'에 화들짝… 촉각 곤두세운 野

입력 : 2017-02-15 18:47:13 수정 : 2017-02-15 21:4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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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보수 재결집 우려 대응 자제 / 선거인단 모집 선언식 취소 불구, 첫날 참여 신청 폭주… 30만명 넘어 / 대선주자 캠프선 손익 계산 분주 / 지지율 침체 여권선 勢 결집 노려 / “北風, 대선서 치명적 요인 될 수도” 정당 지지도에서 총합 55%를 넘기며 벚꽃 대선 정국을 만끽하던 야권에 비상이 걸렸다.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살해되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다. 조기 대선 정국에서 이 같은 ‘북풍(北風)’을 맞게 된 더불어민주당 등은 한껏 자세를 낮추며 후폭풍을 경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민주당은 15일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열기로 했던 ‘선거인단 모집 선언식’을 취소했다. 자칫 “엄중한 시국에 대선 일정만 챙긴다”는 비판이 나올까 우려해서다. 경선에 대한 높은 국민 관심이 인터넷과 전화 등을 통한 참여 신청 폭주로 이어져 오후 5시 신청자가 30만명을 넘어섰지만, 민주당은 이날 드러내놓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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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선거 때마다 크고 작은 북풍을 겪어야 했던 민주당은 이번 사태 파장이 어디까지 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권교체’에 집중됐던 국민 시선이 안보불안으로 옮겨가며 보수층이 재결집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과잉대응은 오히려 논란만 키워 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별도 회의나 의원총회 등을 열지 않고 차분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중도·보수로 영역 확장을 노려온 국민의당은 전날 긴급 심야 회의를 여는 등 선제적 대응을 통해 안보 이슈를 주도해 나가려는 태세다.

‘화재’ 여수 수산시장 찾아 상인 격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15일 지난달 화재피해를 입은 전남 여수 교동 수산시장을 찾아 활짝 웃으며 아이를 안은채 상인들을 격려하고 있다.
여수=연합뉴스
북풍 전개에 더욱 예민한 곳은 각 대선후보 캠프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등 주요 안보 현안에서 입장을 재조정할 필요성까지 제기된다. 대선주자별 손익계산서를 뽑아보면 우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지지도가 당장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민주당 경선에선 보수쪽으로 외연 확대를 시도해 온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유리한 국면이 기대된다. 잇따른 북풍이 지지율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문재인 전 대표는 안보정책에서 중도보수 성향을 강화할 수 있다.

“성남 청년배당 상품권이에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이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본소득 토론회에 참석해 성남시에서 청년들에게 지급하는 ‘성남사랑상품권’을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남정탁 기자
일단 야권 주자들은 일제히 ‘경악스러운 일’, ‘야만스러운 일’ 등이라며 이번 사태를 규탄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사드 배치 관련 질문을 받고 “다음 정부에 다시 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여러가지 외교적 카드를 주는 것”이라며 차기 정부에 이관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안 지사 역시 “한미연합작전 하에 우리 안보 국방체계가 정비돼 있지만 중국에 대한 봉쇄전략으로 전환해선 안 된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사드 배치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도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마침 이날 국방정책 발표가 예정됐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안보는 보수’란 기존 입장을 부각시켰다. 그는 “굳건한 한미동맹의 이익과 가치를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가운데 자강안보를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국방비를 GDP(국내총생산) 대비 3%까지 점진적으로 증액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대표회의실에서 열린 김정남 피습 관련 긴급최고위에서 머리를 만지고 있다.
남정탁 기자
탄핵 정국에서 침체돼 있던 여권 주자들은 북풍을 계기로 보수층 재결집을 시도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국가안보 전반이 위중한 시기에 민주당 대선후보들의 안보관과 대북관이 정말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은 “김정남을 살해한 포악한 독침이 언제 우리를 향해 날아올지 모른다”며 대비태세 강화를 준비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도 “국가안보 전반이 위중한 시기에 민주당 대선후보들의 안보관과 대북관이 정말 우려스럽다”고 야당 주자를 겨냥했다.

바른정당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대표회의실에서 열린 김정남 피습 관련 긴급최고위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여론조사업체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북풍 요인이 이번 경선·대선에서 결정적 요인은 아니어도 주요 변수는 될 수 있다”며 “1, 2위 후보 간 격차가 크다면 안보 쟁점이 결정요인이 될 수 없지만 박빙의 승부라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배 본부장은 “다른 때와 달리 지금은 한반도 주변 주요국 및 북한 내부의 불확실성이 크고 사드 배치·대북 제재 등 민감한 현안이 여럿이어서 북풍이 가라앉지 않고 더욱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박성준·홍주형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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