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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짧은 머리…복창 소리…훈련소, 아련했던 그날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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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16 10:00:00 수정 : 2017-02-15 19:5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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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되는 그 곳, 충남 논산
.
“어디로 가?”
“논산이야.”
“다행이네.”

군대를 다녀온 남성에게 충남 논산은 ‘불행 중 다행’처럼 다가오는 곳이다. 입소대대가 있었던 경기 의정부, 강원 춘천, 논산 중 전방 배치 가능성이 그나마 작고, 시설이 나은 훈련소가 논산이었기에 힘든 군생활의 시작이 조금이라도 괜찮지 않을까란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입대를 한다. 현실은 큰 차이 없을 듯싶다. 훈련소 생활을 직접 비교하긴 힘들다. 입소대대를 바꿔가며 두 번 이상 입대한 사람은 흔치 않을 테니.
논산훈련소에서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입소식이 열린다. 논산을 여행할 때 옛 추억을 떠올리고 싶다면 입소일에 맞춰 방문해도 좋다.
자신이 입대하지 않았더라도, 훈련소에 입대하는 친구를 배웅하기 위해 한 번쯤 찾은 곳이 논산이다. 상당수 남성에게 논산 하면 떠오르는 것은 군대다. 그것이 전부인 경우가 많다. 옛 추억이 된 군생활이 술자리 고정 레퍼토리가 되고, 어느새 훌쩍 큰 자녀의 입대를 걱정할 나이가 된 이들에게 여행지로 논산은 여전히 익숙지 않다. 하지만 논산에서의 군생활 추억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아빠의 옛 이야기를 자녀와 함께 나누며 떠날 수 있는 곳이다. 아빠도 이런 시절이 있었다는 걸 보여주며 공감할 수 있는 여행지는 많지 않다.

◆옛 군생활 추억을 떠올리며

“목소리를 더 크게 내십시오.”

아직 앳된 얼굴의 청년들이 삐뚤빼뚤 줄을 맞춰 서 있다. 관람석에서는 머리를 빡빡 밀어 비슷비슷한 모습의 청년들 중 우리 아들의 모습을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 중년의 부부들이 고개를 내민다. 애국가를 부를 때나, 상관에게 경례를 할 때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입소식을 마칠 때쯤 “부모님에 대한 경례” 구령이 떨어지자 그동안의 목소리는 간데없다. 부모에게 자신의 목소리가 들렸으면 하는 바람에 가장 크게 낼 수 있는 목소리로 “충성”을 외친다. 이 경례 소리와 함께 눈물을 참고 참던 부모들의 눈가엔 눈물이 맺힌다. 논산훈련소에서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이면 이 풍경이 펼쳐진다.

논산을 여행할 때 일반적으로 훈련소는 고려 대상이 아니지만 옛 추억을 떠올리고 싶다면 입소일에 맞춰 방문해도 좋다. 군생활을 잘 알지 못하는 자녀의 질문에 답하느라 진땀을 뺄 수도 있다. 올해 내 훈련소 인근에 서바이벌 체험장, 스크린 사격장 등 밀리터리 파크가 조성된다. 사라졌던 승리욕이 불끈 솟아오를 것이다.
충남 논산 관촉사의 석조미륵보살입상은 소원을 빌면 이뤄줄 듯한 온화하고 자비로운 얼굴을 하고 있다. 근엄한 부처가 아닌 평범한 모습을 하고 있어 보다 친근하게 다가온다.
군입대를 하는 자녀와 함께 논산을 찾는다면 관촉사를 들러도 좋다. 높이 18m의 ‘은진미륵’이라 불리는 석조미륵보살입상이 서있다. 무사히 군생활을 마칠 수 있도록 소원을 빌면 이뤄줄 듯한 온화하고 자비로운 얼굴을 하고 있다. 근엄한 부처의 모습이 아닌 범인의 모습을 하고 있어 친근하게 다가온다. 고려시대 때 조각된 은진미륵은 넓은 암반 위에 보살 입상의 발 부분을 조각해 올려놨고, 그 위에 허리의 아랫부분, 상체, 머릿부분을 각각 조각한 뒤 연결했다. 규모에 비해 손과 얼굴의 모습이 섬세하게 조각돼 있다.
충남 논산 연산면 일대는 계백장군과 5000결사대가 신라 김유신의 5만 군대와 전투를 벌인 황산벌이다. 함박봉 정상에 오르면 드넓게 펼쳐진 황산벌과 논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패장에서 충절의 표상으로

백제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숫자는 3000과 5000이다. 3000은 낙화암에서 떨어진 삼천궁녀, 5000은 백제의 운명을 결정한 계백장군과 5000결사대다. 삼천궁녀는 실제 숫자가 과장되게 알려졌지만, 5000결사대는 삼천궁녀보다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계백장군과 함께 목숨을 거둔 5000명의 백제인들이 신라 김유신의 5만 군대와 전투를 벌인 황산벌이 논산 연산면 일대다.
논산에 있는 계백장군 묘.
역사는 승자의 몫임에도 패장 계백장군은 우리 역사에서 충절의 표상으로 기억된다. 백제와 운명을 함께한 계백장군을 기리기 위한 계백장군유적지가 황산벌 인근에 있다. 계백장군묘와 충장사, 백제군사박물관 그리고 황산벌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인 황산루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백제군사박물관은 백제가 하남 위례성에 터를 잡았을 때부터 패망할 때까지의 역사와 보병, 중무장한 중장기병 등 백제의 군사를 만나볼 수 있다. 
계백장군의 위패, 영정을 모신 사당 충장사.
박물관을 나와 홍살문을 지나면 계백장군묘와 위패, 영정을 모신 사당 충장사로 이어진다. 황산루에 오르면 황산벌의 모습을 조망할 수 있는데, 좀 더 확 트인 전망에서 황산벌의 모습을 보려면 황령재로 가야 한다. 황산벌을 중심으로 계백장군유적지 반대편에 있는 곳이다. 황령재 주변의 산성에 백제군들이 포진해 있다가 신라군을 맞아 황산벌에서 목숨을 건 전투를 벌였다. 
계백장군 영정.
황령재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후 30분 정도 등산로를 따라 함박봉 정상에 오르면 드넓게 펼쳐진 황산벌과 논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등산로는 산길이 아니라 대부분 계단으로 돼 있어 더 힘이 들 수 있다. 함박봉 정상에서 보면 구릉들 사이로 분지가 발달해 있는데, 그곳이 황산벌로 추정되는 곳이다. 분지 넘어 호수가 보이는데 탑정호다. 충남에서 두 번째로 큰 저수지로 겨울이면 철새들의 월동지가 된다. 탑정호를 가로지르는 현수교가 건설될 예정이고, 여름이면 수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논산=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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