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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이야.”
“다행이네.”
군대를 다녀온 남성에게 충남 논산은 ‘불행 중 다행’처럼 다가오는 곳이다. 입소대대가 있었던 경기 의정부, 강원 춘천, 논산 중 전방 배치 가능성이 그나마 작고, 시설이 나은 훈련소가 논산이었기에 힘든 군생활의 시작이 조금이라도 괜찮지 않을까란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입대를 한다. 현실은 큰 차이 없을 듯싶다. 훈련소 생활을 직접 비교하긴 힘들다. 입소대대를 바꿔가며 두 번 이상 입대한 사람은 흔치 않을 테니.
논산훈련소에서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입소식이 열린다. 논산을 여행할 때 옛 추억을 떠올리고 싶다면 입소일에 맞춰 방문해도 좋다. |
◆옛 군생활 추억을 떠올리며
“목소리를 더 크게 내십시오.”
아직 앳된 얼굴의 청년들이 삐뚤빼뚤 줄을 맞춰 서 있다. 관람석에서는 머리를 빡빡 밀어 비슷비슷한 모습의 청년들 중 우리 아들의 모습을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 중년의 부부들이 고개를 내민다. 애국가를 부를 때나, 상관에게 경례를 할 때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입소식을 마칠 때쯤 “부모님에 대한 경례” 구령이 떨어지자 그동안의 목소리는 간데없다. 부모에게 자신의 목소리가 들렸으면 하는 바람에 가장 크게 낼 수 있는 목소리로 “충성”을 외친다. 이 경례 소리와 함께 눈물을 참고 참던 부모들의 눈가엔 눈물이 맺힌다. 논산훈련소에서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이면 이 풍경이 펼쳐진다.
논산을 여행할 때 일반적으로 훈련소는 고려 대상이 아니지만 옛 추억을 떠올리고 싶다면 입소일에 맞춰 방문해도 좋다. 군생활을 잘 알지 못하는 자녀의 질문에 답하느라 진땀을 뺄 수도 있다. 올해 내 훈련소 인근에 서바이벌 체험장, 스크린 사격장 등 밀리터리 파크가 조성된다. 사라졌던 승리욕이 불끈 솟아오를 것이다.
충남 논산 관촉사의 석조미륵보살입상은 소원을 빌면 이뤄줄 듯한 온화하고 자비로운 얼굴을 하고 있다. 근엄한 부처가 아닌 평범한 모습을 하고 있어 보다 친근하게 다가온다. |
충남 논산 연산면 일대는 계백장군과 5000결사대가 신라 김유신의 5만 군대와 전투를 벌인 황산벌이다. 함박봉 정상에 오르면 드넓게 펼쳐진 황산벌과 논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백제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숫자는 3000과 5000이다. 3000은 낙화암에서 떨어진 삼천궁녀, 5000은 백제의 운명을 결정한 계백장군과 5000결사대다. 삼천궁녀는 실제 숫자가 과장되게 알려졌지만, 5000결사대는 삼천궁녀보다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계백장군과 함께 목숨을 거둔 5000명의 백제인들이 신라 김유신의 5만 군대와 전투를 벌인 황산벌이 논산 연산면 일대다.
논산에 있는 계백장군 묘. |
계백장군의 위패, 영정을 모신 사당 충장사. |
계백장군 영정. |
논산=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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