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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란 무엇인가”… 하이데거 사유와 삶

입력 : 2017-02-10 19:40:16 수정 : 2017-02-10 19: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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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한다는 것은 초심자가 된다는 것
늘 새롭게 샘솟는 초심의 시점은 현재
현재는 기분에서 발현… 철학의 시작점”
20세기 철학 지평 제시한 하이데거 평전
“인간이 얼마나 풋내기인가를 가장 강렬하고도 지속적으로 보여준 것이 철학이다. 철학을 한다는 것은 결국 초심자가 된다는 외에 다른 것을 뜻하지 않는다.” 하이데거의 초심 찬미는 여러 뜻을 지닌다. 그는 초심의 거장이 되고자 했다. 철학이 늘 새롭게 샘솟는 지점(초심)을 발견하고자 애쓴 시점은 ‘현재’였다. 현재는 ‘기분’을 통해 발현된다. 하이데거에 의하면 철학은 기분에서 시작된다. 다시말해 놀람이나 불안, 걱정, 호기심, 기쁨 등 인간의 기분에서 철학은 시작된다. 기분이란 삶과 사유를 결합시키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자신이 묻고 탐구한 것을 존재라 불렀다.

현대 독일 철학자 가운데 가장 많은 외국어로 번역 인용된 사람은 단연 마르틴 하이데거(1889∼1976)였다. 존재 의미에 관한 한 현대인에게 가장 설득력 있게 다가섰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하이데거는 어렵다. 쉬운 말로 풀어쓰면 될 것을 굳히 자기만 아는 어려운 용어를 쓰는 바람에 ‘잔인한 대철학자’라는 악평도 듣는다.

이 책은 독일에서 저명한 평전 작가가 쓴 하이데거 평전이다. 국내에서 처음 출간됐다. 하이데거 사상을 재발견할 수 있는 평전이다. 저자 뤼디거 자프란스키는 독일 베를린대 철학과 명예교수다. 2006년 ‘벨트문학상’과 ‘프리드리히 휠덜린상’을 수상할 만큼 문필가로 명성이 높은 철학자다. ‘알고이철학상(2011)’, ‘요제프 피퍼상’과 ‘토마스만상’(2014)'도 받았다.


마르틴 하이데거는 인간 존재의 의미를 부여한 독일 철학자다. 부인 엘프리데와 하이데거(작은사진 위).
북캠퍼스 제공
저자의 서술은 흔히 전기나 평전이 범하는 오류, 즉 일방적 옹호와는 거리가 멀다. 하이데거의 인생 행로와 핵심 사상을 비판적으로 그리면서도 철학의 거장에 맞는 대우를 한다.

1889년 독일의 시골 마을인 메스키르히에서 태어난 하이데거는 본래 가톨릭 신학교 출신이다. 프라이부르크대에 진학해서도 신학을 공부했다. 그러나 신의 존재에 이르러 결론을 못 내고 가톨릭과 결별한다. 그가 평생 존재의 의미, 존재의 이유에 천착한 배경으로 보인다. 현상학의 창시자 에드문트 후설(1859~1938)에 이어 프라이부르크대 교수가 되었다. 후설은 1930년대 전쟁의 먹구름이 짙어지는 유럽의 상황을 보면서 인간성 회복을 고민했다. 그런 후설을 하이데거는 깊이 존경했다. 그러나 하이데거는 1933년 5월 이 대학 총장에 취임하면서 나치에 입당했다. 여기저기 강연을 통해 반유대주의를 선동했다. 훗날 학자들은 그를 나치 동조자로 낙인찍었다.

하지만 하이데거 철학이 나치즘으로 폄하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철학으로 들어온 나치즘’을 포용할 수 있어도, 나치즘이 철학을 품을 수는 없다는 말이다. 다시말해 하이데거의 나치 입당이 하이데거 사상의 본질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저자는 “하이데거에게 나치의 국가사회주의 혁명이란 신이 사라진 세계에서 별을 탄생시키려는 (어처구니없는)시도였다”고 평했다. 그는 나치에 가입했다가 얼마 지나지않아 곧바로 탈퇴했다. 하이데거는 나치와 갈등하다 1934년 2월 총장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동조자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이에 대해 저자는 “그가 행한 일은 훗날 그에게 교훈이 됐고, 이후 그의 사상은 주변 문제로 정신이 유혹당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평한다.

하이데거의 핵심 주제는 ‘존재’다. 하이데거는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철학자로 불리지만 나치에 가입했다 탈퇴한 경력으로 존재론의 순수성을 의심받기도 했다. 일평생 인간을 비롯한 삼라만상의 ‘존재’를 사유의 대상으로 삼아온 하이데거는 과연 존재를 정의하는 데 성공했을까. 안타깝게도 하이데거는 존재는 규정될 수 없는 것, 정의될 수 없는 것이라고 결론 지었다.

하이데거의 철학은 난해할 뿐 아니라 자신만의 독창적인 용어를 사용해 제대로 이해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하이데거 철학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20세기에 전개된 철학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근원적 지평을 제시해준 공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그는 복잡한 존재론의 실타래를 균형 잡힌 시각으로 풀어내는 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 현대인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는 인간 존재이다. 인간 존재는 어디서부터 근원하고 어디로 귀결되는가. 동물에서 진화했다는 건 더욱 아닌 것 같다. 동물에서 진화해 영혼을 갖는 인간이 되었다는 것은 누구도 동의하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진화론에 일부 동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대인의 딜레마다.

저자는 “하이데거라는 이름은 독일 정신사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장의(葬儀)제목”이라며 “그의 죽음으로 인해 철학의 길이 어둠으로 되돌아갔다”고 애석해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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