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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라인] 고무된 靑· 속셈 감춘 최순실…특검은 '신중 모드'

관련이슈 최순실 게이트 , 박근혜 대통령 탄핵

입력 : 2017-02-09 19:24:08 수정 : 2017-02-09 21: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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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사전 접촉서 요구 다 수용"…특검 '朴측 일방 거부' 공개 반박/ 달라진 靑 기류 “해볼 만한 싸움 됐다” / '대통령 조사' 예상문제 살피러 나왔나 … 제 발로 나온 최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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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접촉서 요구 다 수용"…특검 '朴측 일방 거부' 공개 반박

박근혜 대통령 측이 일정 사전 노출 등을 이유로 9일 예정됐던 대면조사를 연기한 데 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불만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 대면조사와 관련한 그동안의 협의 경과를 소개하면서 박 대통령 측의 ‘일방 거부 통보’ 사실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가 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에서 그동안 추진한 박 대통령 대면수사 협의 과정 등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이 특검보는 “그동안 박 대통령 변호인 측과 대면조사와 관련해 여러 차례 협의하는 등 사전접촉을 했다”면서 “협의 과정에서 조사 대상자가 현직 대통령인 점과 경호상의 문제 등을 고려해 시간·장소·방법 등 대부분의 사항을 그대로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검법 12조에 따라 조사 일정 등은 공개할 수 있음에도 대통령 측 요청에 따라 이를 비공개로 하되 조사가 완료된 뒤 상호 동시에 이를 공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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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특검보는 박 대통령 측과의 향후 일정 재조율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며 말을 아꼈다. 특검팀은 전날 오후 박 대통령 측으로부터 대면조사 거부 방침을 통보받은 뒤 청와대와는 일절 연락을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의 이날 브리핑은 상당히 ‘절제된’ 언어로 표현됐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중론이다. 불필요하게 박 대통령 측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향후 대면조사 일정 재협의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특검이 그동안 ‘박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된 여러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선 대면조사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해온 만큼 대면조사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통령도 지난달 인터넷매체 정규재TV에 출연해 “특검 조사에 응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만약 대면조사가 성사되지 않으면 야권이 이를 이유로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강력히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선 국민 여론을 의식해 수사기간 연장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월 2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인터넷 방송 ‘정규재 TV’를 운영하는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주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특검이 조사 일정·장소 비공개 등 박 대통령 측 요구사항을 거의 그대로 수용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 ‘지나친 저자세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만큼 2차 협의에선 특검 측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특검보는 그동안 논란이 된 비공개 조건과 관련해 “상호 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가급적이면 없도록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공개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 변화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 측에서 “조사 시점을 13일 이후로 미루자”는 입장을 밝히는 데 대해 특검이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도 주목된다.

특검은 1차 수사기간이 오는 28일 종료하는 점을 들어 이달 초순, 즉 10일까지는 반드시 대면조사를 마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비록 불발로 끝났지만 1차 협의에선 동의했던 ‘청와대 경내 조사’ 수용 카드를 접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조사를 청와대 안에서 하는 경우 특검팀 관계자들이 경호원들의 과장된 행동 등에 자칫 위축감을 느낄 수 있다.

2008년 2월 BBK 특검은 당시 당선자 신분이던 이명박 대통령을 서울 삼청동 한 한정식집에서 조사했다.

◆달라진 靑 기류 “해볼 만한 싸움 됐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 임하는 청와대의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 탄핵안 가결 직후 불리한 정국에 몰려 탈출구를 고심했지만, 현재는 “해볼 만한 싸움이 됐다”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9일 광장의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를 비교하며 “태극기는 나이 드신 분들이 자발적으로 나왔고, 촛불은 정치조직으로 돼 있는데 어떤 게 순수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헌재가 (선고) 날짜를 못박고 판결을 하는 것은 위헌 행위”라며 “엄청나게 기류가 바뀌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태극기집회를 중심으로 탄핵반대 여론이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여권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중도하차에 따른 위기감으로 보수층이 결집하는 현상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여론 외에 법리다툼에도 고무적인 분위기다. 이날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등을 지낸 원로법조인 9명이 탄핵절차와 내용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일간지 광고를 개재한 것이 자신감을 심어줬다. 박 대통령 측은 특검의 대면조사에 응하는 것은 물론이고, 최종 변론에 맞춰 헌재에 출석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박 대통령은 특검 대면조사를 앞두고 변호인단과 접촉하면서 법률적 대응 준비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대면조사 전까지 별다른 공개일정은 하지 않을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대면조사 이후 박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나 언론간담회 등을 통해 입장 표명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9일 체포영장 집행 대신 자진출석 형식으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에 소환되고 있다.
연합뉴스
◆ '대통령 조사' 예상문제 살피러 나왔나 … 제 발로 나온 최순실

‘9일에 감춰진 속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당사자들이 공교롭게도 9일 석연찮은 행보를 보이면서 속셈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소환에 순순히 응하지 않았던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이날 특검팀에 자진출석을 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느닷없이 ‘조사 일정 유출’을 문제 삼아 같은 날 예정됐던 대면조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 전 특검팀의 ‘예상 질문’과 전략을 탐색하려고 공범관계로 지목된 두 사람이 사전 교감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검팀은 이날 순순히 소환에 응한 최씨가 입을 열지 기대했지만 그는 종전처럼 묵비권을 행사하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변호인을 대동한 최씨를 상대로 박 대통령과 공모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을 돕고 그 대가로 거액을 지원받은 의혹 등 뇌물수수 혐의를 중심으로 제기된 의혹 전반을 확인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그러나 특검 수사팀의 질문에는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특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최씨의 진술 태도에 관한 질문에 “최순실의 경우 자진 출석한다고 해 특검에서 상당히 기대했지만 여전히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다만, 특검이 질문하는 내용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씨가 이날 특검에 출석한 것은 지난 2일 특검팀이 체포영장을 집행해 강제소환한 지 일주일 만이다. 최씨는 그동안 “특검이 강압수사를 벌인다”며 출석을 거부하다 지난 7일 특검의 소환에 응하겠다며 돌연 입장을 바꿨다. 청와대 측이 “특검이 비공개로 합의한 대통령 조사 시기(9일) 등을 언론에 유출했다”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예정된 조사를 무산시킨 날과 일치한다.

최씨가 돌연 입장을 바꿔 자진출석한 것을 놓고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와 연관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음주로 미뤄질 공산이 큰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를 앞두고 최씨가 특검의 증거와 진술, 수사상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 선뜻 자진해 소환에 응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 측은 당초 이날 청와대 경내에서 대면조사를 받기로 특검과 잠정 협의했으나 특검이 조사 일정을 유출했다고 주장하며 일정 재조율을 통보했다. 

한편 특검팀은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검토하면서 영장 재청구를 저울질하고 있다. 특검팀은 뇌물을 받은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최씨를 고리로 삼성그룹 간 뇌물 의혹 등 국정농단 사태 전반에 걸친 사실관계를 확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입학·학사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는 이화여대 최경희 전 총장이 9일 오후 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하상윤 기자
또 이날 최씨의 딸 정유라(20)씨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경희(55) 전 이화여대 총장을 소환 조사했다. 2014년 9월 최 전 총장은 남궁곤(56·구속기소) 당시 입학처장으로부터 정씨가 2015학년도 수시모집 체육특기자 전형(승마)에 지원했다는 보고를 받고 정씨를 뽑으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최 전 총장을 조사해 빠른 시일 내에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남궁 전 처장을 비롯해 이화여대 이인성(54) 의류산업학과 교수, 김경숙(62)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류철균(51)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 등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이대 관계자들은 모두 구속기소된 상태다.

김태훈·배민영·박세준·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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