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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의 책읽기 세상읽기] (7) '리바이어던' - 국가란 무엇인가

관련이슈 박완규의 '책읽기 세상읽기' , 디지털기획

입력 : 2017-02-01 16:54:46 수정 : 2017-02-01 1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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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영국 정치철학자 토머스 홉스가 쓴 ‘리바이어던’은 정치학의 고전이다. 리바이어던은 기독교 성경에 나오는 거대한 바다 괴물이다. 구약성경 욥기는 리바이어던을 이렇게 묘사한다. “땅 위에는 그것과 겨룰 만한 것이 없으며, 그것은 처음부터 겁이 없는 것으로 지음을 받았다. 모든 교만한 것들을 우습게 보고, 그 거만한 모든 것 앞에서 왕 노릇을 한다.”

홉스는 절대 주권을 지닌 국가를 리바이어던에 비유한다. 그는 사람들이 왜 평화롭게 살지 못하고 곧잘 분쟁에 휘말리는가 하는 의문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인간과 국가에 대한 새로운 분석을 시도했다. 그 결과 ‘리바이어던’에서 국가를 사회계약의 산물로 파악하는 계약국가 이론에 대한 체계적인 논의를 처음 제시했다.

홉스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그가 인식한 국가의 모습이 눈 앞에 펼쳐질 것이다. 거기서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에 대한 대답도 찾아볼 수 있다. 후대 정치철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홉스의 정치철학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그의 국가 인식이 오늘날에도 유효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 ‘리바이어던’에서 묘사된 국가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근대국가의 초기 모습이다.

홉스는 ‘리바이어던’ 서문에서 기예(art)가 “자연의 가장 합리적이고 가장 탁월한 작품인 인간을 모방해” 국가라 불리는 인공 인간(artificial man)인 리바이어던이 창조된다고 했다. 이 리바이어던은 “자연인을 보호하고 방어할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자연인보다 몸집이 더 크고 힘이 더 세다.”

국가라는 공동체가 신의 창조물이나 자연의 산물이 아니라 인간의 기예로 만들어진다는 말은 지금이야 당연하게 여기지만,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인식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내준 것이었다. 정치적 창의성의 개념이 활기를 얻는 계기였다. 이에 대해 미국 정치철학자 셸던 월린은 저서 ‘정치와 비전’에서 시대적 배경과 연관지어 설명한다. “17세기 영국은 왕과 의회, 군대가 최고 권력의 쟁취를 위해 투쟁함에 따라, 정치적 실험을 위한 일종의 실험실이 됐다. 그것은 대담한 구상과 놀라운 비전의 시대였다. … 무질서는 그것이 정치적인 형태를 취했든 종교적인 형태를 취했든간에 사회를 건설하고자 하는 충동을 불러일으켰다.”

홉스는 인간론에서 출발한다. 그는 “인간은 본래 평등하다”고 했다. “자연은 인간이 육체적·정신적 능력의 측면에서 평등하도록 창조했다. … 체력이 아무리 약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음모를 꾸미거나, 혹은 같은 처지에 있는 약자들끼리 공모하면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충분히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능력의 평등은 희망의 평등을 낳고 결국 온갖 분쟁을 초래한다.

홉스는 인간의 본성에서 발견할 수 있는 세 가지 분쟁 원인으로 경쟁, 불신, 공명심을 꼽는다. 여기서 유명한 자연상태에 관한 언급이 나온다. “인간은 그들 모두를 위압하는 공통의 권력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는 전쟁상태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 전쟁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쟁이다.” 다시 말해 “사회상태 밖에서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쟁상태가 상존한다.” 자연상태에 대한 묘사는 ‘리바이어던’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절로 꼽힌다. “끊임없는 공포와 생사의 갈림길에서 인간의 삶은 고독하고, 가난하고, 험악하고, 잔인하고, 그리고 짧다.”

자연상태는 공통의 권력이 없는 상태, 즉 정치가 없는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인간의 삶은 비참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간은 자연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치질서를 형성하게 된다. “인간을 평화로 향하게 하는 정념(passion)”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을 평화로 향하게 하는 정념으로는, 죽음에 대한 공포, 생활의 편의를 돕는 각종 생활용품에 대한 욕망, 그러한 생활용품을 자신의 노력으로 획득할 수 있다는 희망 등이 있다. 그리고 이성은 인간들이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적절한 평화의 규약들을 시사한다.”

그리하여 국가가 생겨나는 것이다. “공통의 권력은 외적의 침입과 상호간의 권리침해를 방지하고, 또한 스스로의 노동과 대지의 열매로 일용할 양식을 마련하여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 권력을 확립하는 유일한 길은 모든 사람의 의지를 다수결에 의해 하나의 의지로 결집하는 것, 즉 그들이 지닌 모든 권력과 힘을 한 사람 혹은 하나의 합의체에 양도하는 것이다. … 이것은 동의 혹은 화합 이상의 것이며, 만인이 만인과 상호 신의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모든 인간이 단 하나의 동일 인격으로 결합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란 무엇인가. 홉스는 국가를 “다수 사람들이 상호 신의계약을 체결하여 세운 하나의 인격으로서, 그들 각자가 그 인격이 한 행위의 본인이 됨으로써, 그들의 평화와 공동방위를 위해 모든 사람의 힘과 수단을 그가 임의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 인격을 지닌 자가 주권자라 불리며, 주권적 권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그 외의 모든 사람은 그의 백성이다.” 주권자는 백성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에서 주권적 권력을 위임받았다. 백성의 안전은 생명을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모든 생활상의 만족을 아울러 의미한다. 여기까지가 ‘리바이어던’에 제시된 홉스 정치철학의 핵심이다.

‘리바이어던’을 다시 펼친 건 우리가 처한 상황 탓이다. 우리는 지금 국가의 위기를 목도하고 있다. 국가가 제 역할을 미덥게 해내지 못하는 데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대통령 탄핵소추로 공공질서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고 국가 리더십은 공백 상태나 다름 없다.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고 새 정부가 들어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것이다. 두려워할 만한 공통의 권력이 없는 자연상태를 떠올리게 한다. 앞으로 최소한 수 개월 간 이어질 당면 위기를 잘 극복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정치적 비전이 있어야 한다. ‘리바이어던’을 읽으면서 국가란 무엇인가를 되새겨 볼 만한 때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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