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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저는 남편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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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17 14:09:26 수정 : 2017-01-17 14: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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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세포 활성화 증후군(Mast Cell Activation Syndrome·MCAS)’. 우리 몸을 지키리라 믿었던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도리어 몸을 공격하는 병이다. 자신을 둘러싼 세상 모든 것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무서운 병이다.

미국 미네소타주에 사는 조안나 왓킨스(39)는 남편 스콧 옆에 앉을 수 없다. MCAS 때문에 남편이 옆에 오기라도 하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서다. 자신을 둘러싼 세상 모든 것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그는 수년간 창문이 없는 집안 다락방에서 살아와야 했다.

2013년 스콧과 결혼하기 전에도 왓킨스는 편두통이나 과민성 대장 증후군 같은 증세를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시작일 줄은 몰랐다. 결혼 후, 심해진 증세로 병원에 간 왓킨스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MCAS 진단을 받았다. 두 사람이 얼굴을 맞댈 수 없는 사랑하는 사람이 고개만 돌려도 볼 수 있는데도 옆에 두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이게 된 것도 그때부터다.

 

병이 더 심해지기 전, 얼굴을 맞대고 사진을 찍은 부부.


부부의 유일한 대화방법은 화상통화다. 왓킨스는 “스콧과 나는 모니터 속 상대방을 오랫동안 쳐다본다”며 “난 내 방의 컴퓨터로 남편을 보며, 남편은 몇 층 아래에서 자기 컴퓨터로 날 본다”고 말했다. 그렇게 왓킨스와 스콧은 가슴이 타는 대화를 이어간다.

남편 때문에 일어나는 알레르기 반응. 보통 MCAS 환자들에게 처방하는 치료제가 왓킨스에게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부부는 잔인한 생이별이 언제쯤 그리고 어떻게 끝날지조차 짐작할 수 없게 됐다.

아내 옆에 설 수 없는 스콧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왜 이런 처지에 놓였는지 울분을 토했고, 어느 순간 운명에 초연해지는 등 감정 기복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현실’이라는 생각에 아내 옆에 있고 싶은 욕심보다 지켜주고자 하는 쪽으로 마음을 기울였다.

“문제를 푸는 방법은 없어요. 아내를 안전하게 지켜주고 싶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내를 보지 않는 것’이죠. 왓킨스를 위험에 빠뜨리기 싫어요. 우리는 평생 서로에게 사랑을 다하기로 맹세했습니다.”

 
이때만 하더라도 왓킨스의 병이 더 심해질 줄은 부부는 몰랐다.


왓킨스가 먹을 수 있는 건 약간의 쇠고기 스튜, 당근, 카레가루가 곁들여진 양고기 등 몇 가지 음식이 전부다. 음식을 만드는 건 스콧의 몫. 교사인 그는 일이 끝나면 집으로 와 아내를 위한 요리를 시작한다.

병원 갈 때를 제외하고 왓킨스가 다락방을 떠난 적은 거의 없다. 그는 방에서 노래를 듣거나, 지인의 편지에 답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다락방의 완벽한 청결을 위해 집이 리모델링에 들어가면서 부부는 다른 친구의 집에서 지내고 있다. 왓킨스를 위해 부부의 친구가 집안 청결에 힘쓰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이제는 더 이상 이렇게 손을 잡을 수도 없다.


왓킨스가 만나고도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건 그의 사촌 몇 명이 전부다. 그렇다고 이들 사촌이 왓킨스를 보러 올 때마다 무방비 상태로 집에 들어가는 건 아니다. 왓킨스를 보기 전, 후각을 자극할 수 있는 매운 음식 근처에 가지 않고 특별 제작된 샴푸로 몸을 씻으며, 속옷을 벗고 마스크와 면회복을 입어야 한다. 그래도 왓킨스의 병은 더 심해지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세상에는 감사해야 할 것이 많고, 이 모든 것들이 자기가 어리석은 사람이 되는 것을 막아준다고 말하는 왓킨스에게 ‘완치의 날’은 올 수 있을까?


어떤 약도 치료도 왓킨스를 낫게 하지 못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B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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