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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털' 박힌 예술인들… 지원사업 철저 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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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08 18:48:18 수정 : 2017-01-08 22: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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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담 화백 ‘세월오월’ 그림 광주비엔날레에서 전시 못해 / 박정희 비판 연극 ‘모든 군인…’호평에도 예술위 지원 못받아 / 특검 “사상·표현의 자유 침해” / 김종덕·김상률 피의자 소환
김기춘·조윤선 소환도 ?
지난해 3월 서울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박근형 연출의 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가 올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 심의 당시 동료 연출가들로부터 호평과 함께 높은 점수를 받은 이 작품은 그러나 예술위 지원 대상에선 최종 탈락했다.

박 연출의 2013년도 작품 ‘개구리’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풍자했다는 게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연극계가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와 예술 검열에 항의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광장극장 블랙텐트’를 세우고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문화계 인사는 “개구리 때문에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박 연출은 꼬박 3년간 정부나 공공기관의 문화예술사업 지원에서 철저히 배제되는 사실상의 ‘검열’을 당했다”고 전했다.

8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따르면 블랙리스트는 문화예술인의 정치적 성향을 문제 삼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경우가 가장 많다. 이윤택 연출의 희곡 ‘꽃을 바치는 시간’은 예술위 문학창작기금 지원 공모에서 희곡 분야 1위로 뽑혔으나 최종 발표에서는 빠졌다. 지난해 11월 초연하기로 한 계획도 무산됐다. 이 연출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을 했다가 박근혜정부의 눈밖에 난 데 이어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게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 말고 공공문화기관에서 전시나 공연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도 블랙리스트의 유형이다.

2014년 홍성담 화백이 그린 작품 ‘세월오월’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광주비엔날레에서 전시되지 못한 게 대표적이다.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 기념 전시회 당시 임옥상 화백의 작품 ‘하나됨을 위하여’가 빠져 논란이 인 것도 1980년대부터 민중미술가로 활동한 그의 전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블랙리스트는 정부와 무관한 민간 문화시설에서의 작품 유통을 가로막는 형태로까지 발전했다는 게 정설이다. 각각 천안함 폭침, 세월호 침몰의 원인을 다룬 다큐멘터리 ‘천안함 프로젝트’와 ‘다이빙벨’은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상영되다 석연찮은 이유로 내려지거나 상영 자체를 거부당했다. 2013년에는 월간 문예지 ‘현대문학’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유신에 대한 부정적 묘사를 이유로 이제하, 정찬, 서정인 등 소설가들의 작품 연재를 중단해 문단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8일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들어서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남정탁 기자
특검팀은 블랙리스트에 대해 “헌법상 보장된 언론, 사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중대 범죄”라는 입장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동조하는지 안 하는지를 갖고서 명단을 만들어 관리하는 것은 구시대적 사고로 독재와 같은 것”이라며 “공무원이 문화예술인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막은 만큼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날 김종덕(59)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상률(57)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피의자로 소환조사했다. 지금까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특검 조사를 받은 문체부 및 청와대의 전현직 관계자는 20명에 이른다. 특검팀은 이들 가운데 혐의가 상대적으로 무거운 인사들을 우선 추려내 직권남용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블랙리스트의 ‘몸통’으로 지목된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51) 문체부 장관의 소환조사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김태훈·권지현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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